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의 중국산책/이매망량(魑魅魍魎 : 온갖 귀신)의 문구는…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2. 9.18)
나채훈의 중국산책/
이매망량(魑魅魍魎 : 온갖 귀신)의 문구는…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조어도(釣魚島 : 일본명 센카쿠열도)에 대한 중국인들의 시위에 ‘이매망량’이란 낯선 문구가 등장했다. 원래 중국어는 간단한 단어로 할 말을 다하는 경쟁력으로 손꼽힌다. 국제회의장 같은 곳에서 영어로 연설할 때 보면 다른 나라 기자들은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느라 바쁜데 중국 기자들은 그저 놀듯이 툭툭 몇 자 치는 것으로 해결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그 압축된 의미는 무얼까. 역사적으로 일본이 동북아에서 위세를 떨치기 시작하는 1894년에서 1905년 포츠머스 강화조약을 체결할 때까지 대략 10년간에 대한 의미다. 그때 일본은 지금의 영토 분쟁이 되고 있는 조어도를 비롯해 사할린 남부와 독도 등에 대해 지배권을 행사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그들이 볼 때 일본의 전쟁 귀신, 제국주의적 침략 귀신, 이웃 나라를 넘보는 자본 귀신, 오만방자한 탐욕 귀신 등등이 영토 분쟁에 도사리고 있다는 표현이다. ‘이매망량’에는 그런 뜻이 함축되어 있다고 믿는다는 말이다. 동북아시아 국가 중에서 일본이 근대화에 가장 먼저 성공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반도의 조선과 대륙의 청이 기득권에 기초한 구체제에 매달려 있을 때 그들은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하고 한 발 앞서 근대적 체제를 형성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힘으로 귀신같은 짓거리나 해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100년 전 동북아시아 근대화 모델이 일본이 일으킨 전쟁과 국수주의적 거대 자본 체제에 기초한 것이었다면 21세기의 세상은 그게 아니다. 냉전체제의 이완과 세계화·정보화의 추세는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고 있고, 일본의 경제력과 리더십은 크게 하락했다. 한반도가 분단되었으나 대한민국은 산업화·민주화를 이루어 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독립한 나라 가운데 우뚝 서게 되었고, 중국은 이제 제국과 반식민지의 구태를 말끔히 벗고 G2의 강대국으로 세계 무대를 주름잡고 있다. 도대체 일본 정도의 나라가 백여 년 전의 그 망령된 귀신들을 아직도 숭상하고 있는 걸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해서도 안 될 일임을 왜 모르는 걸까.
이런 몇 가지 상황에서 우리의 독도 문제 대처 방식과 중국 정부의 조어도 대처 방식은 되씹어 볼 여지가 많다. 이명박 대통령의 느닷없는 독도 방문으로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이 빚어지고 국민 감정이 고조되는 시기에 우리 정부의 뒤처리는 단순 이벤트 이상의 변화를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요미우리 신문을 비롯해 70개 중앙·지방지에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내용의 광고를 대대적으로 게재하기 시작했는데도 (그것도 일본 외무성 예산을 들여) 우리의 대응은 미적지근이다.
중국은 아니다. 조어도 일대를 영해 기선으로 선포한데 이어 순시선을 파견해 주권 행사에 들어갔다. 중국 국방부 대변인 명의의 강경한 성명까지 발표했다. “주권 보호를 위한 실행 방안이 마련돼 있으며 상황에 따라 실행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쟁 불사의 기백을 분명히 밝혔다. “중국 정부와 군대는 국가 영토와 주권을 수호하려는 결의와 의지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더하여 일본에 대한 경제적 보복 조치도 전개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2010년 일본과의 선박 충돌 사건으로 첨단 제품 생산에 필요한 희토류의 대일 수출 중단을 선언해 일본을 굴복시킨 바가 재현될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타이완 정부도 주일본 대표를 소환하기로 했으며 양국 간의 어업회담도 거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894년에서 1905년 사이에 동북아에서 벌어진 역사를 반복해서는 결코 안 된다. 우리는 중국보다 더 한 일본 귀신들의 망동에 나라를 송두리째 빼앗기지 않았던가. 향후 10년은 그 당시의 10년 이상으로 중요하다. 이제 한중 관계는 온갖 귀신 퇴치를 위해서라도 동반자로서 전략적 협력을 굳건히 다져야 할 때다. 두 나라는 안보 환경에서 협력해야 하고 경제 환경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하며 국민도 연대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100여년 전의 ‘그 10년 시대’만큼은 철저히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 역사는 어리석게도 반복되는 경향이 있으나 두 번 당하는 것은 정말 해서는 안 될 바보짓 아닌가.
2012년 09월 18일 (화)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