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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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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일기
고향 시골동네에 초상이 나 어제 저녁 강화에 갔다.
조그만 산골 동네에서 아버지를 포함 다섯 분의 교장선생님을
배출하였는데 둘째아버님은 몇 년 전 돌아가셨고 그분과 동갑이신
나의 초등학교 졸업반시절 교장선생님으로 계시던 분이 향년 90세로
일기를 마치셨다.
매년 형님과 그 분께 세배를 드렸는데 올해는 아프신 관계로
새해 문안 인사를 못 드렸던 차에 돌아가신 것이다.
깜깜한 밤 산골마을 좁은 길에 차들이 늘어져 있어 그걸 피해 가려다
하마터면 고랑에 차를 빠트릴 번 하니 일진이 별로 좋지 않았다.
늦은 밤 가까스로 고향집을 찾으니 형과 동생이 먼저 와 문상을
마쳤고 부모님과 함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표정들이 모두 어두웠다. 그간 어머니를 보살펴 주시던 사촌형수가
너무 힘들어 내일까지만 일을 하고 그만두기로 해 대책을 논하고 있었다.
전에 읍에서 온 파출부 아주머니를 쓸까 아니면 아버지 말씀대로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부탁할까, 옆 동네 아주머니를 부를까 의견이
분분하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동네 분에게 부탁하기로 결정짓고 초상집으로 조문을 갔다.
흰 국화 한 송이를 영전에 바치고 무릎을 꿇고 돌아가신 분의 영혼을
위해 기도드렸다.
바로 뒷집에 고향친구의 어머니가 말기 암으로 사경을 헤매시기에
음료수 박스를 들고 겸사하여 찾아뵈니 며칠을 못 넘기실 것 같았다.
여섯 아들들을 어렵게 키워내고 이제는 말라 뼈마디만 앙상한 모습에
너무 가슴이 아팠다.
가볍게 손을 잡으며 “기도 할게요.”하니 아주 힘없이 고개만 끄덕이셨다.
더 이상 무어라 해 드릴 말이 없어 참으로 안타까웠다.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부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주 늦은 시각 저수지를 돌아 언덕을 오르자 얼핏 경광등을 저으며
나의 차를 저지하려는 경찰관이 눈에 들어왔다.
깜깜한 시골길에 단속표시판 하나 없이 갑자기 차를 세우려 하니
차는 이미 저만치 미끄러져갔고 차를 멈추려다 검문을 포기하는 것
같아 그냥 차를 몰았다.
전에도 딸아이가 다리가 아프신 외할머니를 차로 모시고 가다 함정단속에
걸렸던 바로 그 지점이기에 괘씸한 생각도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헤드라이트를 깜박이며 순찰차가 나의 차를 앞지르더니
수신호로 차를 길가로 붙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내차는 독일장인들의 숨결이 살아있는 성능 좋은 차라 보기 좋게 내
달려 골탕을 먹이려다 내가 별로 잘못한 것도 없고 마음도 울적하던 차
잘 됐다 싶어 길옆으로 차를 세우는 순간 상관인 듯 순찰차 조수석
경찰하나가 단속하려는 경관에게 “저 새X 신호위반에다 과속으로라도
잡아!“ 하는 욕설이 귀에 들려왔다.
면허증제시와 음주측정을 요구하기에 가까스로 분을 참으며 응한 후
검문규칙과 욕설에 대해 논리적으로 따지려는 데 그 경찰이 말을 바꿔
나에게 욕을 안했다는 것이다.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전형적인 0형에다 다혈질 나는 그의 거짓말에
차문을 박차고 나가 거칠게 항의했다.
“당신 지금 나보고 뭐라 그랬어. 교통법규를 위반했으면 거기에 대한
단속만 하면 됐지 왜 욕을 하는 거야! 응! 민중의 지팡이? 좋아한다.
당신의 폭언을 문제 삼을 테니 알아서 해. “
그는 순간 움찔했다. 나의 외모로 보아 그저 순한 양처럼 보였건만 부당한
대우에 당당히 사과를 요구하니 그도 할 말을 잃고 있었다. 당신들 스티커
발부를 하던 지 말던 지 맘대로 하라하니 잠시 시간을 끌더니만 여기가
고향이냐고 물었다.
그렇다하니 혹시 초상집에 다녀오시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모든 정보를 알고 함정을 파 음주단속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경관이 말실수만 안했어도 나는 할 말이 없었을 텐데 한건 올리려다가
음주운전으로 못 잡고 나한테 혼쭐 한번 난 것이다.
순한 양도 들이 받을 줄은 아는 법인데 아무튼 함정단속은 좀 비열했고
시골길 불빛도 없는 야밤에 갑자기 차를 정지시키다 사고라도 나면 어쩌라고
최대 적발건수를 위해 그러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나 같이 원칙적으로 음주 운전을 삼가는 사람에게 길목을 가로막고
남에게 댔던 그 음주 측정기를 예고 없이 들이대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사람 중에 하나다.
눈썹이 짙고 바둑을 잘 두시는 전직 윤 교장선생님이 아니냐고 물었다.
내가 잔뜩 인상을 쓰고 시커먼 눈썹을 지켜 올린 모습이
아버지랑 똑 같다며 전에 여기서 파출소장을 했다고 한다.
세상이 참 넓고도 좁다.
음주운전 뺑소니 차량으로 오해했다며
화해를 요청하는 순간 나도 미안한 생각이 들었고 혹시 아버지에게
누를 끼치지 않을까 한편으로 부끄럽기도 했다.
조금 귀찮더라도 불심검문에 순순히 응했으면 조용히 끝날 것을 고향의
시골길 한 복판에서 늦은 밤 경찰과의 대치가 우습기도 하였다.
서로 명함을 주고받으니 뒤끝 없는 나의 성격 탓에 모든 것이 눈 녹듯
사라져버렸다.
그 바람에 귀가만 늦었다.
늦은 이유를 자초지종 집사람에게 털어 놓으니 당신은 그놈의
성격 좀 죽이라는 핀잔만 들었다.
평소 온순한 성격으로 약국을 하며 취객에게 욕설을 들었어도 인내하며 잘
돌려보냈던 내가 공권력을 가진 자의 욕설에는 분을 참지 못했던 것이다.
몇 년 전 처 외삼촌이 음주단속에 걸려 음주측정 시 의경이 음주측정기를
내 미는 순간 후하고 불다 그만 틀니가 통째로 튀어나가 측정기를 때리니
너무 놀란 의경이 그대로 돌려보냈다는 말이 새삼 떠올랐다.
나는 틀니를 안했어도 벌점 없이 사건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요즘 공권력이 땅에 떨어져 경찰관이 공무집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겠지만
그렇다고 선량한 시민의 인권을 무시하는 폭언은 삼가야하지 않겠는가?
나 자신도 반성하며 모든 이가 민주시민으로 거듭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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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성(70회)님의 댓글
“저 새0 신호위반에다 ===> 저 새X라 표현해주세요..좀 헷갈립니다..O는 용혁님처럼 순해보입니다..ㅋㅋ
이동열님의 댓글
새0 ===>새 암놈(암새??)한테 욕할때,,,새X==>새 숫넘(숫새??)한테 욕할떄
윤인문(74회)님의 댓글
윤브라더즈 셋째 용혁후배가 마음 많이 상했었구먼..그저 지나가다가 재수없게 똥한번 밟았다고 생각하고 노여움 푸시게..듣는 나도 화가나네 그려
이동열님의 댓글
어젯밤이 맞아요? 어제밤이 맞아요? 인문님?
윤인문(74회)님의 댓글
오늘 成님과 동열형은 꼭 거의 1분 차이로 꼬리글 올리네요..희안하네..ㅋㅋㅋ
윤인문(74회)님의 댓글
어젯밤이 맞네요..어제밤은 북한어라 하네요..*^^*..별걸 다 물어보시네..ㅋㅋ
이동열님의 댓글
지난번 컴이 다운돼서 새로 업그레이드+수리 했는데 몬가 이상하네요,,,음악,영상 다 안나오구 온클럽도,,,인주옥 카페는 들어가지두 못하구,,낼모레 가져가서 싹 밀구 다시 깐대요,,ㅠㅠ 또돈,,
이환성(70회)님의 댓글
군대갔다 첫휴가 가는심정으로 지금 대기중입니다..인문님 첫휴가가 맞나요? 처음휴가가 맞나요?..하나더 용혁님 어느것이 더 감성적인가요? 정답발표는 태희님..ㅋㅋ 요즘 안보여..휴간감?
윤용혁님의 댓글
인문형님이 거들어 주시니 한결 맘이 편해지네요. 짭새들 ㅎㅎㅎ
어젯밤이 맞군요. 동열형, X자로 바로 수정 들어갑니다. 환성형님.
형님들 좋은 시간 되세요.
윤인문(74회)님의 댓글
成님 올라오신다 하니 귀향번개 준비를 해야겠네요..동열형! 오늘의 생물은? ㅋㅋ
이동열님의 댓글
오늘은 아구,우럭,,,입큰생선들이넹. 휘철이형처럼,,ㅋㅋㅋ
이환성(70회): 님의 댓글
아李젠에는 『오늘은 아구,우럭,,,입큰생선들이넹. 휘철이형처럼,,ㅋㅋㅋ』이리적혀있었다
김태희(101)님의 댓글
초상집을 추적해 함정단속 하다니 참으로 놀랍군요. 그것도 한적한 길에서...<br>면허증에 접은지폐 끼워주면 기꺼이 받겠다는 냄새도 나고..음..내가 오버하나..<br>그래두 요즘 경찰들 많이 얌전해 지고 예의도 좋아졌어요.
김태희(101)님의 댓글
환성님, 저 어제도 여기와서 시끄럽게 떠들고 나갔는데 요즘 안보인다니요?? 치매여... 이권사님이 불쌍해요..ㅎㅎ흑!!
이환성(70회)님의 댓글
어제 오전출근 하고 오늘 오후출근하니 24시간 넘긴것..낼부턴 오전/오후/심야 하루에 3탕..ㅋㅋ켁..여긴문학산이 보이는 똥춘동..
김태희(101)님의 댓글
시방 시간이 오늘의 오전인지 .어제의 심야인지 ..암튼 오늘 출근완수했으니 낼 뵙겠슴당....
오윤제님의 댓글
경찰과의 대치로 승강이 한 적이 한두번인가요? 다 져 주는게 이기는 것이려니 하고 살지요. 근데 강화는 마니산의 정기가 쎄긴 쎈가봐요 다섯분의 교장님을 배출하였다니 우리 고향 고잔은 고잔산 오봉산 좀 떨어져서 문학산이 있어 두루 정기를 받지만 아저시벌 되는 두분 만이 교장을 하셨던가 교감을 하셨던가 가물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