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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 수상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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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 수상스키
작열하는 태양 넘실대는 남한강의 물결,
올해도 형님네랑 우리가족이 양평 남한강에 위치한
토마토벨리라는 펜션에 1박2일로 휴가를 갔다.
참나무로 1차 훈제된 바비큐를 시원한 저녁 강가에서
맥주와 곁들여 구워 먹으니 색다른 맛이 있었다.
다음날 아침 강가로 가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수상스키를
즐기려 와 있었다.
2년 전 바로 이 자리에서 수상스키를 타다 배 후미에
옆구리를 부딪쳐서 그리고 또 한 번은 발목을 삐어 몇 개월을
고생하였던 경험이 있는 형은 긴장을 많이 하고 있었다.
구명조끼를 입고 준비운동을 하던 형이 제일먼저 물에
들어갔다.
군에서 갓 제대한 아들 앞에 당당히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제 일착으로 타겠노라 한다.
보트에서 던져준 줄을 잡은 형은 출발과 함께 일어서는 듯
하더니 바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2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
나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두 번 세 번 마지막에는 스키마저
벗겨져 나뒹구는 수난을 당하고 물만 잔뜩 먹은 체 얼굴이
하얗게 질려 보트에 실려 나왔다.
그러면서 하는 말 “내가 많이 늙었구나!” 하며 그냥 플라잉 피시
보트나 타고 말겠다고 하면서 저만치 물러나 앉았다.
처음부터 자신감을 잃고 있었던 것이다. 오십대의 몸으로
수상스키를 즐기려는 형의 멋진 모습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
나머지 우리 셋(조카, 딸아이, 나)은 시도도 못한 체 도매금으로
초급반 기초훈련을 받으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봉부터 잡고 타는 비용도 두 배를 더 내야하는 초보자 신세로
나와 딸애마저 강등된 것이다.
형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기도를 드렸다 한다.
“하느님 아버지 올해는 제발 계수씨와 조카 앞에서 개망신을
당하지 않게 해 주시옵소서!“ 라는 간절한 기도를 올렸으나
기도의 응답이 이루어 지지 않음을 원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봉을 잡은 형 처음에는 뭉개 질을 하더니 제법 잘 탔다.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형도 나와 딸아이가 멋지게 타는 것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는지 줄을 내어주니 보트와 하나 되어
한강을 가로질러 횡단하는데 성공하였다.
형수님은 형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이라도 딴 듯 혼자 기뻐하며
파이팅을 외쳤다.
너무 긴장 한 탓인지 벗어버린 스키를 뭍으로 내밀지 못하고
둥둥 떠내려가든 말든 헤엄쳐 나오긴 하였으나 형은 최선을 다해
하면 된다는 일념으로 나이를 극복하고 일어서 스키를 잘 탄 것이다.
그렇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다.
형이 여실히 증명해 보인 것이다.
이십대 청년들도 초보 강습 시 자꾸 배 밑으로 기어 들어가 끝내
수상스키를 포기하였지만 형은 멋지게 올해도 소기의 목적을 이룬 것이다.
형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자신감에 찬 형은 플라잉 피시 보트놀이에는 콧노래까지 부른다.
올해도 형님네와 여름휴가를 잘 왔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댓글목록 0
이환성(70회)님의 댓글
난 두만강서 땟목도 못탔는데..마눌이 무서워해서...수상스키=귀족놀이!
윤인문님의 댓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일념으로 수상스키를 타신 용혁후배 형님..그 용기에 탐복할 따름입니다. 나한테 항상 월남 스키부대 출신이라는 선배가 있었는데..그 분은 수상스키 잘 타실까?..ㅋㅋ
윤용혁님의 댓글
환성형님 김정구의 두만강 노래가 들리는 듯 하네요. 뗏목 타는 형님 평양성 배불둑이 혼좀 내고 오시지 그랬어요. 아쉽군요. ㅎㅎ
인문형님 잘 타실꺼예요. 스키는 곧 중심잡기이기에 말입니다.
인문형님 휴가 잘 다녀 오셨지요? 형님 글에 정이 많이 갑니다.
언제나 좋은 날 되세요. 꾸뻑^.^
차안수님의 댓글
50대에 수상스키을? 엄두가 나지 않을듯한데 용혁선배님의 형님 대단하십니다.
장재학님의 댓글
제트스키 탄지가 어언 10년...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