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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가 날 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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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가 날 낚다.
배드민턴 클럽의 일곱 분과 일요일 새벽에 바다낚시를
가기로 하였다.
바다낚시는 태어나 처음 하는 것이라 마음이 설레고
모처럼 배를 탄다는 기분에 잠을 설치다 일어나
새벽2시30분에 약속장소로 가서 일행과 인천 연안
부두로 갔다. 4시에 출발하는 낚시 배를 타기 위해
졸린 눈을 비벼야했다.
벌써 바다낚시를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우리 일행 포함 사십 여명을 태운 배는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약 두 시간을 달려 바다 한가운데로 나갔다.
동이 트자 선장의 지시 하에 일제히 낚시 줄을 길게
내렸다. 사람들은 배의 양 옆에 앉아서 미꾸라지를
입감삼아 연신 살짝살짝 내렸다 올리기를 반복해도
영 고기들이 물리지 않았다.
그러면 선장이 낚시 줄을 올리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서였는데 문제는 여기서
부터였다.
다른 분들은 닐 낚시 도구를 챙겨와 풀고 감기를
신속히 하는데 일행 중 날 포함 세 명은 낚시 대가
없어 자대라는 재래식 낚시도구를 줘 줄을
풀 때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올릴 때는 죽어라 빨리
올려도 늘 늦었고 폼도 나지 않았다.
바다의 깊이가 보통60여 미터가 되고 깊은 곳은
100미터가 넘는 곳도 있어 어릴 적 어머니 몰래
실패를 들고 나가 연을 날리다 연줄을 감던 생각이
떠올랐다.
도구야 어떻든 고기라도 많이 잡혀주면 좋을 텐데
꿈틀거리며 소리를 내는 미꾸라지를 간신히 낚시
바늘에 끼워 내려 보내도 도무지 소식이 없다.
고기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지들끼리 대책회의를 열고 다 숨어 버린 것일까?
아니면 인천 앞바다의 오염으로 숨 막혀 다들 도망을
쳤는지 아무튼 고기가 별로 없었다.
일행 중 가위 바위 보를 해 바다 밑에 내려가 물고기와
협상을 벌이는 것이 어떠냐는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였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도 아닌 것이 옆에 좋은 전동
닐 낚시 대를 가진 우리 일행 중 한분은 가뭄에 콩
나듯이 우럭 세 마리와 놀래미 두 마리를 건져
올렸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 자기를 어신이라고 불러 달랬다.
고기도 사람을 차별하는 것 같았다.
나에게 말을 건네 길 “나도 우럭으로서
자존심이 있지 무슨 실타래 같은 것을 들고 와
지금 뭐하자는 거예요? 장난해요? “ 하는 것
같아 속이 상했다.
우럭을 세 마리씩 잡은 분이 낮잠 자는 동안
그 분의 전동 닐 낚시 대를 빌려 나도 어신이
되고자 바닷물에 연신 줄을 풀어도 물고기
놈들이 나를 놀리려는지 툭툭 먹이만 건드리고
물지를 안았다.
태양은 내리 째어 뜨겁고 전날 밤 잠을 설쳐
졸음은 쏟아지고 혼자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배의 승무원에게 한 소리 듣고 이건 낚시가
아닌 망망대해에서 시간과의 지루한 싸움이었다.
순간 두둑하며 내가 잡은 낚시 대에 감촉이
왔다. 드디어 내게도 행운의 여신이 다가
왔나보다.
나는 잽싸게 낚시 줄을 당겼다.
나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힘이 느껴졌다.
대어라고 소리치며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사람들이 달려왔다.
끊어 질듯 줄에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
아 나도 오늘 큰 거 한건을 하는구나하며
내심 쾌재를 불렀다.
집사람에게 나 혼자 잡았노라 자랑하려니 힘이
더욱 솟았다.
전동 낚시 대가 크게 휘어지며 다른 사람들도
부러워하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수면에 떠오를 대형우럭이나 광어이기를
간절히 바라며 나는 낚시 줄과 사투를 버리고
있었다.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에서 큰 물고기를
잡던 노인의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러나 도통 고기가 끌려오지 않았다.
왜 그럴까? 인어일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 선장의 지시가 내려졌다.
“낚시 줄을 끊으세요! 무슨 대어예요!
바위에 걸린 거예요“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망신이 또 어디 있겠는가.
나는 대어랑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 속 바위랑 결판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바다를 건져 올리듯 초보자로서 구분도
못하면서 해프닝을 벌인 것이다.
배를 끌고 들어갈듯 줄을 당기니 퉁하며
하단의 낚시 줄이 끊어지며 고기커녕 덩그런
쇳덩이 추만 덜렁거리며 끌려올라 왔다.
하필 선장은 방송으로 크게 말해 내 얼굴이 더욱
뻘개 져 화끈 거렸다.
그 이후로 내가 하는 낚시는 배 반대편에서 하던
사람들의 낚시 줄과 서로 엉켜 묵직해 끌어당기면
“놔요 놔!”하며 외치는 소리만 공허하게 메아리쳐
들려왔다.
한 마리도 못 잡았다. 집에는 어떻게 가지?
집사람이 배고플 새라 크림빵을 여럿이 나누어 먹으라고
한 자루 담아 주어 일행을 놀래 켰는데 무슨 체면으로
얼굴을 들지 하는 고민이 생겼다.
그러는 사이 배의 선장은 철수명령을 내렸고 배는
어느덧 석양과 함께 처음 떠난 연안부두에 닻을
내렸다.
배에서 내려 터덜터덜 선착장을 벗어나니 나이 드신
아주머니들이 꽃게를 자판에 펼치고 팔고 있었다.
그렇다. 집에 가서 꽃게를 잡았다고 변명구실을 찾고자
만원을 주고 까만 비닐봉지에 꽃게를 받아들고 저녁을
일행들과 먹기 위해 집 근처 횟집으로 갔다.
그러고 보니 한두 명을 빼고 다들 나처럼 빈 털털이였다.
선상에서 한두 점 얻어먹은 우럭회가 너무 냠냠해
일행은 횟집으로 향했던 것이다.
바다낚시를 갔던 사람들이 고기는 못 잡고 횟집으로
간다는 것이 자연스럽지 못했다.
그사이 집사람이 꾸려준 빵 한 자루가 도마에 올랐다.
세상에 고기잡이 나가는 남편에게 빵을 꾸려주니
빵을 먹고 물고기 한 마리도 못 잡은 것이라며
자기들도 빵은 맛있게 먹었지만 그로인해 고기를
놓친 것이라는 해괴한 구실을 달고 있었다.
아니면 고기의 입감으로 쓰라고 사서 보낸 것을
우리가 모르고 먹은 거라는 농담에 한바탕 웃음보를
터드렸다.
꽃게를 들고 집안에 들어서니 난리가 났다.
집사람이 보더니 어디서 상해 물이 줄줄 흐르며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것을 들고 왔냐고 핀잔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마터면 집안에서 쫓겨 날 판이었다.
선착장의 아주머니에게 내가 당한 것이었다.
물고기에 놀림 받다 막판에 아주머니들의 비 양심에
또 한 번 놀아나니 불쾌한 감정이 들었다.
그 아주머니들 수놈 꽃게 발에 한번 씩 물렸으면 좋겠다.
물고기에게 내가 잡히는 날이었지만 배라도 실컷 타는
행운을 누린 즐거운 하루였다.
댓글목록 0
장재학님의 댓글
아주머니들이 비양심적이네여....헐... 다음엔 대어를 낚으세요...^^
차안수님의 댓글
바다낚시 처음하는 사람이 꼭 대어를 낚던데...선배님에게는 운이 없었나 보군요. 다음에는 평일날 물때 좋을때 시간내서 다시 가보세요 그러면 큰놈으로 여러마리 낚으실겁니다.
이동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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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열님의 댓글
살생을 안한건 잘한거죠? ㅋㅋㅋㅋ
이환성(70회)님의 댓글
연안부두서 꽃괴살때 덤으로 주는건 언제나 상한것이었던것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환성(70회)님의 댓글
부메랑1,2가 겁나...기호선배님이 꼴달러 오라시네...인문이/명철인 쥑었다..
신명철(74회)님의 댓글
강원도 가는길에 옥수수 파는 사람들도 비슷한 경우겠죠...사료용 옥수수를 판다고 하던데.. 용혁후배 여러가지로 마음 상했겠네..
지민구님의 댓글
고기가 날 낚다...꽃게도...ㅋ
최송배님의 댓글
용혁 후배, 강화 출신인데 바다낚시가 처음이라니...그동안은 망둥이만 잡았었나봐요. 그러니 우럭은 못잡고 지구(바위)를 걸어올리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