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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 인고 74회 2006년도 송년회 행사 스케치
작성자 : 진우곤
작성일 : 2006.12.22 21:14
조회수 :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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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 인고 74회 2006년도 송년회 행사 스케치
진 우 곤
참으로 추운 겨울을 녹일 만큼 끈끈한 우정이 한바탕 어우러져 멋들어지게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성황리에 끝난 2006년도 재경 인고 74회 송년회 행사. 12월 19일(화요일)에 치러진 송년회는 연말이라 바쁘고,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부부 동반이 18쌍, 싱글이 7명으로 도합 43명으로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은 획기적이었다. 재경 인고 74회 동창회가 날로 발전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는 모습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군다나 이상용 인고74회장님이 인천에서 부부 동반으로 불원처리 달려와 자리를 빛내주었을 뿐더러 금일봉까지 전해준 것에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송년회 장소는 우리에게 늘 새벽을 알리는 ‘트럼펫’ 명 연주자인 강정득 동문이 운영하는 압구정동 ‘디자이너 클럽’ 앞에 위치한 ‘비틀즈’ 에서 가졌다. 이는 우리에게 색다른 맛을 자아냈다. 아늑한 실내 분위기는 만점이었고, 아울러 60년대에 활동이 왕성했다는 ‘비틀즈’ 클럽의 음악 세계를 엿보았다는 것은 의외의 기쁨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집에 찾아온 손님들이니 맛있는 것으로 대접해야 마음이 놓인다’는 강정득 동문의 말마따나 회비를 낸 것에 비해 푸짐한 식사를 했으리라 여긴다. 행사에 든 비용은 회원들의 회비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관계로 명예회장인 김경윤 동문과 자문인 현창수 동문이 자발적으로 거금을 내주는 바람에 해결되었음을 덧붙여 두는 바다. 그리고 이주현 동문이 부부 동반한 동문들을 위해서 ‘야콘’ 이라는 선물을 가지고 왔고, 정의섭 동문은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화장품 세트를 보내 주어 뜻 깊은 행사를 치를 수 있어 고맙기 그지없다.
아내와 나는 오후 5시 50분쯤 집을 나섰다. 여느 때보다 발걸음이 좀 무거웠다. 일병을 달고 휴가를 나온 아들과 마지막 밤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었는데 모임 참석 관계로 아쉽기 짝없었다. 이튿날 귀대하면 내년 8월에나 휴가를 나온다는데…….
전철을 타고 압구정 역에 내리니 오후 6시 30분을 지나고 있었다. 전화로 강정득 동문에게 모임 장소의 위치를 알아내고 버스를 탔다. 말로만 듣고 한번도 오지 못했던 압구정동. 부자 동네일뿐더러 성형수술과 유행의 첨단을 곳임을 이곳 저곳을 보면서 대번에 느낄 수 있었다. ‘갤러리아 백화점’ 앞에서 내렸다. 그리고 ‘디자이너 클럽’ 쪽으로 걸어가 거기서 100미터 정도 앞에 있는 ‘비틀즈’를 찾아 내었다.
입구에 들어서니 강정득 동문이 나를 껴안았고, 김경윤, 이명용, 홍동수, 이철완, 박성완 부부 및 싱글로 장태한 교수가 먼저 와 있었다. 서로 반갑게 악수를 나누며 안부를 물었다.
“야, 우곤이 네가 시간을 가장 정확하게 지켰구먼. 일부러 시간을 맞춘 게 아니야?”
하고 장 교수가 시계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그게 아닌데, 마치 ‘80일간의 세계 일주’처럼 되 버렸네.” 하고 응수하자 그 비유가 제격이라며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 여러 동문들에게 “우곤이 앞에서는 말조심해야 돼, 쟤는 기억력이 좋거든. 대번에 행사 스케치에 올라갈 테니까” 하고 짐짓 경고를 주는 게 아닌가.
7시를 넘어서자 이제현, 허 훈, 현창수, 조문형, 이승구 등등의 동문들이 부부 동반 혹은 싱글로 속속 모습을 나타내었다. 대략 40명 가량 모일 거라는 이철완 회장의 예측이 빗나가지 않았다. 이때부터 나는 바빠지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다니며 회비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매번 하는 일이지만 그게 여간 힘들지 않다. 왜냐하면 음식을 제대로 못 먹는데다가 여러 동문들과 자세한 얘기를 많이 나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행사의 스케치를 위해 이모저모 진행되는 사항을 챙겨야 하는 것도 신경이 쓰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남과 더불어 살자니 어쩌랴.
공식적인 행사를 위해 일단 8시 15분에 내가 마이크를 잡았다. 제1부 행사의 사회를 맡게 되었기 때문이다. 고르지 못한 날씨와 연말이라 바쁠 텐데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참석해 주어 감사하다는 것과 어려운 가운데서도 인고 74회 재경 동창회를 잘 이끌어가고 있는 이철완 회장의 인사 말씀이 있겠다고 말했다.
여러 동문들의 도움으로 재경 동창회가 활성화가 된 것에 흐뭇하다며 임원진 소개에 들어갔다. 사실 하나의 회를 꾸려가자면 어려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서로 이마를 맞대고 좀더 나은 방법을 찾으려 애쓴 결과가 여러 동문들에게 유익을 안겨주는 보람을 맛볼 때 더없이 가슴이 후련해진다. 그리고 귀한 시간을 내준 이상용 회장님의 인사를 끝으로 1부 행사를 마치고 식사를 하며 서로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30분 정도 가졌다.
중간중간 동문들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나는 그들을 챙기고, 회비를 걷느라 저녁다운 저녁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반갑다며 건네는 술잔을 마다할 수 없어 빈속에 술을 털어 넣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렇고 보니 정작 아내를 데리고 왔지만 같이 앉아 있을 여가가 별로 없었다. 아내에게 여간 미안하지 않았다.
마지막 주자로 대한축구협회 사무총장인 가삼현 동문이 부부 동반으로 온 가운데 제2부 행사가 조문형 동문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강정득 동문의 서막을 올리는 우렁찬 ‘트럼펫’ 연주 및 노래가 분위기를 띄웠다. 그의 열정적인 연주와 노래에 모두들 매료된 듯 박수를 치며 연신 앵콜을 연발했다. 그 이후 조문형 동문의 구수한 입담으로 참석한 동문들에 대한 자세한 소개가 시작되었고, 노래도 부르게 하는 등 대부분 처음으로 만나는 아내들의 서먹서먹함을 서서히 풀어나갔다. 어려운 시절을 넘나들며 저마다 제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친구들. 어디에 있든지 간에 이 자리를 잊지 못해 찾아오는 모습들에 가슴이 뜨겁기조차 하다. 잘났든 못났든 끈끈한 우정이 다져지는 것이야말로 정녕 코허리를 시큰하게 만든다.
중간에 조문형 동문이 나더러 시 낭송을 하게 했다. 며칠 전 이철완 회장이 내게 부부 동반의 모임이니까 뭔가 그들에게 유익이 될 만한 이벤트를 가지고 싶다며 좋은 글을 써서 코팅까지 하여 나눠 주는 게 좋겠다고 부탁을 해왔다. 하여 부랴부랴 내가 발표했던 작품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대강 엿보게 하는 목적으로 작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코팅의 마무리는 아내가 힘써 주었다. 고맙기 그지없다. 나는 그것을 여러 동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모두들 좋아했다.
나는 이 유인물을 작성하게 된 배경을 간략하게 얘기한 뒤, 어차피 부부 동반이 많음으로 그에 걸맞은 시를 하나 낭송하겠다고 말했다. 모두들 지그시 문을 감았다. 은은하게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20대 시절에 쓴 ‘내 사랑하는 여인에게’란 시를 낭송했다. ‘여인’은 아내나 민족 혹은 조국으로까지 지칭할 수 있다고 토를 달았다.
내 사랑하는 여인에게
누가 내게 준 선물인가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아니, 잠시 눈 감고 생각에만 잠겨도
사랑과 그리움을 그물처럼 던지는
아름다운 꽃이 그 어디서 함초롬히 피어났을까
복숭아꽃 같은 연붉은 두 뺨에
얄밉도록 고운 살 내음이 번지는도다
내가 격랑에 휩쓸리어
오갈 데 없는 외로운 조각배여도
또는, 마음의 어느 한 편이 쓰러져
크나큰 아픔에 부대낄 때에도
그대는 나의 어머니의 젖줄처럼
아니, 다정한 누이의 손길처럼
나를 일으켜 세우고 보듬어 주도다
이 몸은 한 방울의 이슬이라도 좋으이
벚꽃처럼 화사하지 않아도
목련처럼 우아하지 않아도
그대와 나의 사랑이
늘 윤기가 나도록 씻길 수가 있다면
그리하여 하늘 끝에서도 땅 끝에서도
오로지 그대만을 위하여 살지니
시 낭송을 끝내고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내를 사랑하는 것밖에 없다고 하자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면서 멋지게 산다며 박수를 쳤다. 이철완 회장의 말마따나 제대로 먹힌 것인가. (그 이외에 유인물 내용은 첨부된 파일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이후 여러 동문들의 노래가 이어졌다. 마치 오늘을 위해 피나는 연습을 한 듯 멋지게들 불러댔다. 부부간에 호흡이 척척 맞는 모습에 넋이 나가기도 했다. 이에 서로 홀로 나가 춤을 추거나 껴안으며 후끈 달아오른 우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광경이었다. 어쩌면 헤어질 시간이 서서히 다가오는 아쉬움 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몰랐다.
더군다나 이제현 동문의 갸륵한 마음도 덧붙여야겠다. 와이셔츠의 경매 건이다. 특수한 고급 와이셔츠로서 이를 이상용 회장님의 사모님이 샀다. 이제현 동문은 이 와이셔츠를 판 돈을 자선단체에 기부해 오고 있다니 뜨거운 박수를 보낼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아무튼 흐뭇하고 넉넉한 기분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여간 가볍지 않았다. 그런 넉넉한 마음들로 지금의 어렵고 힘든 세월을 이겨내는 힘을 비축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싶다. 흐뭇함과 넉넉함. 바로 그것이었다. 부부 동반을 통하여 아마도 색다른 삶의 모습을 발견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게 우리네 삶이다. 허물 없이 얘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일 수 있다는 것. 더군다나 장태한 교수의 ‘우곤이 너를 보면 순수가 살아있다’고 지적해 준 대로 지천명인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진실과 순수가 아니겠는가.
집에 돌아 오니 자정에 가까워오고 있었다. 곤하게 자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부끄러운 마음 금할 길 없었다. 이 밤이 가면 그는 귀대하여야 할 것이다. 좀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다사다난했던 올 한 해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겨울 위에 겨울처럼 저마다 어렵다고 하지만 그래도 학창 시절의 끈끈했던 우정만은 한시도 잊지 말고 살자. 늘 끊임없이 솟는 맑은 샘물처럼 진실과 순수가 살아 숨쉬는 모습으로 말이다. 그게 바로 더불어 사는 삶의 본질이라면……
끝으로 바쁜 시간을 쪼개어 귀한 시간을 내어 참석해 준 이들이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이들에게도 늘 건강과 아울러 하는 일마다 힘찬 발걸음으로 나아가기를 빈다.
----- 참석자 명단 (가나다 순)-----
1. 부부 동반: 가삼현, 강정득, 권중훈, 김경윤, 김민철, 노정곤, 박성완, 이명용,
이영돈, 이상용, 이제현, 이정원, 이주현, 이철완, 조문형, 진우곤,
허 훈, 홍동수(18쌍)
2. 나 홀로: 김수만, 민태홍, 이승구, 이재흥, 이종복, 장태한, 현창수(7명)
(총 43명)
◈ 이철완 ─ 의섭, 주현, 상용의 협찬은 받는 즐거움을 느끼게 했고 우곤, 성완, 훈, 태한,문형의 재치와 진행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경윤, 창수의 넉넉함은 모임을 편하게 만들었고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학창시절의 추억을 느끼려 온 친구들이고 그 친구들의 손을 잡고 온 예쁜 여인들의 동반이다. 참석하고 싶지만 여러 이유로 불참한 학형들의 후의에도 감사드린다.
◈ 이윤일 ─ 이렇게 짧은 한 해가 어떻게 이렇게 긴 하루로 이루어질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짧은 한 해가 어떻게 이렇게 넉넉하고 즐거운 하루로 이루어질 수 있단 말인가! 그대들, 다시 한 번 보고 싶구나.
◈ 김수만 ─ 송년회 행사 스캐치 잘 읽었고요. 모든 친구들 정말 반갑고, 즐거웠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복많이 받으세요. " Happy New year ! "
진 우 곤
참으로 추운 겨울을 녹일 만큼 끈끈한 우정이 한바탕 어우러져 멋들어지게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성황리에 끝난 2006년도 재경 인고 74회 송년회 행사. 12월 19일(화요일)에 치러진 송년회는 연말이라 바쁘고,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부부 동반이 18쌍, 싱글이 7명으로 도합 43명으로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은 획기적이었다. 재경 인고 74회 동창회가 날로 발전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는 모습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군다나 이상용 인고74회장님이 인천에서 부부 동반으로 불원처리 달려와 자리를 빛내주었을 뿐더러 금일봉까지 전해준 것에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송년회 장소는 우리에게 늘 새벽을 알리는 ‘트럼펫’ 명 연주자인 강정득 동문이 운영하는 압구정동 ‘디자이너 클럽’ 앞에 위치한 ‘비틀즈’ 에서 가졌다. 이는 우리에게 색다른 맛을 자아냈다. 아늑한 실내 분위기는 만점이었고, 아울러 60년대에 활동이 왕성했다는 ‘비틀즈’ 클럽의 음악 세계를 엿보았다는 것은 의외의 기쁨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집에 찾아온 손님들이니 맛있는 것으로 대접해야 마음이 놓인다’는 강정득 동문의 말마따나 회비를 낸 것에 비해 푸짐한 식사를 했으리라 여긴다. 행사에 든 비용은 회원들의 회비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관계로 명예회장인 김경윤 동문과 자문인 현창수 동문이 자발적으로 거금을 내주는 바람에 해결되었음을 덧붙여 두는 바다. 그리고 이주현 동문이 부부 동반한 동문들을 위해서 ‘야콘’ 이라는 선물을 가지고 왔고, 정의섭 동문은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화장품 세트를 보내 주어 뜻 깊은 행사를 치를 수 있어 고맙기 그지없다.
아내와 나는 오후 5시 50분쯤 집을 나섰다. 여느 때보다 발걸음이 좀 무거웠다. 일병을 달고 휴가를 나온 아들과 마지막 밤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었는데 모임 참석 관계로 아쉽기 짝없었다. 이튿날 귀대하면 내년 8월에나 휴가를 나온다는데…….
전철을 타고 압구정 역에 내리니 오후 6시 30분을 지나고 있었다. 전화로 강정득 동문에게 모임 장소의 위치를 알아내고 버스를 탔다. 말로만 듣고 한번도 오지 못했던 압구정동. 부자 동네일뿐더러 성형수술과 유행의 첨단을 곳임을 이곳 저곳을 보면서 대번에 느낄 수 있었다. ‘갤러리아 백화점’ 앞에서 내렸다. 그리고 ‘디자이너 클럽’ 쪽으로 걸어가 거기서 100미터 정도 앞에 있는 ‘비틀즈’를 찾아 내었다.
입구에 들어서니 강정득 동문이 나를 껴안았고, 김경윤, 이명용, 홍동수, 이철완, 박성완 부부 및 싱글로 장태한 교수가 먼저 와 있었다. 서로 반갑게 악수를 나누며 안부를 물었다.
“야, 우곤이 네가 시간을 가장 정확하게 지켰구먼. 일부러 시간을 맞춘 게 아니야?”
하고 장 교수가 시계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그게 아닌데, 마치 ‘80일간의 세계 일주’처럼 되 버렸네.” 하고 응수하자 그 비유가 제격이라며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 여러 동문들에게 “우곤이 앞에서는 말조심해야 돼, 쟤는 기억력이 좋거든. 대번에 행사 스케치에 올라갈 테니까” 하고 짐짓 경고를 주는 게 아닌가.
7시를 넘어서자 이제현, 허 훈, 현창수, 조문형, 이승구 등등의 동문들이 부부 동반 혹은 싱글로 속속 모습을 나타내었다. 대략 40명 가량 모일 거라는 이철완 회장의 예측이 빗나가지 않았다. 이때부터 나는 바빠지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다니며 회비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매번 하는 일이지만 그게 여간 힘들지 않다. 왜냐하면 음식을 제대로 못 먹는데다가 여러 동문들과 자세한 얘기를 많이 나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행사의 스케치를 위해 이모저모 진행되는 사항을 챙겨야 하는 것도 신경이 쓰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남과 더불어 살자니 어쩌랴.
공식적인 행사를 위해 일단 8시 15분에 내가 마이크를 잡았다. 제1부 행사의 사회를 맡게 되었기 때문이다. 고르지 못한 날씨와 연말이라 바쁠 텐데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참석해 주어 감사하다는 것과 어려운 가운데서도 인고 74회 재경 동창회를 잘 이끌어가고 있는 이철완 회장의 인사 말씀이 있겠다고 말했다.
여러 동문들의 도움으로 재경 동창회가 활성화가 된 것에 흐뭇하다며 임원진 소개에 들어갔다. 사실 하나의 회를 꾸려가자면 어려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서로 이마를 맞대고 좀더 나은 방법을 찾으려 애쓴 결과가 여러 동문들에게 유익을 안겨주는 보람을 맛볼 때 더없이 가슴이 후련해진다. 그리고 귀한 시간을 내준 이상용 회장님의 인사를 끝으로 1부 행사를 마치고 식사를 하며 서로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30분 정도 가졌다.
중간중간 동문들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나는 그들을 챙기고, 회비를 걷느라 저녁다운 저녁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반갑다며 건네는 술잔을 마다할 수 없어 빈속에 술을 털어 넣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렇고 보니 정작 아내를 데리고 왔지만 같이 앉아 있을 여가가 별로 없었다. 아내에게 여간 미안하지 않았다.
마지막 주자로 대한축구협회 사무총장인 가삼현 동문이 부부 동반으로 온 가운데 제2부 행사가 조문형 동문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강정득 동문의 서막을 올리는 우렁찬 ‘트럼펫’ 연주 및 노래가 분위기를 띄웠다. 그의 열정적인 연주와 노래에 모두들 매료된 듯 박수를 치며 연신 앵콜을 연발했다. 그 이후 조문형 동문의 구수한 입담으로 참석한 동문들에 대한 자세한 소개가 시작되었고, 노래도 부르게 하는 등 대부분 처음으로 만나는 아내들의 서먹서먹함을 서서히 풀어나갔다. 어려운 시절을 넘나들며 저마다 제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친구들. 어디에 있든지 간에 이 자리를 잊지 못해 찾아오는 모습들에 가슴이 뜨겁기조차 하다. 잘났든 못났든 끈끈한 우정이 다져지는 것이야말로 정녕 코허리를 시큰하게 만든다.
중간에 조문형 동문이 나더러 시 낭송을 하게 했다. 며칠 전 이철완 회장이 내게 부부 동반의 모임이니까 뭔가 그들에게 유익이 될 만한 이벤트를 가지고 싶다며 좋은 글을 써서 코팅까지 하여 나눠 주는 게 좋겠다고 부탁을 해왔다. 하여 부랴부랴 내가 발표했던 작품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대강 엿보게 하는 목적으로 작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코팅의 마무리는 아내가 힘써 주었다. 고맙기 그지없다. 나는 그것을 여러 동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모두들 좋아했다.
나는 이 유인물을 작성하게 된 배경을 간략하게 얘기한 뒤, 어차피 부부 동반이 많음으로 그에 걸맞은 시를 하나 낭송하겠다고 말했다. 모두들 지그시 문을 감았다. 은은하게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20대 시절에 쓴 ‘내 사랑하는 여인에게’란 시를 낭송했다. ‘여인’은 아내나 민족 혹은 조국으로까지 지칭할 수 있다고 토를 달았다.
내 사랑하는 여인에게
누가 내게 준 선물인가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아니, 잠시 눈 감고 생각에만 잠겨도
사랑과 그리움을 그물처럼 던지는
아름다운 꽃이 그 어디서 함초롬히 피어났을까
복숭아꽃 같은 연붉은 두 뺨에
얄밉도록 고운 살 내음이 번지는도다
내가 격랑에 휩쓸리어
오갈 데 없는 외로운 조각배여도
또는, 마음의 어느 한 편이 쓰러져
크나큰 아픔에 부대낄 때에도
그대는 나의 어머니의 젖줄처럼
아니, 다정한 누이의 손길처럼
나를 일으켜 세우고 보듬어 주도다
이 몸은 한 방울의 이슬이라도 좋으이
벚꽃처럼 화사하지 않아도
목련처럼 우아하지 않아도
그대와 나의 사랑이
늘 윤기가 나도록 씻길 수가 있다면
그리하여 하늘 끝에서도 땅 끝에서도
오로지 그대만을 위하여 살지니
시 낭송을 끝내고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내를 사랑하는 것밖에 없다고 하자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면서 멋지게 산다며 박수를 쳤다. 이철완 회장의 말마따나 제대로 먹힌 것인가. (그 이외에 유인물 내용은 첨부된 파일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이후 여러 동문들의 노래가 이어졌다. 마치 오늘을 위해 피나는 연습을 한 듯 멋지게들 불러댔다. 부부간에 호흡이 척척 맞는 모습에 넋이 나가기도 했다. 이에 서로 홀로 나가 춤을 추거나 껴안으며 후끈 달아오른 우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광경이었다. 어쩌면 헤어질 시간이 서서히 다가오는 아쉬움 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몰랐다.
더군다나 이제현 동문의 갸륵한 마음도 덧붙여야겠다. 와이셔츠의 경매 건이다. 특수한 고급 와이셔츠로서 이를 이상용 회장님의 사모님이 샀다. 이제현 동문은 이 와이셔츠를 판 돈을 자선단체에 기부해 오고 있다니 뜨거운 박수를 보낼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아무튼 흐뭇하고 넉넉한 기분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여간 가볍지 않았다. 그런 넉넉한 마음들로 지금의 어렵고 힘든 세월을 이겨내는 힘을 비축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싶다. 흐뭇함과 넉넉함. 바로 그것이었다. 부부 동반을 통하여 아마도 색다른 삶의 모습을 발견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게 우리네 삶이다. 허물 없이 얘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일 수 있다는 것. 더군다나 장태한 교수의 ‘우곤이 너를 보면 순수가 살아있다’고 지적해 준 대로 지천명인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진실과 순수가 아니겠는가.
집에 돌아 오니 자정에 가까워오고 있었다. 곤하게 자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부끄러운 마음 금할 길 없었다. 이 밤이 가면 그는 귀대하여야 할 것이다. 좀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다사다난했던 올 한 해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겨울 위에 겨울처럼 저마다 어렵다고 하지만 그래도 학창 시절의 끈끈했던 우정만은 한시도 잊지 말고 살자. 늘 끊임없이 솟는 맑은 샘물처럼 진실과 순수가 살아 숨쉬는 모습으로 말이다. 그게 바로 더불어 사는 삶의 본질이라면……
끝으로 바쁜 시간을 쪼개어 귀한 시간을 내어 참석해 준 이들이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이들에게도 늘 건강과 아울러 하는 일마다 힘찬 발걸음으로 나아가기를 빈다.
----- 참석자 명단 (가나다 순)-----
1. 부부 동반: 가삼현, 강정득, 권중훈, 김경윤, 김민철, 노정곤, 박성완, 이명용,
이영돈, 이상용, 이제현, 이정원, 이주현, 이철완, 조문형, 진우곤,
허 훈, 홍동수(18쌍)
2. 나 홀로: 김수만, 민태홍, 이승구, 이재흥, 이종복, 장태한, 현창수(7명)
(총 43명)
◈ 이철완 ─ 의섭, 주현, 상용의 협찬은 받는 즐거움을 느끼게 했고 우곤, 성완, 훈, 태한,문형의 재치와 진행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경윤, 창수의 넉넉함은 모임을 편하게 만들었고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학창시절의 추억을 느끼려 온 친구들이고 그 친구들의 손을 잡고 온 예쁜 여인들의 동반이다. 참석하고 싶지만 여러 이유로 불참한 학형들의 후의에도 감사드린다.
◈ 이윤일 ─ 이렇게 짧은 한 해가 어떻게 이렇게 긴 하루로 이루어질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짧은 한 해가 어떻게 이렇게 넉넉하고 즐거운 하루로 이루어질 수 있단 말인가! 그대들, 다시 한 번 보고 싶구나.
◈ 김수만 ─ 송년회 행사 스캐치 잘 읽었고요. 모든 친구들 정말 반갑고, 즐거웠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복많이 받으세요. " Happy New year ! "
댓글목록 0
윤인문(74회)님의 댓글
UC리버사이드 장태한교수는 미국 들어가기 전날인 12월20(수) 고영흥의 충무꼼장어에서 동기 10여명이 같이 정을 나누었네..이상용회장은 연이틀 뛰었구만..나도 강정득이네 비틀즈 한번 가봐야 되는데..5년전 제주도 용두암옆 재즈카페 운영할 때 출장중 찾아가 신세진 적이 있었네..좌우간 내년엔 좀더 보람찬 해가 되길
.....님의 댓글
"coming--- comming로 수정해염^^"
김태희(101)님의 댓글
<EMBED
src=http://blogfile.ohmynews.com/data/15/inauro/303058.wma
width=70 height=25 loop="-1">♫ Jealous Guy/John Lennon <br> 장문의 스케치 올리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br>기억력 좋은 우곤님이 참석하는 행사에서 필히 언행 조심하려 드는 동문님들..ㅋㅋ<br>기냥 망가져서 스케치 주인공이 되십시오.ㅋㅋ
윤용혁님의 댓글
우곤선배님 정말 멋진 송년회이셨군요.
아내를 사랑하신다는 진솔하고 정겨움이 넘치는 시 낭송과
동기들과 허물없는 대화가 더욱 따스하게 느껴지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