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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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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산
문학산은 하늘이 깊은 산이다.
산 아래까지 내려온 하늘 자락은 어떤 때는 구름과 더불어 있고 어떤 때는 안개가 산 아래서 나무 위로 피어올라 나무 위에 얹혀있을 때도 있어서 멀리서 보면 아침이나 저녁에는 자못 신기롭기만 하였다.
이러한 문학산을 지척에 두고 잊고 지낸 것은 바쁘다는 일상의 핑계일 터이지만 그것은 나의 게으름이요, 문학산에 대하여 관심이 없었다는 증거이리라.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를 마치도록 봄, 가을에는 문학산 아니면 송도로 갔던 우리들의 소풍은 연중행사처럼 봄에 가지 않으면 가을에 찾아가니 나에겐 자장 친근한 산이 되어있는데 십년 넘게 문학산 자락에 살면서도 올라 간 횟수란 열 손가락 꼽으라면 한 손은 족히 남으리만치 다녔으니 문학산을 너무 천시한 것 같아 미안한 생각마저 든다.
어려서 우리 집에서 바라보면 청량산과 이어진 문학산은 논현학교 뒷산과 그것을 이은 오봉산이 우리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쌓아 별개의 나라가 되어 조개잡이로 근심걱정 없이 살아온 시절도 있었지만 그 산을 넘어서 아파트가 턱밑 가까이 밀려와 자리를 잡은 지금 문학산은 봉우리만 내밀뿐 몸통과 날개들을 다 가리고 감추었다.
그 시절 우리는 문학산을 배꼽산이라 했다.
아마도 정상의 모습이 배꼽 같아서 배꼽산이라고 부른 것이지만 어느 누가 정상에 올라가 배꼽을 보았겠나.
그 배꼽을 볼 수 없었던 것은 문학산 정상에 레이더 기지를 설치해 접근을 금지하였으니 문학산 간다는 소풍은 언제나 지금의 인천도호부 자리인 평평한 분지에서 노래자랑이나 벌리고 향교자리에서는 그때 유행하던 트위스트 춤 한 판 질펀하게 추는게 고작이었는데 그자리가 이제 보니 문학산과 별개인 승학산이고 보면 우리네 문학산 소풍은 십년 헛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인기리에 끝난 ‘주몽’의 마지막 절정은 아마 소서노가 비류와 온조를 데리고 남하하는 것일 게다.
어떻게 나라를 세울지 말 타고 가면서도 소서노의 고뇌에 찬 얼굴은 어려운 역경들이 얼마나 많이 거친 파도가 되어 밀려올까 염려하는 모습이 내 눈에도 어렵지 않게 잡히는데 아무리 천하의 여장부라지만 처음 밟는 낯선 땅에서 나라를 세워서 따라온 백성들을 편안하고 안전하게 보호하기란 그녀의 지혜와 지략으로도 모자람은 있었으리라.
그 안쓰러운 마음을 함께하지 못하는 것은 그 일행이 지나가고 있는 산의 모습이 어디에서 본 듯하여 갑자기 흥미로움이 생기니 새로운 맛을 즐기려는 것이기도 하다.
내 머릿속 어디에 그 하늘 깊은 산이 파묻혀있지나 않을까하는 기대 속에 그 속을 속속들이 헤매며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별안간 아! 하는 감탄사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곳은 자주 접하는 문학터널 바로 위가 아닌가. 산등성이를 따라 솟아있는 나무가 지난
겨울에 잎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하늘에 걸려 있던 모습이 아름답고 멋이 있다고 느끼던 순간에 풍경은 갑자기 사라져 버리니 신비하다는 마음이 들던 바로 그 곳이었다.
그 런 현상이 일어난 것은 일렬로 나란히 늘어진 나무의 배열이 지나가는 순간에 나무들이 겹치어 보이니 전의 모습과 사뭇 달라진 사실을 알고는 무슨 대단한 발견이나 한 것처럼 한동안 마음이 들뜨던 때가 있었는데 그 경험한 일이 멀지 않은 지난겨울이고 보면 아무리 건망증이 심하기로서니 그 특별한 풍경까지 잊을 나이는 아닌 것이다.
지금 연경산과 문학산이 이어지는 그 골짜기로 소서노를 비롯한 비류의 일행이 줄지어 넘어 오고 있는 것이다.
언제인가 그 일행을 맞이하려 준비했는지 송도 돌산에서 남촌을 지나 오봉산이 있는 도림동까지 이어진 큰길을 비류길이라 이름 지어 주인을 맞이하고 있는데 주인공들은 정성스레마련한 길을 마다하고 그 옛날 비류일행이 조개 잡으러 다니었을지도 모를 길, 하늘이 깊은 산으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지금 바로 보고 있는 장면이 전에 보았던 그 신기한 풍경이라고 판단하면서 앗! 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온 것이다.
이 드라마의 마지막 예고편에서 주몽과 소서노가 서로 헤어진다고 했을 때 소서노의 일행은 어차피 문학으로 발길을 향하는 것이 필연이라면 실지 배경과 같게 촬영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하고 있었는데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어서 탄성과 함께 의문마저 들기도 하니 이것이 나만의 환상일지도 모르는 것 같아 돌아오는 일요일은 그 길을 확인하려는 마음이 불현듯 일어났다.
나는 비류가 지나던 길을 확인하고 싶어 오늘 큰 맘 먹고 문학산에 오른다. 길마안길을 따라 오르니 등산로 입구에서 나물 캐는 여인들이 눈에 들어온다.
바구니에는 쑥을 가득 케어 넣고 봄기운을 날린다. 아직은 봄 향기 적어 쑥 내음도 변변하다.
동구(洞口)길이 길마재길이라 했으니 앞에 보이는 문학산 끝자락은 아마도 길마산이리라.
그 산 아래 아카시아 나무에 걸린 까치집은 하나, 둘, 셋.......족히 서른 개는 넘을듯하여 어느 반가운 손님이 오신다고 이리 많이 지어 놓았을까 지난 가을에 올라가며 물어 보았던 적이 있었으니 지금 까치들은 날보고 바보라고 놀리는 것 같았다.
꼬박 이천년을 기다린 보람에 엊그제 비류 일행을 배알하는 영광을 가졌다고 까악 까악 하는 까치이고 보면 너는 분명 문학산의 명물임에 틀림없다.
까치의 울음을 들으며 오르는 산은 제법 경사가 지어 있었으니 오랜만의 등산길이라 숨이 치기도 하였다.
휴게소에서 한 숨 돌리며 앞을 바라본다. 산수유는 노랗게 드문드문 피어 있고 진달래는 몽우리만 살짝 선보인다.
멀리 계양산이 보이고 그 앞에 철마산이며 만월산도 보인다.
산 밑에 빼곡히 지어진 아파트, 그래도 모자라 여기저기 짓고 있는 공사로 타워 크레인이 여기저기 세워져 괴물처럼 흉물스럽다.
땀이 식기도 전에 내가 보려한 비류의 일행이 지나간 곳을 찾으려 재빨리 자리를 뜬다.
제법 가파른 길을 따라 오르니 문학의 정상이다.
자라다 만 것일까 제법 굵은 소나무가 낮게 우리를 맞이한다.
눈높이가 비슷하니 더욱 반갑다.
길 가다 보면 허공에 떠 있는 모습이 강건하게 보이던 그 소나무를 마주 대하니 친근한 기색이 역력하다. 아래서 올려 볼 때의 멋있고 신비한 자태는 사라지고 오히려 오랜 세월 정 나누던 친구로 닦아 왔다.
그리 높지 않은 정상 삼백 미터를 갓 넘을까한 못 미칠까한 곳에서도 인천의 곳곳은 다 내려다 볼 수 있었다.
만월산과 수봉산 사이사이에 박힌 수많은 아파트들, 전에 보았더라면 논과 밭이며 과수원으로 이어졌을 들판이 아파트로 변한 것에 놀라할 겨를도 없이 아파트는 오봉산을 넘어와 논현벌에 둥지를 튼다.
그것도 모자라 한화 자리의 푸른 숲을 아파트로 만들 계획이란다.
벌써 남동염전은 십 수 년 전에 공장으로 들어서고 그것도 모자라 고잔마을까지 솔잎흑파리 병든 소나무처럼 야금야금 공장을 지어 마을을 잠식해 나간다.
문학산에서 내려다보니 또 다른 솔잎흑파리는 넓디넓은 갯벌에서도 꿈틀거리고 있다.
송도에서 이어져 동막벌과 고잔벌을 지나 소래포구까지 갯벌이란 갯벌을 모조리 막아 도시를 만드는 것에 거대한 갯벌이 속절없이 파묻히고 있다.
山田碧海가 아닌 山宇海宙가 아니던가.
지아비를 잃은 지어미 무슨 살맛난다고 알을 낳고 품을 마음이 더 이상 있을까.
내 보기에 문학산은 이곳이 좋아 지금 막 이 땅에 앉으려 하고 있는데, 똬리를 틀기도 전에 우리의 귀중한 학산은 仙鶴을 앞세우고 靑鶴을 뒤 딸리어 멀리멀리 날아갈까 두렵기도 하다.
아니면 그 갯벌이 너무나 아름답고 멋있게 변하여서 학들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이 이루어진다면 문학산은 지아비의 짝이 되어 함께 어울려서 덩실덩실 춤추며 천년만년 금슬 좋게 살아가려는 뜻이 있는가하고 턱 앞 문학산에 넌지시 묻고는 비류가 행차하던 길을 뚜벅뚜벅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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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성(70회)님의 댓글
빛나는아침해문학에오르고..문학산은 인고인의 고향입니다..꼬리치기본부도 그곳에..
李聖鉉님의 댓글
장편소설 쓰셨든분같아...지명이며,역사적사실이며,역사조명의 드라마까지 꿰고서 글을 쓰시니 그 기억력 또한 대단하시다.
이동열님의 댓글
문학산두 살려야되죠,,,,먼지 풀풀나는 문학산길
오윤제님의 댓글
성현님 우리와 함께 살아온 문학산입니다. 인천인 이라면 스쳐간 세월 수십에 남동염전이나 소래다리에서 망둥이 낚시실 아니하고 인천인이라 말할 사람 없지요, 남동이나 소래가 멀면 만석동 부두나 개건너 주안 염전에서 강태공 흉내 내었을 것을
윤용혁님의 댓글
문학산의 정기가 인고의 산실에 메아리치는 한 인고의 역사는 영원하리라.
오 선배님, 문학산의 정취를 소상히 알려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윤인문님의 댓글
우리 홈피 메뉴 인천사랑==>仁川의 名所에 가면 제가 올린 문학산 동영상들이 있습니다.
윤인문님의 댓글
아래 답변에는 윤제형님 고향이 고잔이라하여 소래폐염전에 대한 글과 사진이 있어 올려봤습니다.
장재학님의 댓글
송도 돌산 뒷편에 학이가 살고 있었습니다...ㅋ 문학산에 소풍도 갔었는데여..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