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겨울 초대
작성자 : 윤용혁
작성일 : 2006.11.21 14:48
조회수 : 1,379
본문
찬바람이 싸늘하게 옷깃을 스치면 ㅎㅎㅎ 호빵 생각이 납니다.
초대받은 겨울이 긴 외투자락을 드리우면
어머니가 털실로 짜 주신 독고리 머리통에 뒤집어 써 입으려면
목테가 잘 안맞아 얼굴을 잠시 찌그려 트려야 겨우 입을 수 있었죠.
시골 강화의 겨울은 왜 그리 추웠던지요.
초대받은 겨울이 긴 외투자락을 드리우면
어머니가 털실로 짜 주신 독고리 머리통에 뒤집어 써 입으려면
목테가 잘 안맞아 얼굴을 잠시 찌그려 트려야 겨우 입을 수 있었죠.
시골 강화의 겨울은 왜 그리 추웠던지요.
뜰 안에서 세수하고 안방 문고리를 잡으면 쩍쩍 달라 붙었어요.
밤새 도둑눈이 많이 내려 바람에 쓸려 한곳에 수북히 쌓이면
동생과 나는 손을 호호 불며 삽을 가지고 토굴을 팝니다.
에스키모인이라 자칭하며 안을 넓게 파내 가마떼기를 깔고
그 안에 들어 앉으면 생각외로 포근했지요.
다음날 햇볕에 녹을까 두려워 물도 뿌려주고 얼려 놓으면 영락없는
거지왕 춘삼이네 토굴같지요.
그 시절 그리며 시 한 수 읊습니다.
겨울 초대
글/윤 용 혁
눈까비 오려나?
하늘은
벌레 씹은 아이 얼굴,
아침부터 잔뜩
인상을 쓰고 있다
시월 스무날
손돌이추위 오기 전
어머니 성화에
가랑이 터진 엉덩이 하늘 뻗혀
무 구덩이 파던 동생
곡괭이 던져 놓고
볕뉘에 호호 손 불다
살천스런 고추바람에
가랑잎 몸통 말아
구르고
등교 길 개구쟁이 뺨을
빨갛게 물들이니
화톳불에 라이론 양말
구멍을 크게 내다
초대받은 겨울
문풍지 부여잡고
목 놓아 울 때
아궁이 갓 탈출한 화롯불에
배살 내민 속노란 고구마
아래 목 동생의
쇠 젓가락 칼침에 혼쭐나고
석쇠 위 돌김 몸 배배 트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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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열님의 댓글
지난일욜 산행후 길가의 촌老가 파는 순무+속노랑고구마+늙은 호박 몽땅 사왔습니다. 병수 형님이 사서 나눠 주셨지요,,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