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비얌
본문
비얌
뱀은 성서에서 사탄으로 여기며 이브를 부추겨
아담과 함께 선악과를 따먹게 하여 조물주가 노여워
저주를 내려 다리도 없이 늘 힘들게 배로 기어 다니게
된 것이라고 어릴 적 주일학교 선생님에게 귀담아 들었다.
혐오스럽게 혀를 두 갈래 내어 널름 거릴 때면 소름이
다 끼쳤다.
일곱 살적 더운 여름날 어머니는 나를 작은 할머니 댁
옆 작은 개울가로 데려 가시고는 옷을 벗겨 지푸라기
수세미로 온몸을 박박 문질러 때를 벗기고 흰 고무신만 신긴 채
알몸을 만들어 놓으시더니 어 가서 놀라하였다.
옷을 다 빨았으니 당장 대체해 입을 옷이 없었기 때문이다.
알몸이래도 신이 난 나는 작은 할머니 댁 뒤편 조그만 산에 올라
덤불 속 빨갛게 물든 산딸기를 따려는데 갑자기 발목이 따끔
거리더니 스르르 발잔등을 미끄러져가는 뱀을 보았다.
분명 뱀에 물린 것이 틀림없었다. 너무 징그럽고 무서웠다.
소스라치게 놀라 울며 빨래를 마치고 작은할머니 댁에서
수다를 떨고 계신 어머니에게 달려갔다.
발목에 뱀 이빨 자국 두 개가 선명하게 나 있었다.
급한 김에 어머니는 작은할머니 댁 부엌칼을 들고 와 칼끝으로
열십자를 내시더니 가차 없이 입으로 피를 빨아 내셨다.
둘째아들을 살리려는 어머니의 한없는 사랑이었다.
그 소란 중에도 작은 할머니께서 말 한마디를 휙 던지셨다.
“애야, 너 그래도 뱀이 고추를 물지 않아 다행이구나.”
옷을 다 벗었으니 그럴 수도 있었다.
그 무지막지한 부엌칼을 들고 와 칼집을 내고 흡혈귀처럼
피를 빨아 대시는 어머니가 더 무서웠지만 그래야만 산다니
꾹 참고 견디었다. 어머니의 정성 덕분에 별일 없이 살아났다.
내가 다니던 시골의 조그마한 학교 동편에 오래된 해 나무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무 수령이 수백 년은 족히 되어 보였다.
그런데 그 나무에 오래된 구렁이가 살고 있는 것을 마을사람들이
잡아먹었다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가 학수고대하던 소풍날이면 여지없이 비가
내렸다. 아이들은 그 구렁이가 한을 품어서 그렇다고 늘 우겼다.
봄이 되어 겨우내 얼었던 개울가의 흐르는 물이 목소리를 높일
때면 버들강아지도 살이 통통하게 올라 실바람에 한들 거렸다.
그 중에 실한 놈을 골라 호대기를 만들어 온 방을 불고 다녔다.
그러면 아버지께서는 집안에 뱀이 들어와 큰일 난다고 겁을 잔뜩 주셨다.
어느 일요일 날 성당뒤편 이웃집 마당이 평소와 달리 시끄러웠다.
궁금해 달려 가보니 동네 어른들이 내 키 정도의 아주 큰 구렁이를 잡아
솥을 걸고 물을 끓여 그 솥뚜껑을 열고 집어넣으려는데 그놈이 한 어른의
팔뚝을 휘감고 버티고 있었다. 힘이 대단하였다.
어른 서넛이 달려들어 가까스로 풀어 펄펄 끓는 물에 넣으니 솥뚜껑이
들썩 거려 큰 돌을 지질러 놓으니 잠시 후 조용해졌다.
한참을 끓인 후 어른들은 경월소주에 비비꼬여 죽어있는 그 구렁이를 밤나무
그늘 아래서 웃통을 벗고 배를 두드리며 맛있게 뜯어 먹고 있었다.
그 구렁이가 최후를 맞은 이유는 냉편이라는 산 아래 논에서 논김을 매던
동네 아주머니의 종아리를 휘감는 것을 그분의 남편이 달려들어 잡았다는
것이다.
삼형제가 대학을 동시에 다닐 수가 없어 동생은 군대를 가게 되었다.
그런데 복학날짜를 맞혀 빨리 간다는 것이 하필 해병대였다.
어머니는 뱀이 몸에 좋다는 것을 어디서 들으셨는지 쌀을 퍼주시며
동네에 수소문하여 백여 마리의 뱀을 동생에게 보약처럼 뱀탕을 만들어
끓여 먹였다.
동생은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지겹도록 숭늉마시 듯 그걸 들이 켰다.
그러나 살이 오르기커녕 동생의 얼굴이 점점 뱀처럼 닮아 갔지만 차마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몬도가네식이 따로 없었다.
드디어 입대하는 날,
용산역에서 동생을 떠나보내는 내 맘은 편치가 않았다.
말로는 “야! 뭐 같아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 훈련 시 오 분전 오 분후
생각을 하지마라.“하고 일렀어도 나의 마음은 타들어 가고 있었다.
키만 멀대 같이 큰 놈이 그 어려운 해병대 생활을 잘 버텨낼지 걱정부터 앞섰다.
“형! 나 이제 갈게.” 하는 동생에게 눈물을 절대로 보이지 않겠다는 나의 굳은
약속은 어느새 허물어져 동생 앞에서 그만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돌아서 뛰어가는 동생도 눈가를 훔치며 어깨를 들썩거렸다.
용산역 구내로 들어가 집합한 장정들은 벌써부터 “앉아! 일어서! 똑바로 못해!”
하는 기간 병들의 호통에 혼쭐이 나고 있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훈련을 받던 동생이 산악 훈련인 레펠 코스에서 앞에 밧줄을 타고 오르던 대원이
힘이 부쳐 떨어지며 동생의 머리를 치는 바람에 같이 떨어져 바위에 허리를
다쳐 병원으로 후송되었다는 것이다.
일설에는 키가 큰 동생이 중대 깃발을 들고 훈련 중 그 기를 쓰러트려
시범케이스로 걸려 5 파운드 곡괭이 자루로 엉덩이를 맞다 잘 못 맞아
허리를 다쳤다는 등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후배기수와 가까스로 훈련을 마친 동생은 자대에 배치됐으나 허리의 통증으로
군 생활을 힘들어 했다.
손을 써 고향집과 그래도 가까운 김포의 부대로 끌어 올렸으나 의무대로
반복하여 후송되었다.
형이 된 입장으로서 어머니가 꾸려 주시는 통닭을 들고 매주 면회를 갔다.
그렇게라도 동생을 위로 하고 싶었다.
그런데 거기서 아주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밤이면 후송된 자기를 비롯하여 동료를 괴롭히는 몹쓸 고참 기간 병들의
행태를 동생이 털어 놓았다.
성폭행을 하려 한다는 것이다.
일체 응하지 않으니 두들겨 맞기 일 쑤라는 것이다.
뒤통수를 누가 세게 때리는 것 같았다.
“에이 죽일 놈들!!! 더럽고 쓰레기 같은 인간 멸종들.” 당장 죽이고 싶은 분노를
억누르며 그 아픈 동생을 괴롭혔을 그 놈을 잡아 영창에 꼭 보내고 싶었고
총이라도 옆에 있으면 사살하고픈 심정이었다.
그러나 대학생인 내가 무슨 힘이 있으랴? 가슴을 칠 수 밖에 없었다.
다리에 마비증상까지 겹치니 결국 동생은 허리에 칼을 대고 디스크 수술을
받은 후 의병제대를 하고 말았다.
어머니는 땅을 치고 우셨다.
다 내 탓이다. 뱀은 사탄의 동물이라는데 내가 뭘 몰라 그리도 뱀을 먹여
보냈으니 그리 된 것이라고 심히 자책을 하셨다.
그래도 동생은 장가를 가 아이를 낳고 잘 사니 하느님께 감사할 뿐이다.
교도소를 제 집 드나 들 듯이 하던 사람이 동네 산에 그물막을 쳐 뱀의 씨를
말렸는데 그도 결국 제 명에 못 살고 산 속 움막에서 살다 추운 겨울 날 술을
먹고 자다 동사하여 그가 기르던 수십 마리의 개에게 시신을 훼손당한 채로
발견된 산골 동네의 충격적인 일도 있었다.
생태계를 교란시키다 큰 벌을 받은 것이다.
대학시절 강원도 영월 하계봉사 후 M.T를 가 텐트를 치는데 돌담에서 커다란
살무사가 튀어 나오니 여학생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다급한 이놈은 동강을 가로 지르려다 지쳐 떠내려가더니 다시 뭍으로 기어오르는
것을 수백 미터나 쫒아가 잡았다.
껍질을 벗겨 싸리나무에 감아 불에 구워 내가 좋아 했던 여학생 후배를 포함
후배들의 봉사 후 지친 체력을 위해 시식을 시킨 적이 있다.
소스라치게 놀래던 여학생들이 달려들어 오히려 더 잘 먹었다.
정작 뱀을 잡은 본인에게는 불에 탄 뱀 꼬리 한 조각만을 넘겨주었다.
언젠가 영등포 시장에서 뱀 장사의 허구를 지켜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의 속성과 심리 상태를 알고 싶었다.
“자 뱀이 왔어요. 뱀. 머리가 둘 달린 뱀입니다. 뱀.
밤이 무서운 분, 오줌줄기가 시원찮은 분, 어디 한번 잡셔봐.
애들은 가라! “
그러기를 30분이 지나고 한 시간이 넘도록 가짜 약만 팔려고 하지
도무지 보여주기로 했던 뱀은 결국 나오질 않았다.
그건 사기였다.
뱀이 의학적으로 몸에 좋다는 말은 없다.
오히려 뱀의 기생충에 사람이 감염되면 뇌나 눈의 망막에 종양을 일으킨다는
보고는 있다.
오늘도 뱀이 정력에 좋다고 입에 게거품을 물고 백사 운운하며 중국이나
태국까지 가서 뱀탕을 틀이 키는 돈 많은 양반들을 보면 참 한심한 생각이 든다.
기름진 얼굴에 배불뚝이나 하지 말고 차라리 운동을 하라.
그것이 최선의 보약이리라.
나는 이런 여행계획을 꿈꾸어 본다.
언젠가 아마존 강의 정글탐험으로 야생의 아나콘다를 내 손으로
직접 잡아 보고 싶다.
인터넷에서 사람과 소를 삼킨 커다란 아나콘다를 본적이 있다.
그래도 내 손으로 그놈을 한번 잡아 보고 싶다.
왜냐하면 어릴 적 뱀에게 물렸기에 멋지게 복수를 하고 싶다.
그러나 죽이지는 않겠다.
그것도 미물이나마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댓글목록 0
윤용혁님의 댓글
환성형님이 먼데 게시니 더욱 보고파 지는군요. 항시 건강하세요.꾸벅.
오윤제님의 댓글
뱀이 정력에 좋은지는 모르지만 약한 사람에게는 좋은것 같네요. 단언코 경험입니다.
지금 지리산 가서 뱀 못 잡죠. 겨울잠 자는 놈 영양실존데 먹어봐야 별무신통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에게 사면 최고죠
윤용혁님의 댓글
ㅎㅎㅎ 환성형님 광명 찾으셨군요. 금의환향을 축하 드립니다.
오선배님, 이효석씨네 꺼면 확실하겠군요. 객지에서 고생하시는 환성형님에게
한마리 사드리고 싶은 심정 굴뚝 같습니다.
차안수님의 댓글
용혁 선배님 동생이 결국은 의병제대하셨군요. 고생 무척 했겠네요. 그래도 건강하다니 다행입니다. 저와 비슷한 시기에 해병대에 입대한듯......433기
윤용혁님의 댓글
참 안수후배도 해병대출신이라 했지요? 고생만 죽도록한 동생생각에 마음이 무척 아팠다오. 좋은 시간 되시게.
이동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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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혁님의 댓글
동열형, 환성형의 객지 설음을 위해 강아지 고리 치듯이 반가워 하겠습니다.
정지용시인의 향수를 형님덕에 즐겨듣습니다. 감사합니다.
최병수님의 댓글
비암 - 비암장수는 69회 인물 김희태가 있지요. 목소리가 칼칼하면서 잘 했는 데. 아마도 진짜 뱀 장수도 도망 갔을 거야...지금도 부천에 살고 있는 데, 전시관 설치공사를 하는 사업을 잘하고 있답니다.
윤용혁님의 댓글
병수형님,69회 선배님들께서는 재주꾼이 많으시군요. 뱀장사 흉내 아무나 못내는데요. ㅎㅎㅎ 부천이라면 저의 동네 인데요. 유머의 선배님 이시군요.
인문형님, 강화에 다녀 오셨군요. 민물 뱀장어가 훨씬 낫지 않나 사료됩니다.
DHA등 자양강장의 보정식으로 스테미너에 그만이지요.
좋은 시간 되셨군요.
한상철님의 댓글
으하하 뱀이 보양에는 최고 입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별 도움이 않되지 만요...
최송배님의 댓글
김희태 선배님이 뱀장사 흉내를? 전에 한 번 뵙고 같이 술 한잔 했는데, 전혀 그런 모습을 못 느꼈었는데....
윤용혁님의 댓글
재준형님, 인일 홈피에서 이 글로 필화를 겪었답니다.사실성에 입각하여
어릴 적 옛 이야기를 순수히 올렸건만 감수성이 예민한 여학교 홈피라 한 분의 지적을 받고 심약한 저는 바로 그 글을 삭제 하였답니다. 자유와 다양성의 글도 신중하여야 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동열님의 댓글
그꺄이꺼,,몰 맘에 두시겠어요?? ㅎㅎㅎ
윤용혁님의 댓글
환성형님,재준형님,동열형님,넘 감사해요. 본가의 든든한 형님들이 저를 붙들어 주시네요.
재준형님 이메일 감사합니다. 바로 답장을 보냈어요. 제 솔직한 심정을 그대로 담았어요.
한번 열어 보세요. 좋은 시간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