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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교단일기 2 : 교직의 유대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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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교단일기 2 : 교직의 유대문화
내가 1980년에 시작한 인천기계공고..참 큰 학교였다.
지금 신설학교들은 3800-4000평정도의 학교부지를 가지고
있지만 인천기계공고는 13,500평으로
12개동의 건물로 구성되어있다. 80년대초만해도 한학년 17개학급씩 51개학급, 야간산업체특별학급
20개정도 학급, 인천시내 기계과 학생들이 일주일에 1개학급씩 입소하여 첨단기자재 교육실습을 받는
공동실습소, 지금은 없어졌지만
600여명을 수용하는 기숙사 등 그야말로 복잡한 학교이었다.
그당시 여기에 주간교감 2명, 야간교감 1명으로 인천에서 유일하게 교감 3명이 근무하는 학교,
그리고 교사만
120여명, 여기에 일반직, 기능직 등 40여명을 합치면 가히 얼마나 많은 직원들이 근무하는
학교였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교직원회의는 교무실에서 월요일에 한번...그리곤 일주일 내내 23개로 흩어진 사무실에서 부서별로 근무한다.
그러다보니
교사들끼리 일년내내 대화한번 나누지 못하고 지낸 교사들도 많았다.
여기에 대한 에피소드도 많았다. 지금 인천과학고 교장으로 계신 조모교장
이야기다.
조모교장이 과학교사로 인천기계공고로 부임하여 4개월정도 지났다한다. 교장실앞을 지나가다가 교장선생님을
만나뵈어
인사드렸더니 교장선생님 曰 “어떻게 오셨어요?”란다.
교장이 3개월이 지나도록 자기 직원얼굴을 파악하지 못할 정도였으니..
그리고 인천의 교사들은 대부분 한학교에 5년 근무하면 다른 학교로 전보한다. 매년 2월말이 되면 전별인사를 한다.
그런데 피치못하여 1년만에 떠나는 교사가 전별인사를 하게되었다. 그때 몇몇 교사들이 수근대며 하는 말
"저 선생이 언제 우리 학교
근무했었지” 참으로 생각하면 과간이었다.
학교가 크다보니 자연히 자기 부서 사람들과 주로 어울리는 분위기이었다. 저녁회식도 부서모임이 많았다.
80년초 그때는
자기 차들이 없는터라 누가 한마디만 꺼내면 곧바로 학교앞 대포집으로 직행..선배교사들이 부르는데
뒤따르지 않았다간 그 다음날 죽음이었다.
요즘 세대들은 전혀 이해못할 얘기지만..요즘 젊은 교사들은 차 때문에..
마누라와의 집안일 분담때문에..애를 돌봐야 하기때문에...내일
교재연구 때문에..등등으로 요리조리 빠져나가지만...
그 당시 선생들의 술문화는 흔히 얘기하는 와리깡, 가보씨기..문꼬리만 잡아도 와리깡이라는 문화이었다.
지금은
카드로 결제하지만 주로 단골 술집에서는 장부에 달아놓고 먹는다. 장부에 술값 싸인하는 사람은 신참..
나같은 처지가 도맡아 했다. 1차
끝나면 2차..2차 끝나면 3차..끝까지 선배님들을 모시면서 장부 싸인과 더불어
술이 과하신 분은 집까지 모셔가는 배달써비스..이것이
우리의 임무이었고 우리의 운명같은 신세였다..
중간에 도망..아예 우리 신참들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랬다간 한동안 인간관계 불성실죄로
도마에 올라 힘든
학교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봉급날 나는 친절하게 한달동안 먹은 술값을 정확히 1/N 하여 걷어야만 했다. 중도에 먹은 사람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술먹은 다음날은 누구와 같이 먹었는지 꼭 메모하는 습관도 생겼다. 또한 나에겐 아주 중요한 임무가 있었다.
그것은 봉급날 한달동안 장부에
싸인한 외상술값 갚으러 학교 주변 단골술집들을 순례하는 당연한 신참=총무로서의 역할이었다.
첫 번째 외상집에서
술값갚으며 맥주 두서너병 서비스로 마시고 2번째 술집으로..3번째..4번째..이렇게 반복하여
순례하다보면 서비스로 맛이 가기 시작한다.
그리곤 마지막 술집에선 이젠 모르겠다하며 서비스외에 한병..두병.. 기분에 젖어
더시켜 먹다보면 다시 장부에 싸인...그리고 나의 인생은
다음날을 생각하며 똑같이 반복되는 생활을 시작한다.
댓글목록 0
장재학님의 댓글
힘드셨던 선배님의 추억...ㅡㅡ,
지민구님의 댓글
서비스 맥주가 항상 문제지요..ㅋㅋ
이상동님의 댓글
요즘은 후배들 챙겨주시느라 지갑이 ....
윤인문님의 댓글
상동후배!!인천바로알기 종주단으로 고생이 많아 내가 한잔으로 풀어줘야 하는디...
전재수님의 댓글
한 15년동안 일년 365일중 400여일 술 마셨다고 하면 수준급이지요. 집에서 저녁먹고 담배사러 나갔다가 술에 꼴은적도 많았지요.어느 날 갑자기 정신차리고 마누라 과부되는꼴 보기가 싫어서리 이젠 얼큰하게 한달에 한번 정도만 합니다. 저하고 한잔 하시는 분은 선택받으신 분입니다.ㅎㅎ
이기석님의 댓글
선배님의 연재중 아마도 제일 감명깊은 회수가 아닐지,,,,,,역시 얘기는 술얘기가~~~~진짜루
윤용혁님의 댓글
ㅎㅎㅎ 당시의 애환이 추억이 되셔서 정겹게 느껴집니다.
술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풋풋한 정이 감회되어 오는것 같습니다.
좋은 날 되세요.
안남헌님의 댓글
좋아하시는 술과 기꺼이 가까이 할수 있다는것도 엄청난 행운이였네요..ㅎㅎ
윤인문님의 댓글
남헌후배! 동열이형이 종주단 갔다온 후 신변방 출입이 없네..어찌 된거여? 몸이 골으셨나?
윤인문님의 댓글
그리구 인사동 회장 性님께선 동기 신변방 대장 成님이 휴가떠나신 후 신변방에 관심을 안보이는 것 같은데유..成님 휴가갔다 돌아오시면 그동안 신변방 관리를 못했다고 저 혼나는데유.큰일이네..ㅋㅋㅋ
이성현(70)님의 댓글
휴가 끝 .
안남헌님의 댓글
동열이형은 요즘 종주사진 정리하고, 백두산등반 준비하느라 바쁜듯합니다.
이환성(70회)님의 댓글
술먹은 다음날은 누구와 같이 먹었는지 꼭 메모하는 습관도 생겼다===> 기억해야하니..술이안채고..결국 술이쌔젼네..일명 술고래..ㅋㅋㅋ
차안수님의 댓글
첫 출근한날. 1/N 그러면 좋은데... 한사람이 왕짱 카드 결재하고 다음날 부터는 빈털털이되는 처량한 신세로 한달 보내는 심정.....
이환성(70회)님의 댓글
조회수가 95개여...100넘으면 홍어회 한사라....................라........라.......랄...쏴...ㅋ
윤인문님의 댓글
오늘 들어와 보니 조회수가 100넘었네..成님의 홍어 한사라.. 라........라.......랄...쏴. 이번 주말 번개때 쏘실네나...아니면 나만 따로불러 쏘실네나..기다려집니다.
이환성(70회)님의 댓글
아니..쏘라고..100넘기기 힘든거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