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Woman in Red
작성자 : 석광익
작성일 : 2006.05.04 07:07
조회수 : 1,305
본문
몇년 전 큰아이 고등학교 졸업 즈음에 썼던 글을 옮겨 봅니다
이제 내년이면 대학을 졸업하는 아이입니다.
.
.
.
.
서양 사람들은 (유럽은 모르겠지만 북미 사람들은)
고등학교 졸업을 상당한 영광으로 생각하며
따라서 아주 요란 뻑적하게(?) 졸업식을 치루는 관습이 있습니다.
벌써 졸업 6개여월 전부터 사진을 찍는다
졸업여행 예약을 한다 분주한데
그 하이라이트가 바로 졸업 1주일 전에 갖는 프롬(Prom) 입니다.
영화에서 보셨듯이
여자(여학생)가 파티 드레스로 예쁘게 차려입고 있으면
남자(남학생)가 정장 차림으로 와서 모셔가는,
바로 그런 졸업 댄스파티가 프롬입니다.
해서 남자친구 또는 여자친구가 없는 학생들은
프롬이 가까와 올수록 초초해 하게 되는데
영화에서는 주로 짝사랑 하던 같은 학교 여학생 혹은 남학생이
우여곡절 끝에 프롬 당일날 극적으로 파트너가 이루어져
결국엔 그날의 왕과 비로 뽑힌다는 류의 스토리로 전개가 됩니다.
하지만 이건 미국아이들 이야기이고
캐나다에서는 약간 다르게 프롬이 치루어 집니다.
여기선 친한 친구들 6-8명이 한 Group이 되는데
보통 남여 혼성구룹이지만 꼭이 반반일 필요는 없는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이들이 아침부터 미장원으로 신부화장집으로
몰려 다니다 오후 4시에 웨딩드레스 버금가는 (여자들은)
드레스로 치장하곤 한곳에 모여 사진찍고 난리들을 치다가
대절해 놓은 리무진을 타고
학교에서 마련한 다운타운 일류호텔 연회장으로 갑니다.
리무진 아시죠?
대통령이나 허리웃 스타들이 타고 다니는 대빵 긴차.
연회장에선 저녁먹고 자정까지 댄스파티가 진행되는데
이때 댄스가 시작되는 8시 30분 부터 꼭 한시간만
부모들이 초청되어 자리를 함께 하며
딸내미들과 춤을 추기도하고 아이의 친구, 선생님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호텔 파티가 끝난후에는 학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구룹별로 한 집에 초청이되 밤새 놀다가
다음날 새벽에나 집에 오게 되지요.
.
.
.
.
별 재미도 없는 얘기를 장황하게 길게도 늘어 놓았는데
어제가 바로 우리집 큰아이의 프롬이었다는 얘기를 하려다 보니
본의 아니게 서론이 길었습니다.
처음으로 아이의 프롬을 지켜보며 참으로 많은걸 느꼈습니다.
우선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이곳 교육제도는 많은 감동을 줍니다.
자녀들의 파티하는 모습이 어떠한지
부모가 직접 참관하고 참여하게 배려하는
학교측의 모습도 만족스럽지만
그 많은 학부모들을 문앞에서
일일이 악수해 주고 축하해 주는 교장, 교감선생님의
모습에선 권위 같은건 전혀 찾아 볼수가 없습니다.
우리애 학교의 경우엔 어제 호텔 파티 이후
졸업생 전체를 한 집에서 초청해 주었는데
그 많은 졸업생을 모두 초청해 준 한 학부모의
마음씀이나 밤을 새워서 그 뒷치닥거리를 자원해서
기꺼이해준 여러 학부모회 부모들의 성의에
아무것도 한것없는 나는 부끄럽기 조차 합니다.
.
.
.
어제 우리아인
장미빛 보다 더 붉고
포도주빛 보다 더 진한 빨간색의 드레스를 입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늘씬 늘씬한 많은 서양아이들 속에서도
돋보이는 듯 했습니다.
하는 짓이 노상 어린애 같아서 아이 취급만 해 왔는데
그런 성숙한 모습을 바라 보노라니 감개무량함 보다는
황당함과 혼란감이 앞섰더랬습니다.
아! 그 아인 더 이상
A Child in Red 가 아닌
A Woman in Red 였던겁니다.
해서 이젠 나도 그 아일 어른 대접을 해 주어야 할것 같습니다.
인격을 존중해 주고 의사를 존중해 주면서...........
.
.
.
오늘 새벽 5시반에 들어 왔는데 오후 3시엔 위슬러로
2박3일 졸업여행을 떠난답니다.
그리고 다음주 일요일 졸업식을 하지요.
.
.
.
어제 그 많고 많은 화려한 드레스의 공주들 중에
우리 아이가 단연 제일 예뻤습니다.
.
.
.
그렇습니다.
전 고슴도치일수 밖에 없습니다.......
.
.
Woman in Red, my Hannah!
You are the prettiest thing in the world!
I love you!
댓글목록 0
이환성(70회)님의 댓글
세상서 제일 아름다운 따님 두신 광익님...따님 아니 따봉입니다...축하드립니다..
이창열님의 댓글
부럽습니다. 저두 이렇게 잘 키우어야 하는데 ... 우리 교육제도 하 에서는 매일 공부하라는 말 밖에는 ...
윤용혁님의 댓글
광익아 딸내미 정말 예쁘게 잘 키웠구나.프롬이라는 의미도 알았고 동양적 미모로
빨간드레스가 더욱 돋보였겠구나. 축하한다.
한상철님의 댓글
Woman in love로 곧 바뀌겠네요!! 축하드립니다 선배님
최송배님의 댓글
의미있는 글이군요. 자녀들이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곤하지요.
이환성님의 댓글
광익님 출현으로 로망스는 5에서 마무리됩니다...
이동열님의 댓글
울아들이 오늘 논산에 입소햇는데,,,,그많은 아이들이 왜 그리 못났던지,,,울아덜이 젤 돋보이더이다.저두 오늘 고슴도치,,ㅋㅋㅋㅋㅋ
이순근님의 댓글
딸이 없는 아버지들이여 아내를 욕하지 마소, 당신의 실수이니까? 손녀나 기다리소서..
안남헌님의 댓글
딸만 둘인 저는 칭찬만 해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