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나의 교단 일기 3 : 교직의 굴레
본문
나의 교단 일기 3 : 교직의 굴레
교직 생활은 두 가지의 굴레 속에서 산다고 볼 수 있다. 한 가지가 배속된 부서에서의 충실한 행정적 업무 수행..그리고 나의 교단 일기 2 와 같이 동료 교사와의 선후배와의 원만한 유대적 관계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가 부단한 교재 연구를 통한 수업준비와 아울러 학생들을 잘 가르쳐야할 의무와 제자들을 올바르게 살아가도록 지도해야 할 의무이다. 다시 말하면 교직 생활에 있어 이 두 가지의 굴레가 키포인트이며 교직생활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교직생활에서 담임을 맡아야만 제자들을 길러내는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지금은 학급당 인원이 35명 정도이지만 80년대초만 해도 60명 정도였다. 지금 교실에 들어가면 뒤에 사물함...앞에는 컴퓨터와 프로젝션TV까지 놓고 널널하게 공부하고 있지만 그때는 60명이 어떻게 빼곡이 한교실에서 공부할 수 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담임은 자기반 학생 모두의 성적 및 생활신상은 물론 친구관계까지 파악하고 있어야만 반 학생들을 제대로 지도할 수 있었다. 고1 담임을 맡으면 좀 쉽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좀 힘들어진다. 특히 고3 담임이 되면 실업계의 경우는 취업과 진학이라는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만 하기 때문에 학생지도가 좀 힘들어진다. 그리고 80년대초에는 3학년 2학기만 되면 현장실습이라는 명목으로 대부분의 학생이 조기취업을 나갔지만 지금은 70% 이상의 학생이 대학진학하는 상황으로 변하였다.
80년대 중반 내가 기계과 고3 담임이었을때 있었던 얘기를 해보고자한다.
그때는 한학급에 30%정도의 경기, 강원의 지방학생들이 있었다. 이 학생들이 고1때는 순진하게 학교생활을 보내지만 도시물좀 먹다보면 일부 학생은 약간씩 망그러져 간다. 특히 1학년때는 주로 기숙사 생활을 하지만 2학년부터 자취생활로 전환하는 학생들은 주로 문제학생으로 분류되어 요주의 인물이 된다.
그때 3학년 1학기 6월초쯤 요주의 인물로 분류된 K군의 이야기를 상기해본다.
어느날 아침 출근하여 담임학급 조회를 들어가기 바로직전., 얼굴이 상기된 어떤 학생어머니가 교무실로 날 찾아왔다. 다짜고짜 우리반 학생 K군의 이름을 대며 그 학생을 퇴학을 시키라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워낙 단호하고 목소리가 거센지라 나는 안되겠다싶어 조용히 상담실로 모셔가 차분하게 자초지종 얘기를 듣기로 했다. 그 어머니 말씀인즉 자기 딸이 S여중 3학년이며 누가 보면 고3정도로 성숙하게 보인다는 얘기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자기 남편이 산재로 오랜동안 누워있어 자신이 택시운전을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자기 딸이 집안 살림을 하고있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 딸이 어젯밤 집에 안들어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친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어젯밤 자기 딸과 친구들이 함께 주안 디스코텍에 갔다가 우리반 K군 등과 어울려 놀다 K군 자취방에 갔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왔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었다.
참 나로선 난감한 처지였다. 그 당시 주안역 주변에 학생들이 콜라만 먹고 놀 수 있는 디스코텍에서 학생들의 탈선이 이루어진다며 학생생활지도를 철저히 하라는 지시를 교감선생님으로부터 받은 터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는 우선 K군을 따로 불러 사실진위 여부를 파악하기로 했다. 마침 반장을 통하여 K군을 호출하였더니 교실에 있는 것이었다. K군을 조용한 곳으로 데려가 차근차근 물어보았다.
#나 : 어제 디스코텍 갔다는 것이 사실인가?
#K군 : 네...친구들과요..
#나 : 친구 누구?
#K군 : L, H, 그리구 O요..
#나 : 어랍쇼..이거 다 강원산이네..거기서 여자들을 만나 같이 놀았는가?
#K군 : 네..I여고 2학년들을 만나 같이 놀았습니다.
#나 : 어라! 이 자슥들 봐라..(속으로... 중3인디..여자들이 속였구만..순진한 것들..ㅉㅉ)
#나 : 거기서 나와 어디갔는가?
#K군 : 시간도 늦고해서 다들 친구들은 끼리끼리 흩어지고 저랑 같이 놀던 여자친구와 함께 자취방에서 좀더 놀았습니다.
#나 : 밤새 같이 있었는가? 바른대로 말해..
#K군 : 네..밤새 얘기만 했습니다.
#나 : 정말 얘기만 했어?
#K군 : 네...(모기만한 소리로)
#나 : 거짓말 하지마? 난 다 아니까 솔직히 말혀..
#K군 : 어쩌다 보니 그냥 했습니다.
#나 : 어디까지 뭘 했는데?
#K군 : 할건 다했습니다.
#나 : 염병할!!! 이노무 자슥!!!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이...
그뒤 난 여학생어머니에게 절대 소문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과 여학생어머니가 제일 걱정하는 여학생의 학교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한 후 그 어머니를 설득하고 보낼 수 있었다
어머니가 간 후 K군에게 물었다.
#나 : 이제 어린 여학생을 건들였는데 어떡할거여..
#K군 : 이제 한달만 있으면 취업나가잖아요..제가 데리고 살낍니다..
저희들이 무슨 순애보 영화의 주인공이라고...난 어처구니가 없었다.
며칠후 걱정이 되어 그 여학생어머니에게 전화 걸었더니 그 여학생 하는말 “K오빠는 아무 죄가 없어요..모두가 제 잘못이에요” 라고 했단다. 정말 조숙했던 학생들...지금 잘들 살고 있는지 아련했던 옛날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댓글목록 0
이환성(70회)님의 댓글
#나 : 어디까지 뭘 했는데? #K군 : 할건 다했습니다. 대화체에 샵이 나오는건 처음봅니다...윗글은 휴가계로 판단됨..잘놀다오시게...
신명철(74회)님의 댓글
인문이 휴가 잘다녀오시게나.^^*
요즘 휴가들을 홍천으로 많이들 가네..
차안수님의 댓글
그녀석들 결혼하였을까?
윤용혁님의 댓글
인문형님 정말 난감했겠어요. 저희들 고등학교때 M.R.A활동 시 선배형들이 인천의 모 여학교 여학생들과 빵집에 갔다고 난리로 M.R.A야외 활동 중지당한 적이 있었지요.
거기에 비하면 정말 격세지감입니다.
장재학님의 댓글
결혼했는지 궁금하네요... 재학이 학교에서 조교생활할때 예쁜여조교가 있었는데
그녀를 꼬시던 후배가...소주한잔 먹였더니 그 여조교 기절해서 결혼했던데여...ㅋ
윤인문님의 댓글
지금 강원도 홍천에서 돌아왔습니다. 이틀동안 인적이 드문 시원한 계곡에서 그물로 많은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 그리고 튀김을 안주로 대낮부터 밤늦게까지 술에 젖어 살다왔습니다. 아침에는 두부전골에 해장술, 점심에는 보신탕, 닭백숙까지..지금도 배가 불러요..그야말로 무릉도원이 따로 없더군요.
윤인문님의 댓글
그녀석들 결혼하였을까? ===> 졸업한 후 소식이 없어 나도 모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