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훈민정음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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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2. 5.14)
조우성의 미추홀-훈민정음
( 877 )
2012년 05월 14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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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訓民正音)은 현존하는 문자 가운데서 가장 독특한 존재이다. 누가, 언제, 왜 만든 것인가가 밝혀진 유일한 문자이기 때문이다. 새의 발자국을 보고 만들었다거나, 그런한자의 부수 등을 모방해 만든 수준이 아니었다.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웠던 내용을 다시 떠올리면 훈민정음은 철학적, 과학적, 실용적 정신이 투철하게 배어 있는 조선시대 문화의 정화라 아니할 수 없는데, 그를 세세하게 설명하기에는 지면이 모자라 미룰 수밖에 없다.
다만, 하늘과 땅과 사람의 형상을 모음의 제자 원리로 삼았고, 발음기관인 입, 혀, 이, 목구멍의 모양과 움직임을 본 떠서 자음을 만든 다음 그를 조합해 소리글자를 만든 것은 인류 역사상 대발명이었다는 점만은 지적해야겠다.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사들이 스물여덟 자의 기본자를 발명한 것은 1443년이었다. 그러나 1초에 천만 번을 연산하는 슈퍼컴퓨터를 가진 어느 나라도 아직 훈민정음에 버금가는 문자를 개발했다는 소식은 들어본 바가 없다. 더불어 퍼스널컴퓨터 자판을 1분간 6백 타 이상 칠 수 있는 문자는 알파벳과 훈민정음뿐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우리나라가 거저 'IT강국'이 됐던 것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정음 문화의 빛나는 승리였던 것이다.
그러나 1446년에 편찬한 훈민정음 해례본은 그 드높은 명성과는 달리 기구한 운명을 겪어 왔다. 필자가 기억하기론(이구열 '문화재 비화'), 첫 발견 해례본은 안동 지방의 엿장수가 한 아이에게서 엿과 바꿔 얻었던 것이고, 최근 말썽을 빚은 상주 것은 소유권 다툼으로 수감 중인 배 모 씨가 은닉해 행방조차 묘연하다.
그런 와중에 문화재청이 실체도 없는 '해례본'에 대한 기증식을 국립고궁박물관이 강행하도록 허가한 것은 황당하다. 무슨 해괴한 짓들인가? 영명하신 조상들이 남겨주신 유산을 제대로 간수조차 못한 채 벌이고 있는 못난 작태들- 억겁에 경을 치고도 남을 일이다.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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