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바다 장(葬)(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2. 7.12)
원현린 칼럼 /
바다 장(葬)
/주필
원인이 그다지 크지 않다며 유골을 해양에 뿌리는 산골(散骨) 행위가 이제는 더 이상 위법 행위가 아니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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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인천의 한 유력인사가 자신의 “사후에 화장하여 인천 앞바다에 장사지내라”는 유언에 따라 자손들이 월미도 앞 바다에 해양장(海洋葬)을 치렀다는 소식을 들은 기억이 난다. 그는 자신이 바다에서 사업을 일으키고 돈을 벌었다는 이유에서 자신을 성장하게 만들어 준 바다로 돌아가고 싶었다는 것이다.
예전에 북유럽 바이킹족의 경우, 지도자나 사랑하는 동족, 가족이 사망하면 섶을 가득 실은 배에 시신을 안치하고 멀리 바다에 띄워 놓고 육지에서 불화살을 쏘아 화장을 하여 바다에 가라앉히는 장례식을 치렀다. 일종의 화장을 통한 바다장이다.
한 평생 살다가 생을 마감하고 생명의 원천인 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들 종족에 있어서는 바다가 삶의 터전이었다. 평생을 바다에서 살아온 바이킹 족 다운 수장 풍습으로 이해되어진다. 이를 풍토적으로 고찰하면 이 종족에 있어서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장례 문화로 받아들여진다. 그들다운 장례풍속이다.
일찍이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최초의 과학자로 일컬어지는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 했다. 우리도 고래(古來)로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이루어진 것이 인간의 육신’이라고 흔히들 말하기도 한다. 많은 종교 가운데 하나이지만 불가에서는 지수화풍을 모든 물질을 만들어 내는 근본이라 했다. 이른바 지(地)는 만물을 생성시키는 근본이며, 수(水)는 만물을 성장시키는 액체다. 화는 만물을 성장시키는 에너지요, 풍은 만물을 변화시키는 움직임을 말한다고 한다. 생명의 원천론을 놓고 벌이는 다양한 과학적 이론 논란을 떠나서 바다 장, 즉 수장(水葬)은 반길 만한 장묘방식 중의 하나로 사료된다.
그러잖아도 묘지난으로 우리의 국토가 몸살을 앓고 있는 터다. 근자들어 매장보다는 화장률이 높아가고 있는 추세다. 인구가 늘어감에 따라 논밭마저 아파트와 공장이 들어서서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되어 가고 있는 터이다. 산자수려한 자연경관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자손에게 물려줄 좋은 풍광들을 당장의 삶이 급하다하여 훼손하고 있는 우리다.
토지는 유한하다. 각국의 장묘문화를 보더라도 환경과 풍토에 의해 장례풍습이 생겨났다고 본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고산지의 나라 티베트에서는 사람은 죽어서 새가 된다하여 산속이나 바위에 시신을 놓아두는 조장(鳥葬)풍습, 갠지스강에 유골이 뿌려져야 영혼이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다고 믿는 힌두인들, 유럽에서 유행하는 수목장(樹木葬) 등이 그것이다.
우리의 경우 서기 681년 7월 신라 문무왕이 죽자 “죽어서 왜국의 침입을 막겠노라”하고 동해바다에 장사지내달라는 유언에 따라 지금의 경상북도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동해 감포 앞바다에 장사지냈다는 대왕암 이야기가 바다장의 원조로 보인다.
누천년 간 장묘문화에 있어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매장문화였다. 이로 인해 불과 몇 해 전만해도 한 해 여의도 면적의 1.2배에 해당하는 땅이 묘지로 조성되고 있다는 통계가 있었다. 조상들도 자자손손 후손들이 살아갈 좁은 땅덩어리에서 사후에 자신의 한 평 땅을 원하지 않으리라 본다.
바야흐로 대통령선거일이 또 다시 도래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풍수사들이 바쁘다고 한다. 역대 대선 후보들은 선거를 앞두고 조상의 발복(發福)을 기원하며 명당자리를 찾아 선영(先塋)을 이장했다는 소문이 나돌곤 했었다. 진정한 명당은 천년만년 파헤쳐지지 않아야 명당이다.하지만 땅의 운명은 그렇지가 않다. 언젠가는 개발의 명분에 밀리기 마련이다. 바다야말로 진정한 명당이 아닌가 한다. ‘바다장(葬)’도 수목장과 더불어 권장할 만한 장묘문화로 자리 잡혔으면 한다.
2012년 07월 12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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