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백령도 여객선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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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2. 5.30)
조우성의 미추홀 -백령도 여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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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11월15일, 인천남부교육청이 마련한 '인천을 알고 사랑하고 가르치자'는 주제로 열린 교사연수에 참여했다. 생애 최초의 백령도행이어서 설레었다. 부두에서 연수참가 초·중등 과학 담당교사들과 인사를 나눴다. 필자는 첫날의 선상강좌를 맡았다. 주제는 '한국의 근대화를 이끈 도시 인천'이었다. 여객선이 내항을 벗어나자 곧 강의를 시작했다. 날은 좀 흐렸지만, 배는 거침없이 파도를 가르며 나갔다. 예정대로 50분만에 강의를 마쳤다.
조용한 엔진소리처럼 만사가 순조롭다 싶었다. 기대와 안도 그런 심정이었다. 그런데 한 20여분 지나니,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졌다. 파도가 허옇게 일면서 배가 기우뚱거리기 시작했다. 그 후 선내 분위기는 엉망이 되었다. 여기저기서 멀미를 하며 토하는 소리와 함께 역겨운 냄새까지 풍겨왔다. 좌석에서 견디기 힘든 이들은 난간을 잡고 기신기신 아래층 화장실 앞으로 가 쓰러져 있었다. 멀미에 장사가 없다고 해병대 병사 몇몇도 거기에 있었다.
필자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 메슥메슥한 정신의 경계를 오가며 숨을 쉬느라 애를 먹었다. 그렇게 시작된 멀미는 고약하게도 백령도에 상륙해서도 이어졌다.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두번 다시 백령도에 올 게 아니구나' 싶었다. 동시에 이보다 더 바람이 셌던 날, 부산에서 일본 후쿠오카까지 현해탄의 파도를 가르며 경쾌하게 달리던 수중익 쾌속선 '코비'호를 떠올렸다. 날개를 의지해 선체를 공중에 띄워 달리는 그 최신의 위용이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들으니 기상이 나빠 뱃길이 끊기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것이었다. 진작에 대책을 세워야 할 일이었다. 그런데 최근 소식을 들으니 그간 항로유지에 기여한 바가 전혀 없는 외지선사의 2천t급 배가 취항한다고 한다.
운항개선을 위해 자구책을 마련했던 인천의 선사들은 닭쫓던 개와 다를 바 없게 됐다. 시속 43노트로 해면위를 달리는 '코비'호 수준이라면 모를까, 1만6천600t의 부관페리에서도 멀미를 하는 판에 '현대화'란 명분은 수긍할 수 없다. 이래저래 지역의 이익만 내친 꼴이 됐다.
/객원논설위원
2012년 05월 30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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