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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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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쇠
어제 점심나절에 문자 메시지가 왔다.
지리산에 다녀온 친구가 고로쇠 수액을 가지고 왔으니 봄기운을 만끽하자는데 참석하지 않을 내가 아니다.
시간을 기다리는 참에 조그만 주문이 들어와 처리하려니 약속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택시를 타고 조금 지나서니 “지금 무엇하고 있나? 고 독촉하는 전화가 온다. 지금 출발하고 있다는 대답을 하고 만나기로 한 장소에 가보니 벌써 방 가득히 모여 고로쇠를 마시고 있었다.
여느 때 같으면 반도 차지 않을 시각에 모일 사람들이 거의 다 모였으니 고로쇠가 좋긴 좋은 모양이다.
나도 딸아 놓은 고로쇠액을 한 컵 들이키며 맛을 음미한다.
설탕을 조금 탄 그리고 탄산수 같은 맛과 유사한 맛으로 무어라 딱 찍어 말할 수 없는 시원하고 편한 맛이 물과는 사뭇 다른 맛이었다.
선배님은 이거 십년 젊어지는 약이야 하면서 또 딸아 주기에 웃으며 지금도 젊어 보여 죽겠는데 십년 더 젊어지면 어떻하라고 하는 농도 할 수 있는 자리도 마냥 좋았다.
예전이라면 그 선배님께 어이 농을 할 수 있었겠나, 저만치에서 보일라치면 얼굴 숨기기
바뿐 세월도 있었으니 그 시절도 그립기도 하다.
나야 고로쇠도 고로쇠지만 목적이 술인 것을 어찌 술을 피하랴. 목 넘어갈 때의 그 짜릿한 맛을 즐기는데 친구는 과거 내 술 경력을 이야기하며 그만 주라고 안달이다.
안달하거나 말거나 주는 것 받아먹고 안주면 따라 먹고 하는 동안 취기가 오른다.
얼큰한 기분에 노래방은 기본인가 근처 노래방으로 이동한다.
내 노래 실력이야 누구라도 잘 아는 것 나훈아식 노래를 조용필 조로 부르던가, 조용필식 노래를 나훈아 조로 부르는 마음대로의 노래여서 아무데서나 부르지는 않는 것이 내 신조이다.
카네기홀이라면 몰라도 국내에서는 들을 수 없는 국보적인 노래 솜씨이기에 잘 아는 노래방 사장과 몇 마디하고 집으로 향했다.
늦은 시각 안방마님은 아직 주무시지 않으셨는지 문을 따고 들어서니 마중을 한다.
이럴 때는 잔소리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오늘밤은 놓아주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얼마나 잔소리를 할까 염려할 시간도 없이 잠을 청한다.
그래도 매일 일어나는 시각에 나는 고로쇠 덕분에 일어났는데 아내는 고단한가 새벽예배 시간이 넘어가는데도 일어날 기색이 없다.
신문을 들여와 펼친다.
“보따리장수같이 정치해서 되겠나” 하는 말에 “노 대통령이 바로 무능한 진보의 대표”라 응수한다.
노 대통령이야 후보가 되려하는 사람들에게 한 말도 일목요연하게 나와 있으니 “선장은 바깥에서도 데려올 수도 있다”거나 "결과적으로 실패한 인사”라고도 했으며 “이분들이 집권하면 역사의 퇴행이 아닌지 고민하고 있다.”고 안팎으로 대선 주자라 자청하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있다.
그 옆에는 일침을 맞은 분이 미래. 통합. 평화를 바라며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방명록을 쓰는 그림이 실려 있는데 무슨 불쏘시개를 자청하지만 그러나 험난한 길이라 했다.
그는 大父의 힘으로 여기까지 성장한 것 같은데 大父를 바꾸려는 모양인지 하는 말과 행동이 예전의 것이 아니다.
아무튼 대부의 성이 같기에 망정이지 달랐더라면 꼴 사나와 질 번하지 않았느냐.
몇 면을 넘기니 부동산 보유세율이 세금폭탄이라 하여 아우성이다.
미국, 일본보다 낮다는 정부 발표는 단순 비교한 것으로 현실을 오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어느 토론회에서 발표한 것도 실리고 사설에도 실렸다.
우리네 그 세금폭탄 맞아보았으면 하는 심정인데 맞으면 분명 아프기는 아픈 모양이다.
또 신문을 넘기니 미국도 배워야 할 게 많네 하면서 한국의 다기능 휴대전화와 프랑스의 토론문화 그리고 대만의 낮잠 문화와 일본의 치안을 들어 미국이 뒤쳐진 것들을 열거한다. 나를 즐겁게 한 것은 우리도 미국에 앞서가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다섯 가지나 있고 보면 한 가지로는 양이 차지 않는다.
또 즐거운 건 예쁜 전주원의 사진이다. “수빈아, MVP 뽀뽀 해줄게”하며 눈을 크게 뜨고 정말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그녀가 건강하고 아름다웠다.
세간을 떠들썩한 공지영의 연재소설도 보인다.
예고할 때에는 꼭 읽어야지 하면서도 지루한 지문에 맘 내키면 읽으니 가족이야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모르겠다.
세월 따라 가는 것이 유행이라더니 이름도 세월 따라 유행하는 이름이 있으니 해방되는 해에는 영수와 영자의 전성시대에서 삼십년 전에는 정훈과 미영이가 판치더니 요즈음은 민준이와 서영이가 주름을 잡는다니 내 이름은 예전에도 지금에도 등위 밖에 있으니 못 지어도 한참 잘못 지었나 보다.
아버지를 원망할까 할아버지를 원망할까 못 되면 조상 탓이요 잘되면 내 능력이라니 그럴 만도 하지 않은가.
우리나라에서는 세계 제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데 우리의 귀중한 세계 最古의 목판인쇄술인 ‘무구정광다라니경’이 최고의 자리를 빼앗길 운명이란다.
석가탑에서 출토된 것이기에 석가탑을 세운 연대를 기준으로 연대를 추정했는데 그 년대가 뒤로 밀리고 있는 것을 볼 때 호기 좋게 내가 최고라 단언할 수 없게 되었다니 호사가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것은 분명하다.
일본은 달아나고 중국은 쫓아오니 샌드위치 형국이라며 재벌들의 입방아가 연달아 나온 것이 어제 오늘이 아닌 지금 “쑥쑥 크는 인도”로 표기한 기사는 우리를 또 긴장하게 한다.
어디 좇아오는 나라가 중국과 인도만 인가. 부라질도 있으며 월남도 있고 크메르도 있지 않느냐.
아시아 주요국의 경상수지는 늘어나는데 한국만 내리막이라니 걱정도 된다.
그런 가운데 일본 수입시장 휩쓰는 한국농산물이라고 뺀 기사에는 오이. 가지. 피망은 일본을 완전 점령하고 있다니 반갑다.
반갑기로는 제대혈시대 개척자로 메디포스트 양윤선 사장의 줄기세포 이용 관절약이 내년께 상용화가 기대된다 하니 이 또한 반가운 일이다.
어머니가 관절염으로 고생하시는데 관심이 아니 가는 아들딸이 어디 있겠나.
그놈의 돈이라는 게 문제지 그 누가 효자 효녀가 아니라 하겠나, 돈 있으면 다 효자효녀 노릇 하지 못할 사람 없을 텐데 그 놈의 돈이 문제지 아들딸이 문제겠나.
그 기사 자세히 읽으니 순탄한 길을 걷는 것에 반기를 들고 치열하게 이룰 목표로 삼아 역동적인 일을 하고 싶다고 한 그녀의 약력은 서울의대를 수석 졸업하고 대학교수로 지내다 벤처기업을 창업했다니 그 용기에 감탄할 뿐이다.
어느 틈엔가 신문을 거의 다 읽을 무렵 아내가 일어나기에 “나 어제 몇 시에 들어 왔지”하고 물으니 자정이 넘었다하는 것이다.
일차로 끝내고 노래방 가서는 나는 노래도 부르지 않고 몇 푼 내고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시간 다 무엇 하였단 말인가.
어제도 그 술자리에 기억 상실한다면 이젠 술도 끊어야 하는 것 아닌가.
담배도 끊겠다고 다짐한 것 한 달 끊고 다시 피우니 술을 어찌 끊을 수 있을까.
공짜인 말 무슨 말인들 못 하겠는가.
공짜 좋아하는 세상 나도 신문 보며 공짜 글 쓰고 있다.
그래도 이건 도용은 아니겠지?
도용이라면 어제 잘 먹은 고로쇠가 다시 목구멍으로 넘어 올 것이다.
댓글목록 0
이환성(70회)님의 댓글
한때 신문읽어주는 코너있었는데..형님은 해설까지..고로쇠가 환쇠의 古語라는 說(썰) 이 있던데요...
*^^*님의 댓글
오늘은 따로 신문을 펼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줄바꾸기만 열심히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장재학님의 댓글
오윤제 선배님 얼짱~! 글짱! 입니다.. ^________^
윤인문(74회)님의 댓글
나는 아침시간 바쁘다보니 신문 볼새도 없네요..그래서 출근한후 인터넷으로 중요기사만 살짝보고 나오는데 이래가지고 신문사들이 제대로 운영이 될러는지 궁금하군요..ㅎㅎ
윤용혁님의 댓글
고로쇠의 효험을 톡톡히 보셨군요. 선 후배의 어우러짐 속에 하루의 일기를
담담히 펼치시는 오선배님의 진솔한 모습을 보고 있답니다.
멋지신 하루 되십시오.
이환성(70회)님의 댓글
형님 한달 구독료(해설포함)가 얼마입니까? 고로쇠1말?
김태희(101)님의 댓글
검색을 해 보니 인제군 상남면 미산리 방태산 자락에서 생산되는 고로쇠 수액이 큰 일교차로 인해 맛과 효능이 뛰어나다 합니다. <br>물좋고 산 좋기로 미산계곡만한 데가 없다는 생각이에요.(개인생각)
이환성(70회)님의 댓글
고로쇠1박스 지금막 도착했슴다..태희님 주거지 문자로 주세요..011-3x55-1368
김태희(101)님의 댓글
주기 싫음 가만히나 계시지 약 오르게...011- 3x55 (3으로 시작하는 4자리는 없슈)
이환성(70회)님의 댓글
ㅋㅋ 355입네다..x는 허수였군요..문자줘요..지금바로..바로너..꽃보다아름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