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의 중국산책/중국을 이기려면 뭘 해야 하나(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2. 8.14)
나채훈의 중국산책 /
중국을 이기려면 뭘 해야 하나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런던 올림픽 금메달 레이스에서 중국이 강세다. 그렇다고 중국을 훌륭한 나라라고 여길 사람은 지구촌에 별로 많지 않을 것 같다. 2010년도 노벨평화상을 반(反)체제인사 류사오보(劉曉波)에게 주기로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결정했을 때 중국 정부가 앙앙불락했을 때도 비슷했다. 더하여 올림픽에서 남녀 다이빙 8개 금메달을 독식하겠다는 중국의 의도에 대해서 지구촌은 실력이 있으니까 가져 가려니 했을 뿐 그리 속 편히 바라보고 있지는 않았던 듯싶다. 며칠 전 21세의 러시아 청년 자카로프가 남자 다이빙 3m 스프링보드 종목에서 중국 선수를 제쳤을 때 세계 유수의 언론들이 호들갑에 가까울 정도로 탄성을 내뱉은 것이 바로 그 증거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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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자카로프가 중국의 올림픽 다이빙의 금메달 행진을 막아냈다’(영국의 BBC), ‘자카로프가 중국의 금메달 석권 꿈을 깨뜨렸다’(미국의 워싱턴포스트), ‘러시아가 마침내 중국 다이빙의 금메달 석권을 저지했다’(AP통신)고 은연중 갈채를 보낸 것이다. 중국의 신화통신은 ‘런던에서 중국 다이빙 드림팀이 겪은 첫 좌절’이라고 응수했다.
중국을 ‘막아냈다’, ‘깨뜨렸다’, ‘저지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곰곰 되씹어 볼만하다. 그들은 분명 세계의 초강대국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인권(人權)을 무시하는 국가에 대하여 뭔가 하고 싶은 말이 꽤 많았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앞서 말한 노벨평화상의 경우도 세계 언론은 ‘지구상에서 가장 인권을 존중하는 나라 노르웨이에 대해서 압력을 행사하다니……그건 스스로 못난 나라임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따끔하게 일침을 놓았으나 더 이상의 강한 비판은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을 것으로 보는 것이 상식이다. 중국을 이긴다는 건 그만큼 출혈과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걸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우리 국회가 중국 공안에게 붙잡혀 고문을 당한 북한 인권운동가 김영환 씨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여야가 공동 발의한 일에 대해서도 적용해 볼 수 있다. 처음 이 사건이 알려졌을 때 우리 외교 당국은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뭣이 겁나서 소극적으로 대응하느냐는 일각의 지적이 여론의 호응을 받게 되자 뒤늦게 나섰다는 지적을 받아 마땅한 태도였다. 다행히 대다수 국회의원들이 이 고문 사건에 대해 중국 정부를 상대로 강력한 자세를 보인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발의를 주도한 성완종 선진통일당 원내대표의 말처럼 ‘중국 정부가 고문과 가혹행위에 대한 조사를 방해하거나 조사 결과 고문 등이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책임을 회피하면 국제사회의 엄청난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엄중 경고한다’는 표현은 별로 신뢰가 가지 않는다. 중국은 고문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으며 그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전무(全無)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회가 아무리 결의안을 내도 중국 당국이 콧방귀만 뀌고 있다면 어찌 대처할 것인가?
이런 염려는 외교부 발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달 27일 국회에서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7월 23일 기준으로 전 세계 우리 국민 1780명 정도가 수감돼 있으며 이 가운데 중국에 수감된 인원은 619명‘이라고 했다. 그런데 나흘 후 외교부의 조태영 대변인은 ”중국에 수감된 인원은 625명“이라고 정정했다. 정례 브리핑에서의 답변이었다. 이 숫자는 며칠 후 크게 바뀌었다. 8월 3일 중국에 수감돼 있는 우리 국민이 346명으로 집계되었다고 바꾼 것이다. 불과 십여 일 사이에 중국에 수감돼 있던 사람이 대거 풀려나서 그렇게 된 건지 통계의 오류인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외교부가 자국민 보호에 대해 기본적인 자세 자체가 안 돼 있다는 확실한 증거 아닌가.
요즘 런던에서 우리 선수단의 활약도 대단히 눈부시었다. 연일 금메달 소식이 들려오곤 했다. 그렇다고 우리 역시 들떠 환호만 지를 것인가. 우리 사회가 성숙한 시민의식, 책임 있는 자유, 남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잃고 요즘처럼 살기가 번뜩이는 이웃에 대한 저주, 방종과 질서 파괴, 진실을 짓밟는 거짓과 속임수가 횡행하는 한 아무리 금메달을 많이 따고, 연일 결의안을 내놓는다 해도 미래에 대한 희망은 물론 ‘이겼다’는 사실이 영원히 불가능한 신기루일지 모른다.
2012년 08월 14일 (화)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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