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이현준(83회)[항동에서]/교원의 저성장 조직문화가 낳을 미래 교육의 우려(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2410.24.)
[항동에서] 교원의 저성장 조직문화가 낳을 미래 교육의 우려
/이현준 영화국제관광고등학교 교장
▲ 이현준 영화국제관광고등학교 교장
이케다 다이사쿠의 명언 100선 가운데 교사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은 언급이 있다. “교육의 원점은 교사다. 교사의 인격이 바로 교육이라는 가치를 창조하는 근원이다, 그러므로 교사야말로 최대의 교육환경이다.”
세월이 흘러도 교육에서 교사의 역할과 중요성은 부정할 수 없다. 훌륭한 교사와 건강한 교원 조직문화의 뒷받침 없이 훌륭한 교육 정책과 교육 과정, 교육 시설의 지원만으로 튼튼한 교육을 건축하는 일은 가능하지 않다.
대한민국은 가장 빠른 디지털 교육환경 변화 시대에 살면서 인류 역사상 교권이 가장 낮은 시대를 맞이한 교사에게 가장 높은 역량을 요구한다.
지칠 대로 지친 말에 채찍질하는모양새다. 끝없는 교권 추락과 악성 민원, 학점제로 인한 과중한 교과 부담, 디지털 업무 환경 대처와 업무 부담 폭증 등으로 인해 교사의 피로감은 위험 수위에 도달해 있다.
이러한 피로감은 중도 퇴직 교사의 증가, 5년 미만 저년차 교사의 중도 퇴직 급증, 장학사 등 전문 분야 지원 기피, 교대 등 교육 양성 기관 지원자의 수직 하락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 서이초 초임 교사가 세상을 떠난 2023년도 중도 퇴직한 교사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도 퇴직 교원은 2019년 6151명에서 서이초 사건 후인 2023년도에는 5년 전보다 23.9% 뛴 7626명에 달했다. 더 심각한 것은 5년 미만의 저년차 교원의 중도 퇴직의 비중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년차 교원은 2019년 226명에서 2023년도에는 5년 전보다 50.9% 증가한 341명이 교단을 떠났다.
신규 교원 임용 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대학알리미 공시 자료에 의하면 인천교대 등 10개 교대와 3개 초등교육과에서 각각 621명, 46명이 대부분 자퇴 등의 사유로 667명의 중도 탈락 학생이 발생했다. 교직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2025학년도 대입에서도 교대, 초등교육과는 모집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교육 정책의 중심 역할을 하는 장학사 등 교육 전문직 지원율이 급감하고 있다. 불과 수년 사이에 교단 현장에서 이탈하고, 수험생과 예비 교사 전공자들은 기피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이 현상을 단순히 봉급 등 처우 문제로 원인을 찾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필자는 이 문제를 교무실 안의 성장 욕구가 사라진 저성장 조직문화를 근본적인 원인으로 본다.
인간은 누구나 '성장 욕구'를 가지고 있다. 성장 욕구는 물리적, 내적으로 끊임없이 더 나은 무언가가 되려는 욕구를 의미한다. 조직 안에서 성장 욕구는 승진, 경제적 보상 등의 물리적 성장 욕구와 정신적인 내적 성장 욕구가 있다. 내적 성장 욕구는 자신이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는 것을 인지할 때 큰 행복을 느끼게 하는 정신적 욕구로 일에 몰입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교원의 저성장 조직문화의 문제는 내적 정상 욕구의 붕괴가 더 큰 비중이 있다. 평교사 아니면 교감, 교장 등의 관리직으로 구성된 단순한 직급체계이기 때문에 교사에게 승진 등의 물리적 성장 욕구는 매우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교원의 저성장 문화의 주요인은 내적인 성장 욕구의 상실에서 온 것이다. 교사 스스로 위대한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을 상실한 교단은 이탈과 기피의 대상이 된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2006년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의 일은 당신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진정으로 만족스러워하려면 자신이 위대한 일이라고 믿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교권이 붕괴하고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교사가 기본적인 훈육을 두려워하는 세상이 된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물리적 성장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보다 교사의 내적 성장 욕구의 회복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결단해야 한다. 교사가 교단에서 오늘 내가 하는 일이 위대한 일이라는 믿음이 회복되는 날에 교육의 희망이 보일 것이다.
2024.10.24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