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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시 창작 강의를 들으러 연수구청 강의실을 찾았다.
이 나이에 시는 배워서 무엇 하려고 배우냐고 묻는다면 딱히 할 말도 없을 터이지만
지금 배운다고 누가 뭐랠 사람도 없을 것이니 눈 딱 감고 등록하였다.
일주일마다 연수한마당이란 구정 소식을 전하는 월보를 통장 아주머니가 우리 집 계단에 이따금 놓고
가곤 하기에 나도 가끔은 들여다보는 아량은 있어 그날도 한 장을 들어 펼쳐 보았다.
연수 문화원에서 공연하는 좋은 프로그램이 눈에 띠어 달력에 체크해 놓고 그날이 오면 아내와 관람해야겠다고 나 혼자 다짐하면서 지면을 넘기는데 뜻밖에도 시 창작 교실이 있어 그곳에서는 시를 배우고자하는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었다.
전화를 걸어 신청이 가능한가를 문의하니 신청해도 좋다는 회답을 받고 그 다음날 득달같이 달려가서 등록을 하고 강의 시간이 오기를 어린 시절 소풍이나 운동회를 기다리듯 열흘을 꼬박 기다리다 부리나케 달려갔다.
들어서니 어떤 분이 소지품만 남겨 놓고 무얼 하는지 보이지 않기에 우두커니 혼자 있기도
민망하여 나도 커피나 한잔 할까하여 잠시 휴게실에 들러 왔더니 언제 들어 왔는지 연세 지긋한 분이 책상에 앉아 계시어 인사를 했다.
얼굴을 대하니 나이 지긋하여 칠순이 넘으셨을 분 같아 조심스레 시 창작 강사님이 아니시냐고 넌지시 여쭈니 지신도 시를 배우는 학생이라며 초창기부터 다닌다 하셨다.
나의 시 창작에서 새로운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살면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지금까지 계속하여 만나고 있는 사람들은 동네 이웃 사람들과 장사를 하면서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인 그저 그런 사람들도 있으며 동기나 동창들도 많고 또 교회생활에서의 만남도 있어 전화도 오고 문자 메시지도 수시로 와서 모두 만나려 한다면 하루가 모자랄 지경이다.
이런 호출에 일일이 대응하다 보면 몸은 말할 것도 없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에 직면할 것 같아 만남을 자제하고 꼭 나가야할 모임을 가리는데 그것도 만만치 않으니 세상 살기가 힘 드는 것 아닌가.
그래도 꼭 나가고 있는 모임이 있으니 어려서부터 흉허물 없이 터놓고 지내는 동창들의 모임이다. 하나는 한 동네에서 태어나 막대기 벗 삼아 놀던 꼬마친구들의 모임인 同心인지 童心인지 같기도 한 것 같고 다르기도 한 것 같은 이름을 가진 모임이 있고, 하나는 늘 벗이라 하여 고등학교를 함께한 친구들로 이루어진 모임인지라 만나면 흉허물 없이 막말을 해도 서운함이 그때뿐인 친구들로 한 달에 한번 만나는데도 그 기간이 如三秋로 길게 느껴지는 것은 그네들의 생활이 내 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들어와 내 일이 그들의 일이 되고 그들 일이 내 일이 되어 일일이 서로를 간섭하고 참견하고 있다.
오후에는 구청에서 한국과 프랑스, 예술의 만남이라 그럴듯한 음악회가 있어 아내와 함께
감상하였다. 나의 예상은 두 나라의 만남이라 하였으니 “프랑스가 낳은 최고의 클래식 최고
연주자 중 한 명”인 띠보 코방과 우리의 춤이 어우러지거나 우리의 판소리와 기타의 섬세한
선율이 한번쯤은 부딪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는데 춤은 춤대로 끝나고 기타연주는 독주로 끝나고 판소리도 고수와 함께 싱겁게 끝나 버리니 이것이 무슨 예술의 만남인가.
만남이란 모름지기 부딪혀 무슨 울림이 있어야 할 텐데 국 따로, 밥 따로의 따로국밥보다도 못한 만남도 가지지 못하고 헤어지니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하다못해 아리랑 연주는 준비가 안 되어 못 한다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로망스라도 들려주었더라면 띠보 코방이라는 기타리스트 이름은 잊어버릴지언정 그 추억은 오래오래 간직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본인의 무성의인지 주최하고 후원하는 단체들의 눈 낮은 행정인지, 또는 나의 무지인지 알 수가 없다.
나는 지난 월요일 음악 행사의 여운이 얼마나 갈 것인가는 내 알바 없다.
음악공연이란 한번 듣고 다시 들으려면 시간과 장소를 다시 마련해야 하는 시공간을 함께 필요로 하는 예술이고 보이는 이와 보는 이가 그 시간과 공간에 와야 하는 제약이 있으므로 띠보 코방이라는 기타리스트를 접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그 와 다시 만나는 것을 애초부터 접었지만 오전의 만남은 나를 들뜨게 하였다.
시를 가르치는 선생님도 배우는 사람들도 겸손하고 솔직하고 무례하지 않을 것 같고 그렇다고 주관이 없는 사람은 더욱 아닐 것 이어서 耳順이 가까워 오는 나이에도 오랜 정을 나눈 친구처럼 그들이 반갑다.
이제 우리의 만남이 늘벗이나 동심처럼 지금까지 만나고 있는 것 같이 투박한 질그릇 소리가 날지 가마솥 누룽지 끓인 숭늉의 구수한 맛이 나는지 은근히 기대를 하면서 다음 강의를 기다린다.
댓글목록 0
이환성(70회)님의 댓글
옛시인의 노래도 있는데..윤family의 기대 큼니다..潤용혁/오尹제님..꼭 나가야할 모임 ===> 인사동
오윤제님의 댓글
내 아는 것 짧아서 사연이가 비개덩어리에 치렁한 머리로 눨 돌고 돌고 하던 노래 들었는데 그때가 그리워 한번 넣어 보았습니다. 다른 좋은 음악이 있으면 바꿔 주시구려
윤용혁님의 댓글
오윤제 선배님의 시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여러사람들을 만나며 짬을 내시어 문화예술을 접하시니 선배님을 본 받아 귀감이
되고 싶군요.
글을 아주 잘 쓰시면서도 시공부를 하시니 느끼는바 큽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건필하세요.
이성현70님의 댓글
우리 사업해봅시다. 지금 내 책상에 100페이지도 안되는 책이 있는데 정가를 보니 4,500
10,000권을 곱하면 4천오백만원 3작가만 모셔도 100페이지 금방 만들듯 동창인명을 가명으로 바꾸면 전국에 뿌려도 될듯. ..어때요?????
이성현70님의 댓글
음악이 흐르는 책---각 글마다 음악을 까는거에요...
오윤제님의 댓글
인사동 아니면 누가 볼 사람있겠소. 인사동의 仁, 착한 사람만 있으니 먼저간 놈 슬쩍 보아주는 것이겠지 아예 그런 생각일랑 말어요. 혹시 모르지요 만취한 놈 꼬득이면
윤인문(74회)님의 댓글
그래도 꼭 나가고 있는 모임 ===> 윤제형님! 윤브라더즈와의 대포한잔 모임은 영원히 지속되는거죠..글구 인사동의 仁은 저를 말씀하시는거 아닌지요..ㅎㅎ
이환성(70회)님의 댓글
3월1일 밤10시 훌쩍넘은 시간에..형님은 나와주셨죠..휘철님과 바톤터치했지만..ㅋㅋ
김태희(101)님의 댓글
연수구 시창작교실 김영승 시인 대단한 분이시더라구요. <br>
박학다식에 문필가로서의 자부심도 대단하고... 아마 좋은 만남이 되실 거예요.<br>
프랑스 기타리스트...저도 가 볼까 하다가 빌려다 논 DVD 재촉하는 바람에 빙신같이 영화를...<BR> DVD 는 담에도 있지만 기타리스트는 가면 그만인 걸...
아무개님의 댓글
제고 출신이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느꼇습니다. 교재도 없이 술술 나오는 재담 옛날의 국보1호 양주동 이상 가더라구요. 쥐뿔도 모르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우겻더랫는데 나이 적은 그 시인에게는 고개 숙여지더라고요
이환성(70회)님의 댓글
음악이 흐르는 책---각 글마다 음악을 까는거에요... 꼴도까는...음악담당피디택키 꼴담당피디아무개..어때요 性님..ㅋ
아무개님의 댓글
그래 그거좋군요. 근데 안해주면 .....
*^^*님의 댓글
오윤제님의 글- 정말 잘쓰신단 표현을 쓰면 결례가 되겠지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이환성(70회)님의 댓글
군대야기속편은 언제나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