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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 폐염전(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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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한 추위가 야무지던 날 소래폐염전에 다녀왔습니다. 춥다고 가지말라는 친구의 우정어린 염려에도 불구하고 살며시 가는데 매서운 바람을 타고 흐르는 겨울햇살이 반짝이며 위안을 해 줍니다. 소래폐염전은 원래는 갯벌이고 1930년경에 생긴 우리나라 최대의 염전이였으며 1996년에 폐염전이 되었습니다. 일본이 군 필수품과 소금을 실어 나르는 교통수단으로 지금은 사라져 볼 수 없지만 인천과 수원을 오가던 군사 목적인 협궤열차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 시절 협궤열차를 타고 수원에 간 적이 있는데 장사하시는 아주머니들 모습이 아련히 추억으로 비쳐 집니다. 소래염전은 경기도 시흥시에 있으며 주위엔 포구로 유명한 소래포구(인천)가 있습니다. 그 면적은 가히 우리나라 최대의 염전이였음을 입증하듯 넓고 아득합니다. 190만평과 인근 면적을 합쳐 최대 생태공원으로 조성될 계획이라니 소멸과 생성의 반복으로 생은 흐르고 흐릅니다. 구경 가실 때는 필히 따스한 물을 챙겨 가시는 걸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염부의 생활 터전이던 곳, 인간이 만들고 인간이 버리는 생의 터전에서 매서운 바람을 가르며 사라지는 슬픔일까 잊혀지는 아픔일까 길고 지루한 겨울을 이겨내며 순응하는 몸짓이 폐잔병의 최후를 보는 듯 합니다
버틸만큼 버틴 흔적이 빨간 양철지붕에서 덜그덕거리는 바람소리로 머물고 꿈결같은 하늘은 틈새 사이로 햇살을 보냅니다.
세월의 흔적을 아낌없이 보여주며 시간은 그 무엇도 거스를 수 없음을 봅니다. 염부들의 희망을 싣고서 하얀 꿈을 꾸던 시절은 어디에 묻었을까요. 부서진 나무조각들이 염부의 아픔을 전해 주는 것만 같습니다. 문 없는 문 사이로 비치는 겨울햇살이 곱기만 합니다.
하얀빛 소금이 만들어지는데 아마도 바닷물이 들어오는 통로이지 싶습니다. 굳게 다문 배수구 아래로 일없이 흐르던 이름도 없는 물은 꽁꽁 얼어 겨울햇살을 등에 업고 빛이 납니다.
짠기가 남아 걷는 곳 마다 하얗게 흔적의 잔재들이 묻어 나는게 싸락눈 보듯 했습니다. 손으로 만져 보니 흙과 엉겨 부슬부슬 거리긴 했지만 붉은빛 잃고 앙상하게 버티고 있는 수초와 멋진 모습도 보여 줍니다. 자세히 보노라니 바다 산호초 닮아 소금꽃산호초라 부르니 더 하얗게 빛났습니다
염전밭의 짠물베인 하얀얼음이 소금처럼 보이지만 소금이 아닙니다. 염전의 얼음은 특이하게 유독 하얗게 빛났습니다.
물두레가 남아 있다하여 찾아 헤메다가 길을 잘못들어 억새밭 갈대밭 수초밭을 헤멨습니다. 나오는 길에 그곳 주민에게 여쭈니 물두레는 철거하여 없다 하셨습니다. 길의 끝은 길이니 가다보면 나오겠지라며 온갖 구경하다 만난 풍경입니다. 수초밭에 버려 진 망태가 시간도 잊은 체 아직 더 쓸 모양새로 단정히 버려져 있고 자루에 무얼 담아 왜 저리 걸어 놓았는지 한 참을 봐도 모르겠습니다. 군데군데 볏짐이 갈대숲 사이로 있는 거 보면 볍씨 같기도 합니다. 조금 더 가니 앙상한 나무가지를 헝겊으로 묶어 세워놓은 저 신기한 풍경은 무엇일까요
겨울갈대를 보고 싶다면 이곳에 가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억새와 갈대가 빛바랜 수초와 어우러지며 빚어내는 갈빛 풍광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좋아하는 억새와 갈대밭은 싫컷 거닐어 보고 나 보다 더 큰 갈대숲에서 파란 하늘도 보는 겨울낭만을 즐겨 봅니다 세상이 어디로 흘러가든 모르는 척 바람을 가르며 내는 소리는 실존의 깊은 울음으로 겨울 너머의 봄을 부르는 듯 했습니다. 질기고 질긴 생명의 몸부림이 슬퍼서 차라리 아름답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폐염전을 돌고도는데 드디어 생태공원으로 들어가는 정문을 만났습니다. 생태공원 공터에 겨울썰매장이 개장 되었습니다. 겨울을 가르는 겨울 속 사람들의 모습은 매서운 한파도 어쩌지 못합니다. 썰매를 타는 아이들 , 자전거 폐달을 밟으며 지나는 사람들 , 밝은 미래를 약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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