동문오피니언
이경호(67회) 월요프리즘/베이징에서의 달콤했던 술 한잔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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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2. 5.21)
월요프리즘 /
베이징에서의 달콤했던 술 한잔
/이경호 영림목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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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호 영림목재 대표이사
지난 12일부터 이틀간 중국 베이징에서 한·중·일 3개국 정상회담이 열렸다. 원래는 한국 전경련, 일본 경단련 및 중국 국제무역촉진위원회의 공동주최였는데 3국간 신속한 FTA 추진의 필요성을 느껴 일요일을 불사하고 윈자바오 총리 및 노다 총리 등의 정상들이 참석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에 한국에서는 경제3단체장 즉, 전경련 허창수 회장과 한덕수 무역협회장 그리고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참석키로 했는데 창립 50주년 행사준비로 바쁜 김기문 회장 대신 내가 참석하게 됐다. 행사 전날인 토요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정상들의 숙소 연회장으로 경제인들을 초청해 주었다.
이규형 주중대사와 김대기 경제수석 사이에 앉아 식사를 하게 된 나에게는 대통령에게 건의할 두 가지 현안이 있었다. 그래서 모 금융그룹의 회장이 상호투자에 관한 견해를 피력한 직후 나는 곧바로 건의사항이 있다고 마이크를 잡고, “어제 저녁 TV를 보니 ‘여수엑스포’ 개막식이 있었는데 날씨가 상당히 쌀쌀했던 모양입니다. 참석자들이 담요를 무릎에 덮고 있었고, 어떤 외국인들은 얼굴까지 뒤집어쓰고 있었습니다”며 “연이은 스케줄에 몸 건강하시기 바랍니다”고 첫 운을 띄웠다. 그리곤 “두 가지 사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인천에서 2014년 아시안게임이 개최됩니다. 이에 관해 정부에서도 보다 더 관심과 격려 그리고 시급한 지원이 필요합니다”라고 하자 즉시 이 대통령은 “중소기업의 대표로 오셨는데, 인천을 선전하시네요”하시는 게 아닌가. 이미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하고 온 나도 곧 답변했다. “물론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동반성장을 통해 공존과 번영을 해나가야 합니다. 또한 지금 행사하고 있는 ‘여수엑스포’나 국민들의 숙원이었던 ‘평창 동계올림픽’ 그리고 ‘2014 인천아시안게임’ 등 이 모든 행사의 성공이 국익에 중요하며 또한 국가 앞날에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바로 이어 “두 번째로, 평창올림픽 주경기장의 지붕구조는 반드시 목조건축이어야 합니다. 2010 밴쿠버 리치몬드올림픽 경기장도 아치형 목구조로 건축되어 많은 호평을 받았다고 합니다”하자 이 대통령은 “건축비는 어떻게 되나요?”라고 물어 오셨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산림청에서 원목을 제공할 경우 목조공사비는 철골조와 유사하다고 합니다.” 이때 이 대통령이 “더 싸야 되지 않겠어요?”라고 해 참석자 모두의 큰 웃음을 이끌어 냈다.
“동일 공사비라도 친환경 올림픽이 될 것이며 아름다움, 따뜻함을 느끼게 됩니다”라고 말씀드리자 좌중에서 누군가가 ‘목재로 짓게 되면 구조적으로 문제 없는가’라고 물어왔다. 기다리던 질문이었다. “구조용집성재라는 것이 있는데 강도신뢰성을 높인 공학목재이며 선진국에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어떤 수종이 많이 자라고 있는지 아십니까. 제일 많은 수종은 강원도, 경기도 지역의 낙엽송이고, 두 번째로 많은 수종은 전라도, 충청도 지역에의 리기다송이 주로 조림이 되어 있는데, 만약 강원도산 낙엽송집성재를 건축물로 사용한다면 평창올림픽은 강원도민의 긍지가 되고 이 경기장은 강원도의 심볼마크가 될 것입니다”라며 말을 마쳤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건배제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영광으로 생각하고 주저없이 다시 마이크를 잡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여수엑스포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기원하고 인천아시안게임 그리고 평창동계올림픽의 역사적인 개최를 축원하며 건배를 제의합니다. 제가 먼저 ‘바다로, 세계로’라고 선창하면 ‘미래로’를 화답해주시기 바랍니다”라며 자리에 앉았다. 김 경제수석이 귓속말로 오늘 저녁식사는 본전 뽑으셨다고 농담을 걸어오고, 오른쪽의 이 대사는 해군 나오셨나요 물어보신다. 어찌했든 이러한 건의가 얼마나 받아들여질지 알 수는 없으나 무엇보다 우선 국내 대표적인 기업들의 오너와 경영인들에게 이렇듯 함께 모인 좌석에서 2014년도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릴 예정이라는 홍보를 하게 되었고(대부분 모르고 있었음) 더불어 건축재로서의 국산목재 사용이 가능함을 알렸다는 점 등이 매우 기쁘고 보람된 기회가 됐지 않았나 싶었다. 그런 들뜬 마음에서, 그날 베이징 숙소인 호텔 내 조용한 카페를 찾았다. 중기중앙회에서 배려해주어 서울서부터 나를 수행해 온 국제통상실 김춘호 대리와의 맥주 한 잔이 어찌 그리도 달던지, 꿈꾸듯이 몇 잔을 거푸 마셨다. 누군가 그랬었다. ‘Dream comes true’라고.
2012년 05월 21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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