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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둣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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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둣돌
요즈음 韓流가 뜨고 있다.
영화배우 배용준이 출연한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열풍이 불더니 나이 지긋한 일본 여인들이 현해탄을 이웃 나들이 하듯 건너 와서는 드라마의 배경이 된 남이섬을 다녀가더니 올인을 촬영한 제주도는 요즈음 중국과 대만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하니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최근에는 가수 비가 홍콩을 시발로 싱가폴과 미국을 돌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세계투어를 하고 있다니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면 몰라도 조금이라도 음악을 아는 사람이 체면치례라도 치르려 한다면 비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아는 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되었다.
시대에 뒤떨어진 노인네 취급을 받지 않으려면 아는 시늉까지야 할 것 없지만 이름만은 기억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비의 공연이 성공한다면 지금까지 이어온 한류의 선풍은 이어질 것이고 실패한다면 한동안 한류라는 말이 신문 지상에서 조용히 사라질 것이다.
사실 한류를 확실하게 세상으로 이륙시킨 것이 욘사마로 불리는 배용준이라 말하겠지만 그 이전에 풍물놀이의 하나인 사물놀이의 대가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시발점이 아닐까 짐작한다.
변변한 전통문화 하나 소개되지 못한 우리나라의 음악을 징과 꽹가리와 북과 장구인 우리
전통 악기로만 이루어진 사물놀이로 은근 슬쩍 접근한 것은 우리민족이 품고 있던 한을 마음껏 밖으로 발산하는 하늘과 땅의 조화야 말로 서양 사람들이 접해 보지 못한 신비한 음악으로 들렸을 터이다.
사실 풍물놀이라 하여 들판에서 질펀하게 벌리던 것을 실내의 좁은 공간으로 옮겨 속속들이 보게 하는 사물놀이가 답답한 감은 들었지만 한곳에서 모두를 볼 수 있게 모듬화한 것은 커다란 변화요, 자랑이 아닐 수 없다.
모처럼 지난 삼일절에는 하늘과 땅이 조화를 이루는 풍물놀이를 감상하는 기회를 얻었다.
늦은 다섯 시에 공연을 하는 줄 알고 10분 전에 공연 장소에 도착하였더니 여섯시라
하니 내심 속은 상했으나 무료 관람하는 주제에 무어라 따질 터인가.
잠자코 기다릴 수밖에 더 있겠나.
공연하는 패들은 풍물마당 노둣돌이라 하여 연수구에 둥지를 틀고 아이들과 함께 우리
가락에 빠져 신명 나게 두드리며 전통문화와 정신을 올바로 알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롭게
도약하려는 지금 막 배우는 저학년 어린이와 몇 년간 북 치고 장구 친 경험이 있는 고학년어린이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어린이 재롱이나 감상하다 나오는 것은 아닌지 사뭇 걱정이 되기도 하였지만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 자리를 찾아가 앉아 순서지를 펼쳤다.
들어 올 때부터 노둣돌이란 말이 궁금하였는데 순서지를 펴 보니 의문이 쏙 가시었다.
노둣돌이란 말을 타거나 내릴 때 딛는 큰 돌을 가리키는 말로 “풍물의 기초가 되고 싶은
마음을 담아 붙인 이름” 이라 하는데 풍물놀이를 하는 어린이들의 디딤돌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놀이패를 만들어 그들을 이끌어 주겠다는 뜻일 게다.
이윽고 막이 열리니 징소리를 앞세워 괭가리를 두드리고 북 치고 장구 치는 소리가 우렁차다. ‘웃다리 가락 사물놀이’라 하여 사회자의 설명으로는 “꽹가리 소리가 다갈다갈 쇠가 끓어오를 때 가죽이 달라붙은 장구가 널을 뛰면 징은 묵직하게 음을 감싸 돌고 쿠구웅 그윽한소리로 어우러지는 북의 소리가 깊이를 더해간다.” 하는 말 그대로 천지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 소리를 내었다.
어릴 때 농악대가 풍년이 들어 신이 나서 마을 어귀로부터 동네방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피리도 불고 장구도 치고 징과 꽹가리를 울리고 다니던 동네 아저씨의 한 때의 흥겨움을 뒤 따라다녔던 것에 비하면 어린 아이들이라 하더라도 그들의 가슴에는 이미 어머니와 할머니의 한 맺힌 마음을 아는 듯이 북과 장구로 신명나게 두드린다.
한을 발산하는 아이들은 벌써 리듬을 탈 줄 알아 머리와 어깨를 움직이는 모습과 팔을 휘감는 모양은 자신이 두드린 소리에 이끌리어 스스로 취한 듯 자유자재로 흐늘거린다.
이것이 몰입이라는 것인가. 몰입하여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고 집중하면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저리 부드러워 지는가! 사물놀이패는 신명이 나서 북이 찢어져라 두들기고 괭가리가 깨어져라 연신 때리고 있다.
소리가 점점 고조되니 두드리고 치는 사물패나 듣고 보는 객꾼이이나 북치면 박수치고 가락하면 얼쑤로 추임을 하니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어 우리는 하나가 된다.
꽹가리가 천둥치듯 요란한 소리로 징을 부르니 징은 바람이 되어 쏜살같이 달려와 구름을 몰고 온다. 구름이 된 북은 둥둥둥둥 천지를 울리니 장구는 떨리는 북 소리에 화답하듯 비가 되어 소나기도 되고 이슬비도 되어 온 세상을 골고루 촉촉하게 적신다.
큰소리 큰울림의 ‘두드리라’는 큰북을 가운데 기둥에 올리고 북을 여럿 모아 울림을 통한 아이들의 의지와 꿈을 담아 전하는데 부드러움 속에 그 웅장함을 더하고, 설장고라는 장구 합주는 “멋과 흥을 달여 내어 절로 어깨가 들썩이도록” 가슴으로 파고든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소리는 달아매는 것도 같고 끊고 푸는 것도 같아 새로운 만남”을 준다 하였는데 이제 처음 접하는 우리소리가 내게도 어깨가 들썩이니 나 또한 배달의 자손이 아니랄까 함께 하는 시늉이 우습기도 하다.
흥겨운 여운이 가라앉으려는 때에 난타 공연이 시작된다. 나무와 돌로 만든 다듬돌을 두들기는 것을 시작으로 소리를 낼 수 있는 악기란 악기는 다 동원되어 가락을 만들어 나가는데
“사람이 태어나고 살아가며 겪게 되는 많은 일들을 즐거움으로 바꾸어 풀어 버리고 넉넉히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게 한다”고 사회자의 설명이 막전에 있어서 이해를 도와준다.
한바탕 두드리고 나면 슬픔도 서러움도 털어 낼 것도 같은 기분이다.
할머니가 그러셨고 어머니가 그리 하셨듯이 다듬이를 마음껏 두드리면서 장님 3년, 벙어리 3년, 귀 벙어리 3년을 인내하던 설움이 복받쳐 저렇게 두드리는 것인가.
제도와 관습을 부스고 무너뜨리는 저 소리가 용기 있고 자랑스럽다.
“달아달아 밝은 달아 대낮같이 밝은 달아, 올해도 풍년이요 내년에도 풍년 일세” 라고 가사를 읊조리는 아이들의 병아리 같은 음성이 장 닭이 되어 길고 구성진 목소리로 멋지게 홰를 칠 때 암탉이 얼쑤로 추임 하는 때가 오면 지금 말을 타기 위해 올라서는 노둣돌은 아이들에게 불필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고 모두모두는 장인이 되어 또다시 스승처럼 노둣돌 노릇을 하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며 노둣돌 단장의 말처럼 “장구 잘 치는 대통령”이 나와 국민의 흥을 이끌어 내어 함께 나아가면서 선창과 후창을 주고받으며 호흡을 맞추는 어린이가 아니 나온다 할 것이며 꽹가리 치는 국회의원이 되어 시민의 소리를 읊는 어린이가 없다 할 것인가. 그들과 함께 덩실덩실 신나게 춤추며 사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천정이 무너져라 끝없이 박수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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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혁님의 댓글
사물놀이패의 장단에 어깨가 절로 들썩이었지요. 어우러짐의 큰 징소리는 모든 것을
감싸듯 가슴에 큰 울림되어 파고 들더군요.
오선배님 말씀대로 우리 국민성은 신나게 판을 벌려주면 흥이 절로나 모든 일도
일사철리 잘 하는 민족인데 앞서 위정자들은 그렇지 못하니 안타깝죠.
신명나는 정치판을 그려봅니다.
이환성(70회)님의 댓글
북치면 박수치고 가락하면 『꼬리』로 추임을 하니 내가 네가되고 네가 내가되어 우리는 하나가 된다.===> 그런 우리내 홈피를 만들어봅세...얼쑤!
김태희(101)님의 댓글
저두 리듬악기 연주를 좋아해서 이런걸 들으면 뭔가 복받쳐요.ㅎㅎ 방음시설 잘된 연주실 하나 갖고 싶었는데..ㅜ.ㅜ <BR>윤제님 고맙습니다. 병수님은 어디 가셨나요? 붙어 다니시더니..
이환성(70회)님의 댓글
방음시설 잘된 연주실 ==> 잘아는데 있는데..// 병영일기10편에 부록까지 올린선배님계신데..96회인지 69횐지 잊어먹었네..ㅋㅋ
윤인문(74회)님의 댓글
오늘따라 우리 음악이 좋다는 느낌을 받는군요..*^^*
이환성(70회)님의 댓글
유럽야긴 달빛속으로? 허긴 in-moon 이니..
윤인문(74회)님의 댓글
成님은 尹자仁자文자가 모두 4획씩이라는거 아시나요? (사사사효과를 노림) 그리고 한글 윤인문 밑에 항상 받침 ㄴ자가 있다느거 아시나요? ㅎㅎ
윤인문(74회)님의 댓글
내글이 언제부터 惡글이 되었나요? 成님 너무 하십니다..ㅠㅠ
최병수(69회)님의 댓글
태흐이님이 날 찾으시네여..ㅋㅋ..어젠 원주, 오늘은 인고회, 낼은 **산에, 모랜 어딜까여??
신명철(74회)님의 댓글
옛날 새한인가? 신진인가? 좌우지간 자동차 공장에서 나온 트럭 앞에 커다랗게 SMC라 쓰여있었는데...저도 SMC 미국식으로 MC神 그런데 저는 아쉽게도 끼가 별로 없고 너무 순진해서....
아무개님의 댓글
SMC는 처음 들어 보네요. 신진일지는 모르지만 꼬마시절 트럭은 모두다 나는 제무시라 햇는데 그게 제너럴 모터스 카 인지 CO. 인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렇게 불렀어요.
이환성(70회)님의 댓글
SMC 기억나는데..트럭 ==> 새한모터스캄페니아닌감...
김태희(101)님의 댓글
병수님도 보이시고 명철님도,,,,안수님은 또 어디간겨? 칭찬해 드리면 몸값 높이려 행불 된다니까요. ㅋ<BR>아무개님과 환성님과 2분의 시간차...그런 야심한 시간에 둘이 여기서 뭐...
차안수님의 댓글
이사하고 집정리하랴 애 데리고 다니랴, 바쁘다 보니 신방글을 오늘에서야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