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친구(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2. 9.10)
조우성의 미추홀 - 친구
( 927 )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술친구'란 말이 있다. 술 마실 때만 어울리는 친구라는 뜻이다. 밥걱정 안하고 흥청망청 취중무천자(醉中舞天子)로 사귄 친구는 진정한 친구가 아니라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와 대비되어 '어려울 때의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영국 속담이 떠오른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도 친구 문제로 고민했던 것 같다. 그는 "친구처럼 보이는 사람은 대개 친구가 아니고, 그렇게 안 보이는 사람이 오히려 친구"라는 말을 남기고 있다.
▶시저와 브루투스도 우정관계로 고뇌했던 인물이었다. 시저는 세상의 평판이 어떻든 브루투스를 믿고 있었다. 그러나 브루투스는 시저의 가슴에 배신의 칼을꽂았다. '브루투스 너마저!'라며 말을 잇지 못한 채 시저는 비명에 갔다.
▶브루투스는 역사에 유명한 '광장 연설'에서 이렇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내가 시저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로마를 더 사랑한 때문이다. 여러분은 만인이 자유롭게 살기위해 시저가 죽는 것보다 시저가 살고 만인이 노예로 죽는 것을 더 원합니까? 시저는 야심가였기에 난 그를 죽였소." 브루투스는 '대의'를 말했지만, 그가 누린 것은 인생여로의 찰나에 지나지 않는 권력이었다.
▶사기열전에 나오는 '진여'와 '장이'도 넘어서는 안 될 강을 건넌 친구 사이였다. "장이와 나는 공이 같은데 지금 장이는 왕이 되고 나는후(侯)가 되었다. 이는 항우의 일처리가 공평치 않은 것이다."며 진여는 권력 앞에서 원수의 길을 택했다.
▶2011년 개봉돼 국민 1000만명이 관람한 깡패영화 '친구'도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부산지역 조폭들 내에서의 갈등을 소위 '의리'라는 것으로 미화하고 있지만, 결국은 골목길 권력을 둘러싼 암투 끝에 친구를 몸서리쳐지게 난자하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대선을 앞두고 권력의 언저리에서 일하던 법대 동창생간의 전화내용이 세상에 알려져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각기 주장하는 바처럼 '사퇴협박'인지, '풍문전달'인지는 두 사람만이 아는 진실이겠지만, 서로 '태섭아, 준길아' 하며 문자를 주고받은 걸 보면 하루이틀 사귄 사이는 아닌 것같다. 그런데도 한쪽은 친구라 하고, 다른 쪽은 아니라고 하니 이 역시 '친구비사(親舊悲事)'이다.
/주필
2012년 09월 10일 (월)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