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발표작 - 조약돌
본문
뭔가 희망을 안기는 올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헐뜯기를 일삼고, 남을 칭찬하기에 인색하기보다는
서로 더불어 사는 삶이 각광 받는 시절이 되었으면.......
저 혼자 잘났다고 우기며 목에 기부스를 한 듯 교만을
떨지 말고 '겸손'과 '겸허'를 한 줌이라도 손에 쥘 수 있다면
...... 조약돌처럼 말입니다.
오늘은 강가나 냇가에 나가 조약돌을 주워 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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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우 곤
시간이 좀 있어 도서관에 들렀다가 집으로 가기 위해 공원을 지날 때였다.
한 여인이 내 곁을 지나며 “이미 헤어졌으면 그만이지 왜 자꾸 찾아와 날 못살게 굴어. 애는 내가 키우겠다는 데도.” 하고 사뭇 화가 난 말투로 종종걸음을 쳤다. 바로 그때, 몇 미터 뒤에서 3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허름한 점퍼차림의 한 사내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좀 전에 앞서가는 그 여인에게로 어슬렁거리며 뒤쫓아가는 게 아닌가.
이로 미루어 보건대 그들은 별거 중이거나 이혼한 사이가 아닌가 하는 짐작이 갔다. 그럼에도 남편이 그 여인이 양육하는 자식을 내놓으라고 귀찮게시리 조르는 모양 같았다. 나는 그들의 쫓고 쫓기는 모습을 보면서 사뭇 걸음이 무거웠다. 어지간하면 오순도순 함께 살아갈 것이지 왜 저렇게 원수같이 여기고 등을 돌리며 갈라서야만 했을까. 사람이 살면 얼마나 산다고 말이다. 나는 입술을 지그시 누르며 묵연히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날이 갈수록 급한 물살을 타듯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다니 심각한 사회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통계청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혼인율과 이혼율에 대한 통계가 하루 평균 840쌍이 결혼하고 398쌍이 이혼할 정도라고 한다. 의외로 높은 공식적인 수치에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게다가 예전엔 이혼 사유의 단연 1위가 부부간에 서로 다른 가치관과 성격으로 빚어지는 갈등 즉, 성격 차이였는데 이제는 장기간에 걸친 경제 침체로 말미암아 그것을 역전시킬 가능성도 점차 짙어지고 있단다.
이러고 보면 기독교 경전의 ‘잠언’에 나오는 “네 샘으로 복되게 하라. 네가 젊어서 취한 아내를 즐거워 하라. 그는 사랑스러운 암사슴 같고 아름다운 암노루 같으니 너는 그 품을 항상 족하게 여기며 그 사랑을 연모하라.”의 말이 무색해질 정도다. 특히, 젊은 층의 이혼율이 급증하는 것은 자못 가슴이 아프다. 이는 인터넷 세대인 그들의 조급함과 이기주의가 빚어낸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마치 쉽게 달궈졌다 금방 싸늘하게 식어버리는 냄비를 보는 듯하다. 왜 사는 것에 좀 느긋함과 역지사지하는 마음을 갖지 못하는 걸까.
이따금 냇가나 강가에 가면 조그만 조약돌을 볼 수가 있다. 손에 쥐면 여인의 살결처럼 부드러운 감촉을 주기도 하고, 그것을 주워 주머니에 넣고 다녀도 마치 허물조차 감싸줄 수 있는 오래 사귄 친구와 함께 있는 듯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처음엔 조약돌도 거대한 바위에서 떨어져 나올 때는 모양새가 거칠고 모났을 것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강물과 냇물에 씻기다 보니 그 울퉁불퉁하던 모습도 이리 닳고 저리 닳아 사람이 손에 쥐기 딱 좋도록 그렇게 변해 버렸다 아니할 수 없다.
나는 그것을 볼 때마다 부부는 늙어갈수록 서로 닮는다는 말이 떠오른다. 부부란 서로 부모의 품을 떠나 가정을 이룬 이성지합(異姓之合) 아닌가. 처음엔 살아온 가정 환경이 다르다 보니 종종 부부싸움도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오래 살을 맞대고 살다 보면 서로 얼굴 표정과 눈빛만 봐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혹은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알 수가 있게 된다.
꽤나 오랜 전, 직장 관계로 지방인 강릉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일이다. 당시 나는 직원들과 어울려 볼링을 꽤나 즐겼다. 퇴근하고 나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볼링장으로 뻔질나게 드나들 정도였다. 어느 때던가, 그 날도 직원들과 함께 볼링을 치고 있던 중 우연히 옆 레인을 보게 되었다. 거기서 백발의 노부부가 서로 즐겁게 웃으며 볼링을 치고 있는 게 아닌가. 서로 잘 치든 못 치든 관계없이 손뼉을 마주쳐 주는 모습이 젊은이들 못지않았다.
질투를 느끼게 할 정도로 다정다감하기 이를 데 없는 그 모습이 하도 인상적이어서 지금도 바로 어제의 일인 듯 눈에 선히 밟힌다. 그때 문득 늙어도 곱게 늙는다는 것이 바로 저것이야 하는 생각이 오래도록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부부간에도 건전하고 동일한 취미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포츠나 등산이든 혹은 영화 관람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그래야 서로 따뜻한 애정과 깊은 이해심이 동하지 않겠는가. 어차피 인생이란 배를 둘이서 함께 타고 가야 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물론 사노라면 갖가지 난관에 부닥칠 때가 있다. 이럴수록 서로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그것을 헤치고 나가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부간에 이해의 폭을 넓힌다면 아무리 어려운 일도 얽히고 설킨 실 타래가 풀리듯 풀리지 않겠는가. 그것이 바로 부부가 진정 부부답게 사는 길이요, 가정을 올바르게 꾸려가는 비결인 것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가치가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부부도 모름지기 함께 살아있을 때 서로 아끼고 위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 손에 쥐면 부드러운 감촉과 친근감을 주는 조약돌처럼 살아야 한다. 끈끈한 정도 따뜻한 이해와 존경이 오고 갈 때 시나브로 쌓이는 게 아닐까. 그래야 나중에 죽어서 만나더라도 결코 부끄럽지 않을 것이기에 말이다.
문득 ‘미움은 다툼을 일으켜도 사랑은 모든 허물을 가리우느니라.’라는 말이 떠오른다. 기독교 경전인 성경 중 ‘잠언’ 10장 12절에 나오는 말이다. 좀 어렵고 힘들더라도 될 수 있으면 미운 감정보다 사랑하는 감정을 갖기에 서로 힘쓴다면 보이지 않는 깨달음과 함께 생활에 윤기가 흐르지 않겠는가. 그것이 바로 가정을 화목케 하는 지름길인 것이다.
이것을 생각하자 앞서간 두 남녀의 모습이 여간 을씨년스럽지 않았다. 흡사 슬픈 영화를 보고 났을 때의 잔상처럼 눈에 자꾸 밟혀왔다. 하여 나는 그것을 지우기라도 하려는 듯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일부러 백화점에 들렀다. 아내가 평소 좋아하는 것을 사고자 함이었다. 그리고 길지 않은 인생이지만 사는 동안 아내와 함께 조약돌처럼 살고 싶은 마음이 가슴속에 불붙듯이 일어남을 어쩌지 못했다.
(2003. 12)
댓글목록 0
오윤제님의 댓글
닳고 닳은 조약돌은 반짝 반짝 빛나고 윤기가 나지요. 볼링하는 백발의 노부부를 닮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네요. 졸졸 흐르는 시내물 같이 정이 흐르네요.
윤용혁님의 댓글
오윤제 선배님, 조약돌처럼 모나지 않고 삶이 반짝이는 부부의 동행길이 되고자 합니다.
매사 역지사지로 생각하면 다툼없는 평화의 가정이 되겠지요.
노부부의 향기나는 모습을 보며 닮아 가도록 노력하렵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윤인문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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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문님의 댓글
우리 인고 박상규 선배 "조약돌" 노래를 올렸는데 뭔가 잘못 됐나 봅니다. 여백을 많이 차지하여 삭제를 하려해도 안되는군요.쩝..2007년도 우리 조약돌처럼 갈고 닦아 갑시다.
崔秉秀(69回)님의 댓글
박상규 선배님의 - 조약돌 - 들을 때마다 편안하게 느껴지는 노래지요. 조약돌[stone]마사지 받은 기분이네요. 이제 심신이 편안해졌습니다... 태희님은 불량이 아닐텐 데.. 자꾸 삐뚤로 나가시는 걸 좋아 하시넴..ㅋㅋㅋ...
이환성(70회)님의 댓글
아내와 함께 조약돌처럼 살고 싶은 마음=名品
성기상님의 댓글
노래방에서 자주 부르던 노래에 동감의 글. 감사.
이환성(70회)님의 댓글
발신:USA SUPERIOR COURT 명령;-환성 송별연 재개 ===> 인사동올핸 돼지떡만발..병수님 년말에 불우이웃(?)돕더니만..쓴대로 걷어들입니다..수신:휘철님 신년불우이웃돕기에..참조:性님 세금은 인사동서 내주시지...ㅋㅋ
차안수님의 댓글
부부가 같은 취미을 갖고 있으면 좋은데...낚시와 등산은 서로 다르고, 볼링을 다시 시작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