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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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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이야기
어제저녁 약국을 이전 개업한 친구가 있어 동기회
총무를 맡고 있는 나는 가까운 곳에서 약국을 하는
동기내외를 태우고 축하차 갔다.
새 건물에 인테리어가 잘 된 큰 약국이었다.
그런데 친구가 묻지도 않았는데 나는 철새아빠라고
자기 자신을 그렇게 불렀다.
이유는 아내가 한 달 전 뉴질랜드로 유학을 떠나는
중학생인 아들을 데리고 그곳으로 가 구정 때나
돌아오기 때문에 기러기 아빠라 부르지 말고 철새아빠라고
불러 달라는 것이다.
기러기보다는 철새가 돌아오는 횟수가 많으니 그렇다는데
듣는 나로서는 그게 그거인 것 같았다.
뒤풀이로 술이 서너 잔 돌자 자연스레 화제가 친구들의
부부이야기로 흘러갔다.
6년 전 캐나다로 두 아이를 데리고 친구인 남편만 남겨두고
이민을 간 친구 아내가 캐나다 학교의 아이들 담임과 면담 시
아이들 문제는 제쳐놓고 친구 부부의 떨어져 사는 것에 대해
면담시간을 대부분 할애하였으며 그들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것이었다.
한국적 사고로 아이들 교육을 위해 부부가 희생하며
떨어져 사는 것에 대해 아주 신기해하며 두 사람 사이에 혹시
문제가 있지나 않나 그것만을 걱정하였다는 것이다.
기러기 아빠인 친구 왈, 아내가 전에는 그래도 일 년에 두 번
정도 한국에 오더니 최근에는 일 년에 한번 꼴로 오고 있으며
그곳 캐나나 생활에 익숙해져 지금은 오히려 자기 자신과의
생활을 불편해 하는 것 같다며 하소연 했다.
그래서 매번 아내가 출국할 때가되면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리다 다투었으며 요즘 괜히 한숨과 짜증만 난다는 것이다.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지 회의를 자주 느낀다는 것이다.
모인 친구들은 뚜렷이 해줄 말이 별로 없어 안타까워했다.
이에 친구하나가 말을 거들었다.
자기도 이번에 기러기아빠가 될 뻔 했는데 아내에게 단호히
말했다는 것이다.
아이의 유학을 위해 당신도 간다면 아예 이혼도장을 찍고 가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그 친구의 아내는 일주일만 시간을 달라고 하더니 삼일 만에
손을 들고 포기했다는 것이다.
자기는 단 하루라도 떨어져 살기 싫다는 것이다.
도중 재치 있는 한 친구가 분위기 전환을 위해 다른 친구네
부부이야기를 꺼냈다.
신혼시절부터 사니마니 부부싸움을 잘하던 친구네가 요즘 깨가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 그 친구의 부부이야기를 꺼낸 친구와 나랑 한 팀이
되어 테니스를 쳤는데 이 친구가 갑자기 상대팀에 있는 부부싸움을
잘한다는 친구에게 갑자기 맹꽁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
아니 맹꽤이라고 불렀다.
이에 그 친구가 눈을 하얗게 뜨고 정색을 하며 다시 또 그렇게
부르면 라켓으로 혼내주겠다고 단단히 벼르기에 가까스로 말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친구 내가 보기에도 키가 땅딸막하며 배가 불룩 나온 것이
금복주 같아 친구 말이 맞았다.
최근에 그 배를 집어넣기 위해 마라톤에 광적으로 매달리는데도
배만은 절대로 꺼지지 않았다.
그렇게 운동을 하는데도 배가 왜 안 꺼지는지 이유에 대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대부분 모였던 친구들은 “스모선수처럼 배가 근육으로 뭉쳤거나
아니면 체질적으로 그럴 것이다.“라고 답을 하였다.
그러나 그 친구는 아니라고 했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19세 이하 청취 불가인, 친구 아내가
밤마다 입으로 불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술자리가 발칵 뒤집어 졌다.
어제 참석하지 못한 친구부부가 하나 더 있다.
그 친구네는 학창시절 약대내 캠퍼스커플로 소문난
잉꼬 부부였는데 아내가 수 년 전부터 난소암으로 투병중이다.
난 늘 나의 동기이자 친구의 부인을 위해 간절히 중보기도를
드리는 중이다.
언젠가 여름날밤 부천의 여우고개 카페모임에서 내가 기타로
노래 불렀을 때 너무나도 즐거워하던 참 눈이 해 맑은 소녀 같은
마음씨의 동기가 너무나도 힘든 과정을 눈물로써 버텨가고 있다.
성당이든 잠자리에 들기 전이라도 제발 암을 극복하고
남편과 함께 동기들의 모임에 참석할 수 있기를 항시 기도하였다.
남자 친구는 아내의 간병을 위해 잘 되던 약국도 접었고
간신히 방안에서만 움직이는 아내의 수발이 되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생활을 위해 개업할 생각도 못하고 있다.
아니 안하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언제 떠날지 모르는 아내와 같이 할 시간이
너무나도 아쉽고 짧기에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오늘도 이별 아닌 이별연습을 하는 친구를 보면 참으로 안타깝고
마음이 아파 가슴이 저민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말고 기적처럼 일어나 동기들 곁에 반갑게 나올
날 만을 손꼽아 기다릴 뿐이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유행하듯이 남성들이 이 대목에 유의하여야겠다.
오늘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배우자는 나의 마지막 소중한 고객이라는 사실이다.
고객에게는 절대 화를 낼 수 없듯이 부부관계는 가급적 이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늘이 둘을 갈라놓기 까지 열심히 사랑하는 실과 바늘이 되어 서로
대접하는 배려의 동행자가 되고 싶다.
오늘 저녁 배드민턴장에서 집사람과 그 답을 구하고자 한다.
댓글목록 0
이환성(70회)님의 댓글
용혁님發 新刊 오랫만 받아보니 방가워요..
찬스님배는 아내가 밤마다 입으로 불어서 그렇다?
저는 기러기도 철새도 못됩니다..
그저 남들이 딱따口李라 부릅디다..
오윤제님의 댓글
부부의 정이 진하게 날라옵니다. 빛과 그림자되어 함께 하는 배드민턴이나 보링이나 등산을 樂으로 해로하기를 저절로 나옵니다
김태희(101)님의 댓글
<embed src="http://jk13.codns.com/video/hanmp3/시인과촌장-가시나무새.mp3" loop=-1 width=70 height=25>..시인과 촌장-가시나무 새<br>
김태희(101)님의 댓글
50대가 되면 아이들 군대가고 대학가고 가족의 자연해체가 이뤄져 고독해지는데 3,40대에도 가족해체로 고민하는 가정이 많으니...<br>인생은 이래저래 고독...암투병중인 가정이 안타깝습니다.<br>부부의 노후자금 먼저 떼어놓고 남은돈으로 자녀에게 투자하라더군요,,전문가들이....
이동열님의 댓글
우린 모지? 암생각없이 살앗으니,,,
차안수님의 댓글
환성 선배님이 그것을 어떻게 알았지? 이제 그만 불라고 해야지.....
이환성(70회)님의 댓글
환성 선배님이 그것을 어떻게 알았지? 혹시 오해할수도있어 삭제하러 들어왔는데..안수님이 한술『상』 차려놓네요..요즘 바쁜가봐...
崔秉秀(69回)님의 댓글
결국 슬픈 [암 이야기]로...근데 `암`은 불치병이 아니지요. 6년전에 돌아가신 어머님께서는 30년 동안 5번 수술하셨고, 암은 다 나으셨었는 데.. 다른 일로 돌아가셨지요. `암은 주위 분들의 사랑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느냐`에 달려 있지요. 꾸준하게 사랑하면 결국 모든 역경 다 이겨 낼 수 있지요.
劉載峻 67回님의 댓글
기러기 가족이 대 다수는 아니다 극히 일부다 대 다수인 우리가 만류해야 한다 득 보다 손실인 폐악이 많아서 이다 가정을 바탕으로 전인교육이 되어야 한다 이산 가족도 결손 가정인데 외국어만 잘 하는 자녀가 무슨 전인교육을 달성할 수 있겠는가 20년전 홍콩에서 유행했던 사회상 지금은 없어졌다 사회 발전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