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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판 구덩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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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판 구덩이에서
용이 땅을 파고 똬리를 틀다 하늘로 올라갔다하여 용판 구덩이라고 하는데 여름철이 되면 가장 신나는 것이 그곳에서 멱 감기였다. 진강 산에서 흘려 내려오는 물줄기를 동네분이 막아 수력발전을 하던 곳인데 사업이 시원치 않아 망해 방치된 곳으로 여름 장마에 물이 고이면 호수를 이루고 둑이 터질 듯 수로를 따라 물줄기가 낙차를 이루며 떨어지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우리들은 바보들 같이 서로 먼저 나이아가라 폭포라고 우겼다. 이곳에 동네 개구쟁이들은 다 모여 물장구 치고 다이빙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는 그야말로 천혜의 수영장이었다. 애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수십 미터 전에서 책가방과 옷을 벗어 던지고 알몸으로 풍덩풍덩 뛰어 들었다. 나는 아버지가 가르쳐 주신대로 준비운동도하며 다리부터 천천히 들어갔는데 그 애들은 심장마비라는 개념도 없이 잘도 뛰어 들었다.
서리라 하면 따를 자 없는 나보다 서너 살 많은 짓궂은 사촌형님이 계셨는데 개구리헤엄을 잘 치셨다. 우리보고 뒤를 따라오라기에 개헤엄을 치며 죽어라 쫒아 갔는데 그 형님 엉덩이 쌍 바위 골에서 물방울과 함께 찐 고구마 같은 것이 불쑥 불쑥 솟아올랐다. 짓궂은 형님이 우리를 골탕 먹이려고 또 사고를 친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우리는 물을 먹어가며 오리새끼처럼 졸졸 헤엄쳐 뒤를 바짝 따랐다가 그날 점심 먹은 것을 다 토해냈다. 그 악몽은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았고 식사 때마다 괴롭혔다.
친구 중에 영양실조로 몸에 부스럼이 많이 생겨 물놀이를 못하고 양지바른 곳에만 늘 쪼그려 앉아있는 한 친구가 불쌍하게 보여 통나무를 파서 만든 돼지죽통에 그 애를 태워주다가 그 애가 그만 중심을 잃어 물에 빠지는 바람에 수영을 전혀 못하는 그 친구를 구해내다 힘에 부쳐 나도 죽을 뻔하였다. 물을 얼마나 먹었는지 내 배를 보니 올챙이가 되어있었다.
물놀이에 싫증나면 농약 줄 때 사용하는 커다란 플라스틱 함지박을 타고 판자로 만든 노를 저어 상류물가로 가 친구들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열린 개암과 살 메주를 따 먹었다. 그 맛은 중국의 두보시인도 부럽지가 않았다. 내가 하던 짓을 아랫집 꼬마애가 흉내 내다 발랑 뒤집어져 함지박을 물속에 잃어버려 그날 그 아이는 그 애 아버지 한태 고무신짝으로 무진장 맞아 며칠을 물놀이에 나오지 못했다. 내 특허를 모방하다 혼쭐이 난 것이다.
아 돌아 올 수 없는 옛날이여!! 그 옛날 촌놈 또는 강화 뻔뻔이 라는 소리가 그렇게도 싫어 다투기도 했지마는 지금은 내가 산골출신 강화도령 이기에 이런 추억을 먹고 살지 않나 생각한다. 도시에서 자란 애들은 아마 이런 정서를 모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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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0
윤인문님의 댓글
인천에서 태어나 자라 용혁후배와 같은 아른한 시골냇가 추억이 없는 나는 슬퍼..그래도 만석동 갯벌 갯골에서 수영하며 갯지렁이 잡아 망둥이 낚시..1-2시간 동안 백여마리 잡아 집에 가져와 배가르고 내장 발른다음 반찬으로 망둥이찜..그리고 말려서 겨울엔 간식..짭잘한게 노가리보다 맛있었음..저도 그때가 그립습니다
윤용혁님의 댓글
ㅎㅎㅎ 인문형님 어릴 적 추억은 더욱 소중한것 같아요.백여마리씩 잡는 갯벌의 형님모습 그려봅니다. 좋은 날 되세요.
장재학님의 댓글
망둥이 말린거 구워먹고, 튀겨먹으면 디게 맛있었는데요...^^
지민구님의 댓글
인주옥 별미중의 하나지요...요즘 도시아이들 갯골 무서운 줄 모르고 강화에서의 안타까운 죽음..
안남헌님의 댓글
이번 인천바로알기종주에서 진강산코스가 있었는데, 땅벌떼의 출몰로 옆으로 우회... 그 용판구덩이 볼 기회를 놓쳤네요..
劉載峻님의 댓글
어정쩡한 도시 생활로 도시는 물론 시골의 추억까지 모두 아스라히 잃어 버린 세대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든 그대들이 부럽소이다 걸작의 속편을 기대 합니다
이환성(70회)님의 댓글
劉載峻(67回회)님은 혈통이라고 용혁만 편哀하는게 보입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