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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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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들
초교를 졸업하여 각자 흩어져 살다가 30년 만에
동창회를 인천에서 가졌다.
코흘리개들이 자라 가정을 꾸리고 각자의 영역에서
열심히 살아온 흔적을 얼굴에 남긴 채 속속 약속 장소에
나타났다.
집안이 가난해 도시락을 못 싸와 강냉이 가루를 받거나
맛없는 빵을 점심대신 받던 아이, 나머지 공부를 도 맡던 아이,
늘 말썽을 일으켜 담임선생님에게 종아리를 내 놓던 아이,
누런 코를 연신 들이키던 곤쟁이 장수 여자아이, 글짓기를
잘하던 아이, 노래를 잘 부르고 그림을 잘 그리던 아이,
이가 득실대던 아이, 목과 발에 새까만 때로 얼룩졌던
아이들은 자라 넥타이를 매고 고급 블라우스를 걸친 채
나타나니 그 옛날 강화 시골에서 개구리 잡던 모습들이
아니었다.
고향지킴이로 농사를 짓는 친구는 마디가 굵은 투박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며 얼굴을 까맣게 그을린 채 소박하게
웃는 모습에 정겨움이 넘쳐흘렀다.
한둘을 제외하고는 살아있어 참 고마웠다.
그런데 한 여자 친구가 흰색그랜저를 끌고 동창회장에
나타났다. 흰색양장에 링이 큰 귀걸이, 알이 굵은 진주
목걸이에 명품가방을 중무장한 채 화려하게 등장하였다.
귀부인임에 틀림없었다.
졸업 후 처음 만나는 몇몇 남자친구들은 선생님께 인사드리라는
속임수에 넘어가 그 여자 친구에게 꾸뻑 절을 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아까부터 장내를 휘어잡던 그 여자애는 급기야 동창남학생들에게
술잔을 던지며 “야 촌놈들아! 술 받아! 언제 적 니들이
맥주 마셨냐? 막걸리나 먹던 놈들이 출세했네.“
하며 비꼬기 시작했다.
자기는 먹지도 않으면서 폭탄주를 제조해 좌우로 돌리니
남자친구들은 도망을 가고 다른 여자 친구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급기야 남자애들이 못났느니 마니 하더니만 자기랑 친했던
여자애들 넷을 데리고 자기가 멋진 곳에 가서 술을 산다며
차를 끌고 먼저 가 버렸다.
속이 빈 깡통이 원래 요란하기 마련인데 그 친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초대 동창회장을 맡은 나로서는 그 광경에 웃음뿐이 안 나왔다.
칡뿌리를 캐 먹고 영양실조로 부스럼을 달고 살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새삼 여기서 잘살든 못살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혹시나
마음에 상처를 줄 것 같아 안타까웠다.
다음날 약국으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어제 먼저 나갔던 여자 친구들이 그랜저를 몰고 온 여자애의
꼴불견에 속이 터져 술집에서 술상이 엎어지는 등 머리채를
잡고 대판 싸웠다는 것이다.
얼마나 자랑을 하고 속을 뒤집던지 다혈질의 다른 여자애가
못 참고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전화통을 잡은 나는 한바탕 배꼽이 빠지도록 웃음보를 터트렸다.
상상이 가고도 남을 일이였다.
오히려 그 여자 친구에게 동정이 갔다.
어릴 적 얼마나 어렵게 살았기에 이제와 살만하니 지난 과거를
보상받고 잊고 싶어 애꿎은 동창들에게 과시를 하다 큰 실수를
저질렀으니 실소를 머금게 하였다.
초등학교 친구면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공유하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에서 공통분모를 찾아야 하는데 아무튼 씁쓸하였다.
얼마 전 딸아이가 타고 다니던 마티즈를 신형 프라이드로 바꿔
줄 일이 있어 차를 넘기느라 나는 택시를 타고 퇴근을 하는데
운전기사와 신형 프라이드 차에 관해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운전기사는 차를 바꾸셨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니 전에는
무엇을 탔냐고 하기에 마티즈라고 하였더니 아주 측은한
표정으로 “잘하셨어요. 남들이 좀 그래서 그렇지 잘 사셨어요.”
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남들이 좀 그래서 그렇지는 또 무슨 말인가?
지천명에 들어선 나를 차로 평가하려는 것 같이 들렸다.
세상은 왜 보이는 것으로만 가지고 대접하려는지 모르겠다.
큰 차, 큰 집, 무엇을 걸쳤느냐,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차별을
하려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실사구시의 생을 살려고 해도 주변의 눈총이 따갑다.
무엇을 가졌느냐 보다도 그분이 어떤 생을 살고 있는 지로
평가받는 사회를 꿈꾸어 본다.
개인도 나라살림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꾸려가서는 안 되리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나는 좋다.
어떻든 인간은 평등하지 않은가?
댓글목록 0
윤인문(74회)님의 댓글
우리나라만 중형자동차가 즐비하지 유럽은 소형차만 굴러다니드만..자동차는 사치품이 아녀..소모품이지..잘하셨네 용혁후배..자동차에 이상있으면 나한테 자문받게나..내 소지자격증이 자동차정비기사1급,자동차검사기사1급,자동차정비기능사,자동차검사기능사를 갖고 있다네..공고자동차과 교사로 있을때 딴것임
차안수님의 댓글
아~ 그런 친구 만나면 열나죠. 저같으면 초장에 엎었을 겁니다. 외향을 중시하는 사람은 별로거든요....
이동열님의 댓글
세상이 그녀를 바꿔 좋았겠죠,,,ㅉㅉ
오윤제님의 댓글
누구는 세상을 바꾸려하는데 ㅉㅉ .5천만 60십억이 제각각이니 세상이 살맛나는 것이겠죠.옳소옳소만 들어봐요. 기계요 로보트지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면 나는 어땠을까 무슨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있겠지 필름 끊어지는 현상이 요즈음은 더 빨리 오데요
이환성(70회)님의 댓글
지금 빅(大)쇼를 올렸습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