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금배지의 무게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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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2. 5.31)
원현린 칼럼/
금배지의 무게
한(漢)고조 유방(劉邦)이 군사를 거느리고 동으로 진격하여 동원일대에서 조정에 반기를 든 한신(韓信)의 잔여 세력을 소탕하고 장안으로 돌아왔다. 조정의 일을 보고 있던 승상 소하(蕭何)가 미앙궁을 축조하는 일을 주관하여 동궐, 북궐, 전전, 무고, 태창을 건설하였다. 전장에서 돌아온 유방이 이를 보고 “천하가 크게 어지러워지고 여러 해 동안 악전고투하여 아직 성패가 불확실한 이 마당에 어찌 이처럼 화려하고 찬란하게 궁궐을 짓는단 말인가”하고 호사스런 궁궐의 건축을 꾸짖었다고 사기(史記)는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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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필자가 미국 의회를 방문했을 때다. 의사당 회의장이 협소한 것 같아 질문을 했다. 답변이 소박했다. 좁으니 서로 머리를 가까이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때문에 의원 간, 여야 간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질수 있다는 것이다. 상하원합동회의 때는 보조의자를 들여놓기까지 한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 가면 맨해튼처럼 고층건물이 보이질 않는다. 워싱턴에는 의사당 건물보다 높은 건축물을 지을 수 없다. 워싱턴 기념탑을 제외하고.
미국은 또 의사당 건물을 수도 중심에 위치하게 했다. 이 모두는 의회가 국민의 대표기관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답다.
꽤 오래 전의 일이니 지금의 상황은 많이 변했을지 모르지만 당시에는 그랬다. 거대 국가 미국이 돈이 없어서 의회건물하나 증축 못하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와 너무도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의식과 풍토 속에서 자란 민주주의이니 상당수 국가들이 미국 민주주의를 민주주의의 표상으로 삼곤 하는 것일 게다. 우리에겐 민주주의를 할 자질이 없는 것인가. 우리 국회도 과연 국민의 대표기관 답게 위상은 정립되어 있는가.
호화판 논란이 일고 있는 국회 제2의원회관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고급유리에 대리석으로 치장된 건물이다. 국회의원들이 사무실 공간이 협소하여 궁핍하다하고, 쾌적한 환경을 원하고 있어 새집을 지어 공간을 넓혔다한다.
잘 지은 것을 나무라자는 것은 아니다. 기왕에 지은 크고 좋은 건물이니만큼 일도 크게 잘해야 하겠다.
뚝하면 싸움이나 해온 것이 우리 민주주의의 지나간 역사다. 차라리 의회헌정사가 아니라 의회투쟁사라 해야 옳다. 그 투쟁도 국민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각기 제 정당의 이익을 위한 당리당략 싸움이었다.
지난 4월11일 국회의원 총선에서 처음으로 당선된 초선자들은 어제부터 국회의원 신분이 됐다. 이들은 법에 의해 불체포 특권, 면책 특권 등 이루 열거할 수 없을 만큼의 신분상 수많은 특권이 부여됐다.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제19대 국회가 출범했다. 또 다시 초기부터 국회가 난항을 하고 있다. 전혀 예상치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무노동 무임금은 노동현장의 대원칙이다. 이 원칙이 통하지 않는 곳이 우리 국회다.
우리의 의회정치가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새 의원 회관도 지었다. 시민들의 실망과 낙담이 크다. 아무래도 새 의원회관 입주자를 잘 못 뽑은 것 같아 후회막급이다.
일하는 국회라면 천막국회인들 무슨 상관있는가. 당선과 동시에 선거당시에 내세웠던 공약은 깡그리 잊혀 졌을 게다. 미국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취임연설에서 의회는 ‘대중들의 집(people's house)’이라고 말했다한다. 과연 우리는 국회를 ‘국민의 집’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우리 국회가 새로워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바닷가 모래에서 싹이 돋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은 것인가.
의무보다는 특권이 많은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면 구태를 벗고 일을 해야 한다. 나라 국(國)자가 새겨진 금배지의 무게를 알고 있는가.
주필
2012년 05월 31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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