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디케(Dike)의 혜안(慧眼)(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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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24. 9.12)
디케(Dike)의 혜안(慧眼)
/원현린 주필(主筆)
원현린 주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법관의 독립을 내세우며 소신 판결한 경우 그 법관은 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
법관이 작성하는 판결문이 정치권력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면 우리는 사법권(司法權)이 독립되었다고 말 할 수 없다.
내일은, 일제에 사법주권을 빼앗겼다가 대한민국이 1948년 9월 13일 미군정으로부터 사법권을 이양받음으로써 헌법기관인 대한민국 법원이 실질적으로 수립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정한 법원의 날이다.
필자는 누차에 걸쳐 해마다 법원의 날이 돌아오면 4월 25일 ‘법의 날’이 있는데 ‘새삼스럽게 무슨 법원의 날이냐’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었다. 기념일은 말 그대로 뜻 깊은 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모두(冒頭)에 법관을 비롯한 전 사법(司法) 종사자들에게 법원의 날을 맞아 축하의 말을 전한다. 사법부의 현주소와 법관의 자세 등을 약술해본다.
우리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이어 동법 제106조에서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명문화하고 있으며, 법원조직법 제46조에서도 같은 내용의 문구로 법관의 신분 보장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신분의 법관이 판결에 즈음하여 ‘법관은 양심에 따라 오로지 판결로 말한다’는 법언(法諺)을 아랑곳하지 않고 정치 성향에 좌우된다면 이는 법관의 사명을 망각한 것이다. 사법부의 독립과 법관의 양심을 저버리는 일이다.
사법부가 혹여나 정치권력에 휩쓸리거나 정치권의 압력에 의해 법관의 자세가 흐트러진다면 사법을 신뢰하는 국민 모두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 법과 원칙을 상실한 법원이라면 그곳은 사법부(司法府)가 아니라 사법부(死法腐)라 칭해야 옳다.
법정((法廷)에서 ‘자백(自白)은 증거의 왕’이다. 법복(法服)을 입고 재판에 임하는 모든 법관은 결정적 증거가 없는 한 자백을 신뢰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거짓 자백에 속아 진범(眞犯)이 아닌 무고(無故)한 사람을 유죄인으로 오판(誤判)하는 경우도 때론 있다. 법관은 아무리 삼심제도(三審制度)를 거친다 해도 오판의 위험성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흔히 무고한 사람에게 유죄를 선고하는 것만을 오판으로 인식한다.
이는 "열 사람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사람의 무고한 시민을 억울하게 유죄인으로 만들지 말라"는 법격언(法格言) 때문일 수도 있다. 실체적 진실을 찾지 못해 진범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경우도 크나큰 오판이 아닐 수 없다.
국내 법원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무고한 시민이 범인으로 몰려 유죄판결을 받아 억울한 옥살이를 한 기사가 왕왕 보도된다.
김민지 숙명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1989년 이후부터 2020년 1월까지 잘못된 유죄판결을 받은 사례가 이노센트 프로젝트에 의해 확인된 것만 375건이다.
피해자들은 평균 14년간 수감돼 있었고 이들 중 10%는 25년 이상 수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국립오판기록원의 경우는 DNA 재분석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밝혀진 오판 사례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다.
1989년부터 미국 내에서 밝혀진 오판 사례는 2023년 9월 현재 3천 370건에 이른다. 미국뿐만 아니라 북미를 비롯해 유럽과 아시아 국가에서도 오판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라고 교수신문에 적고 있다.
법관들도 ‘피고인이 진실로 유·무죄임을 아는 이는 오직 신(神)뿐이다’라는 말을 알고 있을 게다. 우리는 신에게 재판을 맡길 수 없다.
때문에 오판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민주국가라면 각국이 대부분 삼심제도를 두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삼심제도의 목적은 보다 정당한 판결로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하자는 데 있다.
거듭 언급하자면 완전무결한 신의 판결에 가까이 가기 위함에서다. 법원의 날을 맞아, 비록 두 눈은 안대로 가려져 있지만 정의(正義)의 여신(女神)으로 불리는 디케(Dike)의 혜안(慧眼)을 믿는다.
202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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