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출석부
제 17대 총동창회장, 인사드립니다.
본문
무거운 발걸음을 내딪게 되었습니다.
17대 총동창회 회장으로 연임된 70회 이기문입니다. 힘겹게 16대의 임기를 마쳤습니다. 보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달렸습니다. 하지만 후임 총동창회 회장의 선임이 이루어지지 못하여 다시금 17대 총동창회 회장으로 선임되었습니다.
국내외의 상황이 녹록하지 않고, 개인의 정서적, 재정적 상황도 녹록하지 않으며, 최근 동문들의 총동창회에 대한 관심이 적어지는 추세에 있어 아주 힘든 시기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총동창회 총회에서 다시금 연임으로 신임을 보내주시고, 지지를 보내주신데 대하여 다시금 머리 숙여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총회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16대 임기 중에는 인고의 과거를 들추어 낸 자랑스런 인고의 선배님들을 발굴하는 일들을 해냈습니다. 그리고 인천고 인물사라는 옥동자를 낳았습니다. 이 부분은 인간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인고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그리고 우리 인고 동문들의 개인들의 삶이 지속되는 한 인물사는 향후 우리들의 보람이며, 우리들의 긍지가 될 것이며, 우리들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심정구 선배회장님께서 인물사 출간을 위하여 5,000,000원을 출연해주셨고, 총회 당시 이충구 선배님께서 인물사 출간을 위하여 또 다시 5,000,000원을 출연하여 주셔서 향후 인물사의 증보편의 발간은 큰 어려움 없이 이어질 것이고, 또한 2대 편찬위원장을 맡아 주신 72회 신연수 동문과 자료 수집을 맡아주기로 한 70회 이덕호 부회장에게도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특별히 총동창회 발전을 위하여 200만원을 출연해주신 56회의 배인홍 선배님에게도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인고는 이제 과거에 머물 수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가오는 17대 총동창회 임기 중에는 미래의 일을 계획하여 볼 생각입니다. 인고의 미래이며, 국가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여 볼 생각입니다.
저는 1994년 12월 아프리카 르완다 내전이 발생하였을 때, 당시 자이레라고 하는 나라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내전의 희생양이 된 르완다의 난민들이 모여 든 국경 도시 “고마”라고 하는 곳을 방문하였었습니다. 그리고 전쟁의 참상을 보았습니다. 크고 작은 전쟁으로 인하여 생명이 어느 한 순간 날라 가버리고, 남겨진 생명들의 삶은 하루 하루가 고달픈 여정에 있는 장면들을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우리의 국토에서 있었던 6. 25. 라는 전쟁과 같은 몸서리나는 일들은 한반도에서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굳히고 돌아온 일이 있었습니다.
3년의 피 말리던 전쟁이 멈춘 1953년, 우리는 잠시일거라 여겼던 분단의 아픔이 65년이 지난 2018년에도 치유되지 않은 채, 지속되고 있는 조국의 현실입니다. 다행이도2018년 4. 27. 남북의 정상이 만나고, 6. 12. 북미 정상이 만나 한반도의 평화를 움트려고 하는 시기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65년간 이루어졌던 대립의 피로함이 이제 평화의 한반도로 이어지게 되는 꿈을 꾸는 현실에 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희망의 꽃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문득 28년 전 1민족 2국가 중 하나였던 독일의 통일 프로세스가 떠올랐습니다. 긴 세월 여러 가지 노력과 회피가 반복되고 강대국들의 이권이 맞물리며 공전을 거듭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순간 일사천리로 단행되었던 통일의 순간이 그들에게는 현실로 다가왔고, 그 순간 핑크 프로이트의 더 월 공연을 보고 들으며 느꼈던 소름 돋던 감격의 순간이 있었음을 기억합니다.
우리 민족은 DMZ 철조망이 갈라져 지난 65년을 살아왔고, 이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다시 불러 볼 수 있다는 현실이 다가왔으며, 21회를 졸업하신 한상억 선배님의 그리운 금강산 노래를 다시금 크게 외쳐 불러 보는 시절이 다가 온 것입니다.
오늘 그러니까 2018년의 봄과 여름에는 언론을 비롯하여 인구에 회자되는 공통의 주제는 '통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65년간을 정전협정 체제 속에서 살아 온 우리 민족입니다. 여기 저기 희망찬 외침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실향의 아픔을 지닌 가족들, 순수 통일 염원자들, 경제적 기회 포착자들 그리고 권력에 특화된 세력가들까지 동조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통일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반대 목소리의 근원 역시 자본이나 정치적 기득권 세력들 중의 일부가 그 연원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저희는 민족의 명문 인천고의 졸업생으로서, 그리고 자랑스러운 21회 선배님이신 한상억 선배님의 후예로서, 이 통일의 문제를 조심스럽게 바라보며 민족의 통일이 이루어질 때까지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열차가 살아온다면 통일열차에 몸을 싣고 우리 인천고 동문들의 통일 의지를 내외에 알리는 행사를 계획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평양까지 가는 열차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런 행사를 계획하고 통일을 기원하는 이벤트에 참여한 후 다시 돌아오는 열차가 있다면 이러한 행사를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실천해 보고 싶습니다. 통일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러한 일을 구상해보고 있습니다.
6.25전쟁 당시 가장 치열한 전투로 꼽히는 백마고지 전적지를 방문해보고 우리들의 선배님들이신 학도의용대 선배님들의 가셨던 길을 순회하는 여행을 계획해보고 싶습니다. 철원 대마리 두루미회관도 방문해보고, 평화전망대, 6.25전쟁 때 파괴된 금강산 철길, 철책길 코스 걷기, 그리고 철책선 주변의 분단의 현장을 둘러보며 몸으로 체감 하는 행사를 가져보려고 합니다.
남북통일이 절대 선은 아니지만, 민족의 명문 인천고등학교 총동창회는 남북통일에 대비하여 우리들의 열린 마음을 갖도록 하는 행사를 기획해보는 것은 유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실현이 될지 안될지는 구상단계여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제 미래의 담론을 이야기하는 총동창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힘들어도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최선을 다하여 임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선배님 그리도 동문 여러분들이 도와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18. 7. 10.
17대 상인천중, 인천고등학교 총동창회 회장 이기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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