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난국 (亂國)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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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2. 6.13)
조우성의 미추홀 - 난국 (亂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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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사기는 인천의 역사적 시조(始祖) 비류왕의 슬픈 이야기를 전한다. 미추홀에 정착한 비류가 자기를 따르는 백성을 배불리 먹이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한 나머지 고뇌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는 것이다.
백성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것을 수치스럽게 여겨 자결했다니, 세상 천지에 그 같은 고결한 정신을 가진 위정자가 또 있을까 싶다. 비류야말로 저 '노블리스 오블리제' 를 몸소 실천한 이 강토 최초의 위정자라 하겠다.
둘러보면 그렇다. 동서고금의 위정자는 거개가 백성에게 '나를 따르라' 외친다. 그러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같은 지상낙원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수없이 꼬인다. 그때마다 백성들은 감언이설에 대개 넘어간다.
인류사를 통틀어 지구촌 어디에도 '지상낙원'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그런 화려한 수사들이 다 속임수였다는 것을 증명하지만, 위정자와 그의 추종자들은 계속 국민을 속이고, 세상을 조롱하며 막강한 권력을 누린다. 그러나 그 권력의 끝은 대개 비극으로 막을 내린다. 비류처럼 양심의 가책을 느껴 스스로 자결하기는커녕 떠밀려 망명하거나 부하의 총에 맞아 죽는다. 아니면 쇠고랑을 차고 감옥에 들어앉거나 자식을 감옥에 보낸다.
일전에 지역 원로 한 분이 어느 모임에서 세상사 이야기를 하시다가 "화무십일홍이다. 잘난 척 말고, 돈 자랑 말고, 나서지 말고,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면 그게 가장 잘 사는 길"이라고 갈파하시는 것을 들었다.
'인생 일장춘몽이요, 화무십일홍'이라는 세상의 교훈을 잃어버린 곳이 어디 정치판뿐이랴 싶지만 작금 세상 돌아가는 꼴들을 보노라니, 갈 수 있다면 이민이라도 가고 싶다는 처량한 기국(棄國) 후보자가 주위에 한 둘이 아니다. 어쩌자고 위정자들은 시대착오적인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가? 매천 선생이 살아 계셨다면, 이 난국에 대로하셨으리라.
/객원논설위원
2012년 06월 13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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