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출석부
고 이승윤 선배 회장님의 영전에 바칩니다.
본문
선배님의 뒤를 이은 총동창회 회장입니다.
정말이지 가장 국민들이 어려워 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배회장님의 서거 소식을 듣고 아연하였습니다. 지난해 회장님께서 저를 부르셔서 회장님 자택을 찾아뵈올 때만 하더라도 회장님께서 이렇게 빠르게 영면하시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회장님의 서거소식을 듣게 되면서 저의 머리 속에서는 선배 회장님과 있었던 지난 일들이 주마등같이 지나갔습니다. 1995. 10월에 15대 총선을 앞두고, 회장님께서 5선 국회의원에 도전하실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을 때의 일부터 말입니다. 저도 14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낙선하고, 낙선의 충격을 극복하기 위하여 절치부심하고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모색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를 한 상태였기 때문에 당시의 야당에서는 저를 영입케이스로 받아드렸고, 저에게 지역구를 선택하도록 요청을 받았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에서는 서구와 계양구, 그리고 연수구 중에서 선택하라고 하였습니다. 해서 저는 회장님에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전화를 드렸을 때, 회장님은 흔쾌하게 저를 환영하여 주셨고, 저는 회장님의 환대를 받으며 회장님의 금호 아파트 자택을 방문하였습니다. 당시 저는 회장님에게 ‘회장님께서 15대 총선에 출마를 하실 것인지?’를 여쭈었습니다. 당시 회장님은 저에게 더 이상 정치인의 길을 가지 않으시겠다고 하시고, 불출마 선언을 할 테니 도전해 보라고 격려 하셨습니다. 젊은 후배에게 기를 살려 주시는 덕담과 함께 말입니다.
선배와 후배가 한 지역구에서 싸우는 모습은 아름답지 못하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사전에 회장님에게 여쭈었던 것인데, 이 일이 저에게는 정말로 자랑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저의 총동창회에서도 선배와 후배가 한 지역구에서 싸운 사례가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시 제가 회장님에게 회장님의 의사를 여쭈었던 것이 정말 잘 한 일이었다고 생각되었고, 회장님도 두고 두고 저를 예뻐하셨던 일들이 기억납니다. 회장님은 두고두고 이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회장님의 학창 시절 인고에서 수석을 다툴 때의 패기와 기백 그리고 열정이 저에게 전달이 되는 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서울대 영문과를 입학하시고, 소위 서강학파의 원류로서 한국 경제학의 태두로서 자리를 잡으셨습니다. 그렇기에 당시 정치권에서 회장님을 부르셨고, 정치인으로서의 능력도 아울러 발휘하셨습니다. 당대 최고의 경제학자이셨으며, 정치인이었고, 바로 인고인이었던 사실이 정말이지 저와 같은 인천고 후배들에게는 회장님이 너무나 자랑스러웠습니다. 자랑스런 인고인의 표상이셨습니다.
그런 기억들이 새로웠고, 또한 지난해 저를 부르셔서, 회장님의 높은 뜻을 저에게 알려 주셨을 때, 뛸 듯이 기뻐했던 저의 마음과 그 때의 기록을 총동창회 홈페이지에 기록해 두었던 일들이 주마등같이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회장님의 영면 소식을 듣게 되니, 망연자실 그 자체였습니다.
회장님을 만나 뵈었던 사실 자체가 저에게는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총동창회 선배 회장님께서 저에게 자상하게 타이르시고, 인고의 미래를 걱정해주시던 모습들이 저에게는 큰 영광을 얻는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행운이었고, 자랑스러웠습니다. 회장님의 한마디 한마디는 저에게는 큰 감동이었습니다. 소중한 한편의 유지였습니다. 한편의 드라마를 엮어 놓은 마지막 드라마였다고 생각됩니다.
회장님의 인천고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지난 해 장학금을 쾌척하시겠다는 생각 속에서 저는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또한 회장님의 인천에 대한 열정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그리고 당시 인천의 경제 자유구역의 운용 문제를 놓고, 기획재정부와 인천시가 다툼을 벌일 때, 회장님께서는 경제 자유구역 문제를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혜안을 지적하였습니다. 그 혜안대로 이루어 졌더라면 지금의 인천 경제자유구역이 주거도시가 아니라 100년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멋진 경제 자유도시가 되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회장님의 인천에 대한 애정은 인천인으로서, 그리고 인고인으로서 그리고 인천 출신의 최초의 경제 수장으로서의 애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당시 지방지에 회장님의 사고와 같은 논조로 칼럼을 기고하기도 하였으나, 끝내 허사가 되었습니다. 지금의 인천 경제자유구역을 보면서 회장님의 인천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를 저는 느끼고 있습니다.
회장님의 배려로 계양구에 국회의원 출마를 하고, 그리고 인천에 대한 애정이 쌓여가기 시작한 것도 모두 회장님의 뒤를 따라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회장님의 뒤를 밟으려 해도 저의 발걸음이 둔하고 어리석어서 감히 따라갈 수 없었지만, 어쨌든 회장님과 인연을 맺게 된 것 자체로 저도 저의 인생에 큰 영광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평생 을 통하여, 학자로서, 정치인으로서, 그리고 나라의 큰 기둥으로서, 그 뜻이 굽어지지 않으셨던 회장님의 인생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저희들 인고인으로서는 정말이지 자랑스럽고, 뿌듯한 마음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회장님도 세월의 흐름 앞에서 이를 비켜가지 못하시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로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왜 이렇게 저를 우울하게 만드는지 모르겠습니다.
회장님은 인천고의 큰 별일 뿐만 아니라 나라의 큰 기둥이셨고, 보배이셨습니다. 한일관계를 소중히 여기시던 회장님의 모습들이 이제는 그리움의 뒤안길에서만 뵐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눈물이 앞섭니다.
인천고의 온 가족들이 애도하고, 추모하고, 눈물 흘리고 있습니다. 심정구 회장님께서는 친구이면서 선후배이고, 또한 정구를 같이 하였던 다정한 벗이었기에 빈소에 가고 싶은마음이 간절 하셨습니다. 감기 기운이 있으시고 노령이시라서 가고 싶지만 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고 하셨고, 이러한 마음을 아드님에게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안길원 회장님께서도 노령의 분들은 장례식에 오지 않도록 하였다는 안타가운 소식들 때문에 못가셨다고 하였습니다. 회장님의 주변에 이러한 사연들이 너무나 많았음을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장례식장은 코로나 19 사태로 인하여 너무나 썰렁한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회장님을 향한 인고인들의 추모 열기는 각종 단톡방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 드립니다.
문상을 마치고 나서, 회장님의 사위이신 김시현 변호사와 한동안 추모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침 김시현 변호사는 저와 연수원 14기 동기생으로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회장님의 삶의 흔적이 너무나 분명하셨고, 너무나 명쾌하셨기에 인고인들의 회장님에 대한 사랑은 식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장님께서 살아 계셔서 동문 장학회에 오셔서 축사를 하시던 일들이나, 좋지 않은 건강 속에서도 후배 회장을 챙겨 주시던 일들이 이제 다시는 겪을 수 없는 옛날 이야기로 남겨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애닯습니다.
그리고 문상을 마치고 내려 오면서 저는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사무실에 들려 자랑스러운 회장님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적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여 법률 사무소로 오게 되었고 이 글을 회장님에게 올립니다. 진실로 회장님이 자랑스럽습니다.
회장님을 보내드리면서 회장님 같은 분이 인천고에 나타났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는 인천고에 회장님 같은 분이 나타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회장님을 능가하는 후배들이 나타나기를 희망하는 것은 저만의 소망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진실로 존경받으시고, 진실로 인천을 사랑하셨고, 진실로 국가를 사랑하셨던 회장님의 유업을 받드는 많은 인고인들이 나타나기를 희망하는 마음을 이 자리를 빌려 해보게 됩니다.
회장님! 이제 다시는 회장님을 뵙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회장님의 장지가 천안공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 나마 위안이 되었습니다. 저의 아버님도 천안공원에 모셨기에, 천안공원을 갈 때마다 회장님을 추모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정말이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장님! 부디 편히 눈 감으시고, 회장님께서 못 다한 일들을 부족한 저희 후배들이 만분의 일이라도 따라가며 뒤를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자랑스런 인천고등학교의 16대, 17대 총동창회 회장으로서, 인천고 가족들을 대표하여 회장님에 대한 추모의 정을 온 마음으로 전달하고, 회장님을 잃은 인고 가족들의 슬픔을 위로하고 싶습니다. 유자녀들의 뜻만큼은 아니겠지만, 받아주시기를 바랍니다.
부디 편히 눈 감으시고, 영생 복락을 누리시면서 천국에서 후배들을 지켜보아주시기를 바랍니다.
2020. 3. 14.
인천고등학교 총동창회 회장 이기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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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한술님의 댓글
고인이되신 이승윤 (전)총동창회7대회장님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