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정승열(65회) 세상사/숙제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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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2. 6. 5)
세상思
숙제
/정승열시인. 인천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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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는 학교에서 현안을 해결하라고 주어진 과제를 말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이 어느 때보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쌓여 있다. 이제 우리가 풀어가야 할 숙제를 집어내 이야기해 보자. 어느 정권에서나 해결하지 못한 남북문제가 있고, 실업자문제, 특히 청년실업자 문제는 더 걱정이다. 정치권의 타락과 비생산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하는 문젯거리다. 각 지자체에 쌓여가는 부채문제도 우리 모두를 파멸시키는 뇌관이 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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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근심거리는 우리 미래가 달린 교육문제이다. 교실이 붕괴되고 교사들은 사기를 잃어가고 있다. 몇년새 갑자기 학교폭력이 증가하고, 집단따돌림과 괴롭힘으로 자살하는 학생이 늘어나 화제가 되고 있다. 일부에선 이 모든 문제를 교사들의 태만 때문이라 매도하고 있지만 정작 교사들은 그런 주장에 대항할 기력마저 쇠잔해 있다. 문제아를 제어할 장치가 없어진 상태에서 학생들에 시달리랴, 이와 편승해 여기저기 민원을 제기해 대는 학부형에 시달리랴, 덜익고 덜다듬어진 성급한 처방으로 각 학교에 성적향상이라든지, 생활지도의 실적을 내라고 압박하는 행정당국도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런 교사들에게 교육의 제반 문제를 몰아다 태만한 탓이라고 몰아붙이는 일은 온당치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교육문제는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야만 할 숙제다. 왜냐하면 교육은 단순히 법령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사회가 유기적으로 교감하면서 한아이, 한아이가 내일을 향해 바람직하게 성장해 가는 과정자체를 말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법령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꿈과 희망이 자리잡고 있고 그런 꿈들을 성취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우리들은 나름대로 독특한 공통사고 공유해 왔다.
우리는 옛날 과거보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교육열을 키워왔다. 이것들은 단순한 관습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수긍하는 사고패턴이요 생활양식이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이런 사고패턴에 경고가 울리고 있는 것이다.
한때 우리나라가 근대화를 지나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원동력으로 교육열이 칭찬받았다. 우리는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을 가장 선호해 왔다. 또 열정을 가지고 학생에게 헌신하는 선생님을 존경해 왔다. 그리고 자녀교육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가며 투자하는 부모들을 우러러 보았다. 그것이 사회를 이끌어 온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소홀히 해온 기능이 하나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간과해 왔다.
그것이 바로 사회적 투자이다. 오래동안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교육투자를 게을리 해왔다. 이것이 지금 교육복지와 대학등록금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 어느 시기부터인가 밥상머리 교육이 실종되고 말았다. 다시 말해 가정교육이 제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이것이 학교로 옮겨지면서 통제되지 않는 학생들을 만들어 낸 것이다. 선생님을 공격하고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학생들이 생겨난 데에는 가정교육의 상실과 관계가 깊다.
교육현장에선 옛날 훈장 같은 엄격한 선생님들이 점점 설자리를 잃고 도태되고 있다. 학생을 통제하고 훈육하는 교사의 기능을 법으로 없애버린 것이다. 그리고는 사랑으로만 학생을 가르치라는 순교자적인 태도를 강요하고 있다. 그런 교사들이 실제 현장에서 당하는 것은 과격해진 학생들과 학부모의 공격이다. 교사의 사기가 떨어진 연유가 이런데 있었음을 알고 있는 시민이 얼마나 될까.
이제 숙제를 풀어나가 보자. 먼저 가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는 밥상머리 교육을 부활하는 일이다. 두번째는 학교에서만큼은 교사들이 학생을 통제하고 훈육할 수 있는 권한을 돌려주어야 한다. 세번째로 정부는 포풀리즘에 휘둘리지 말고 장기적으로 교육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야만 한다. 교육문제는 우리 미래 생존에 관한 긴급하고도 절실한 문제임을 잊어버려서는 안된다.
2012년 06월 05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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