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일왕(日王)(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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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2. 8.22)
조우성의 미추홀 - 일왕(日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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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겨울, 일왕 '히로히토(裕仁)'가 사경을 헤맬 때, 일본 전역에는 그의 쾌유를 비는 소위 '기장소(記帳所)'가 곳곳에 세워졌다. 언제나 그랬듯이 언론들은 앞장서서 국민적 자숙을 요구했다. 그들은 기장소에 인파가 넘친다고 떠들어댔다.
▶히로히토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1개월간 일본 열도에는 '꾸(菊) 터부'가 사라진 듯 보였다. '왕실에 대한 언급'을 금기시했던 분위기가 사라진 것이다.
▶그것은 히로히토의 죽음이 희미해져 간 왕실에 대한 민간인의 관심을 고양시킬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었다.(노마 필드, '죽어가는 천황의 나라에서' 1995년 창작과 비평사)
▶그렇듯 일본에는 살아있는 신(神) '천황'을 추종하는 이들이 득시글득시글하다. 어느 도시에서나 국화 문양을 상표처럼 그려 넣고, 지붕 위에 마이크를 몇 개씩 단 가두 선전차들이 내지르는 소리는 한결같이 '천황만세'다.
▶오늘의 일본이 신대로부터 황통을 이어받은 '천황 폐하'와 '이세신궁의 가호' 아래 가능했다고 믿는 이들이 상당수다. 그러나 지식인들 가운데는 역사적 진실에 괴로워하는 이들도 있다. 수년전 만난 '월간 한국문화'의 발행인 야마자키 준이치로(山崎順一郞) 씨도 그 중 한 사람이다.
▶필자가 어쩌다 도쿄에서 발행하는 그 잡지에 '항구의 도시 인천, 어제와 오늘, 내일'이란 글을 실은 직후, 고 송찬규 인천향우회 회장께서 우정 그를 인천으로 초청해 만났다. 옛 개항장을 안내하며 자연스럽게 나눈 이야기는 한일 관계였다.
▶유창한 통역 덕에 이야기의 심도가 깊어졌는데, 야마사키 씨는 고뇌에 찬 표정으로 "일본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나라가 정상화 되려면 천황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일왕 히로히토는 태평양전쟁 전후 2000여만명을 죽음에 내몰았다는 점에서 전범 제1호였는데, 전범재판에 세우지 않았던 것이나, 사후 그를 '평화를 사랑한 입헌군주였다'고 칭송했던 것은 역사적 패착이었다.
▶그것은 일본의 불운이었다. '천황제' 폐지의 기회를 놓친 후 전후 60여년이지났음에도 후대왕이 대한민국에 사과 한마디 못하고, '위안부 문제', '독도영유권 주장' 등에 묵묵부답하고 있는 것은 결국 일왕이 선택한 또 하나의 업보라는 생각이다.
/객원논설위원
2012년 08월 22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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