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이경호(67회) 월요프리즘/동창회(同窓會)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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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2. 7. 9)
월요프리즘 /
동창회(同窓會)
/이경호 영림목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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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호 영림목재 대표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 많은 인연을 갖고 살아가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혈연·지연 및 학연이다. 같은 핏줄로 이어진 인연인 혈연은 아무리 부정하고 바꾸려 해도 바뀌지 않는다. 다만 각종 연유로 인해 부자(父子)나 형제 등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끼리 서로 해치며 싸우는 역사도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배워왔다. 또한 태어나거나 살고 있는 지역을 근거로 하는 사회적인 연고, 즉 지연관계는 때에 따라 강력한 결속관계를 형성해 주기도 한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다 만나게 되는 고향사람들은 설령 태어나 자라면서 만나본 적이 없어도 이웃사촌을 들먹이며 기억해 낸 향수 속에 상호 간 푸근한 마음을 간직하게 된다. 그렇지만 현대생활에 지연이란 것은 역시 공간적인 제한이 문제이다. 서로 연락을 취하지 않고 살고 있거나 먼 지역 예컨대, 외국에 나가 살며 연락이 두절된 사이이면 이 지연의 의미는 사라지게 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학연의 의미만큼은 남다르게 느껴진다. 같은 학교에서 또 같은 스승 밑에서 공부했을 뿐만 아니라 미숙한 젊음 속에 지내온 나날들, 유달리 우리들은 고등학교 시절을 가장 중요시 한다. 몸의 생식과 정신적 사고방식이 거의 구성되며, 이성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젊은 시절-이 추억의 저편이야말로 우리가 평생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평생 살아가는 것이다. 이렇듯 스스럼 없고 이해관계 없었던 시절을 되살리고, 그러했던 옛 추억들을 메마르고 탁한 현실과 함께 용광로에 넣어 일시나마 일심동체가 되어 과거로 돌아가 보고자 하는 모임이 바로 동창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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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교에는 야구팀이 있다. 아마도 중학교 3학년 때였던 것 같다. 마침 우리 학교 팀이 전국 경기에서 결승전까지 진출하게 되어 학교 측의 배려에 따라 공부를 일시 중단하고 교실에 걸려 있던 스피커로 중계를 들어가며 응원했던 일도 기억에 새롭다. 이러한 스포츠는 지금도 동문들의 뜨거운 관심사이고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는 선후배들의 중심추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래서 누구라 할 것 없이 동문들이 자발적으로 시합이 있는 곳이 먼 지역이라 하더라도 새벽같이 달려가고 있으며, 자구적으로 기꺼이 후원회 기금을 마련하기도 한다. 인천지역 사회의 이러한 스포츠 환경을 만드는 일은 야구 구도(球都)인 인천을 더욱 레벨업시키는 것이며 더 나아가 우리나라 야구의 저력을 일구는 데 일익을 담당하리라 믿는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교육에 있다고 한다. 세계 경제사를 다시 쓰고 있는 자동차·휴대전화·반도체·화학·철강·복합건설·조선 분야의 제조업 분야는 물론이고 케이팝과 비보이, 드라마, 온라인게임, 애니메이션 및 김치와 비빔밥 등의 세계화는 우리나라 국민의 교육열과 열정이 맺어 준 결실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각 고교 동창회마다 동문장학회를 설립하고 주머니를 털어 우수한 성적의 학생들과 경제적으로 어려운 후배들의 향학열을 드높여 줌은 정말 학연이라는 개념의 아름답고도 가장 큰 뜻이 아닐까 한다.
선우후락(先憂後樂)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자신보다 세상을 먼저 생각하는 지사(志士)의 마음씨를 이르는 말이다. ‘범중엄(范仲淹)’의 ‘악양루기(岳陽樓記)’에 나오는 말로, 근심되는 일은 남보다 앞서 근심하고 즐길 일은 남보다 나중에 즐긴다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만약 우리 사회가 온 국민의 부응과 합의하에 혈연·지연·학연의 이러한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뿌리를 내릴 수 있다면, 어느 국가의 국민보다도 더욱 우수함을 나타낼 수 있고 국가 간 경쟁력에서도 뛰어난 민족성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최근 117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모교의 총동창회 회장직을 맡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한참 기량이 미치지 못한 입장에서 맡게 되어 송구스러운 마음에서 동창회의 의미에 관해 잠시 소고(小考)해 보았다. 어찌됐든 집도, 회사도 인천에 있어 최대한 시간을 낼 수 있으니 준비하지 못한 부족함은 동창회의 매사에 직접 참여하는 성의로 대신하고 그래도 부족함은 아무래도 동문들의 협조와 참여를 구해야겠다.
2012년 07월 09일 (월)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댓글목록 0
고선호님의 댓글
회장님 늦게 인연이 된 만큼 잘 이끌어 주시길 간절이 바랍니다..그동안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동창회 일들을 의견수렴 잘 하셔서 멋진 회장님으로 오래토록 인고인들에게 남아 주실길 두손모아 기원합니다..사업도 더더욱 잘 되시길..
정태혁님의 댓글
최근동창회 일로 인한 무거운 마음을 읽는것 같습니다. 팔동회체육대회와 동문산악회에 참석하시여 동문들과 함께하는 동창회장으로서 많은 동문들의 관심과참여속에 인천고동창회의 밝은 미래를 열어주셨던 그모습이 지금도 제가슴에는 감동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습니다.초심을 잃지마시고 역대최고의회장이 되시길빕니다
정성국님의 댓글
처음 뵈었지만, 유신고와의 후반기 리그전 첫 게임 동문들과 차량함께 하시고, 모교정원과 식당에서 저녁식사까지 하신 회장님의 수수함과 배려심에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신문지상을 통해서까지, 동창회를 사랑하시는 모습 깊이 새겨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