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이베리아 반도 여행기-스페인 둘째날
본문
피라 콩그레스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아침 일찍 몬세랏을 올랐다. 여기서 몬은 산을 뜻하고 세랏은 톱니를 말하니 바로 톱으로 자른 산이란다.
산세의 아름다움에 반하고야 말았다.
높이 1,236미터에 기암괴석이 즐비한 바위산을 케이블카로 까딸루냐 사람들의 종교적 중심지 725미터 지점에 위치한 베네딕투스 수도원의 부속건물인 대성당에 들러 검은 마리아상을 알현했다. 여의주에 손을 얹고 기도를 올렸다.
페이스북 친구들과 내 친구들,고통 받는 이웃, 그리고 양가 부모님과 맨 마지막으로 우리 가족을 위해...
마리아상이 검은 것은 신도들의 등불에 그을려서 그랬다는데 아무튼 신도들은 1811년 나폴레옹 군대가 침략해 수도원을 파괴할 때 용케 이 마리아상을 숨겨서 지켜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화려하고 웅장한 대성당이 더욱 돋보이는 것이 13세기에 창단되어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에스콜라니아 소년합창단이다.
7월을 제외한 매일 오후 1시에 천사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일정상 이를 놓치니 무척 아쉬웠다. 아쉬움에 기념품가게에 들러 에스콜라니아 소년합창단이 부른 CD와 목각으로 본뜬 조그만 검은 마리아상을 구입했다.
그런데 갑자기 외국인 관광객 할머니가 내 옆에서 크게 넘어지시는 것이 아닌가? 너무 놀랐다. 지팡이에 의존하시던 분이 숨을 헐떡이셨다. 내 비록 응급실 의사는 아니지만 생명을 중시하는 약사로서 또 내 어머니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보살폈다. 손목을 잡아 맥박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심장의 쇼크는 아니셨고 알고 보니 가게 입구에 깔린 발판에 불편하신 발이 걸려 크게 넘어지신 것이었다.
그분의 일행들이 올 때까지 진정을 시켜 드렸다. 관절을 살피고 “아 유 오케이?” 연신 물었다. 연세가 있으시기에 제발 골절 등 큰 부상이 아니시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중식 후 활기가 넘치는 람브란스 거리를 거쳐 구엘 저택, 가우디가 개조한 집 까사 빠드요를 보고 이제 바르셀로나 시를 떠나야만했다.
바르셀로나...예술의 혼이 살아 숨쉬는 까딸루냐의 심장이라 쾌히 부르는... 피카소,미로, 가우디...
야채 셀러드를 즐기는 개성강한 까딸루냐 사람들... 의외로 투우를 싫어하고... 축구는 거의 전쟁을 하듯 좋아하며...
눈부신 태양, 코앞에 펼쳐진 지중해의 푸른 물결, 반짝이는 올리브나무를 뒤로한 채 여행자는 사랑의 큐피드를 맞고 바르셀로나 공항을 통해 그라나다로 날아갔다.
비행기옆자리에 레알 마드리드축구팀을 응원하는 스페인 청년과의 대화가 즐겁다. 처음에는 내가 일본인인줄 알고 "아리가또" 하였다. 조용히 웃으면 나는 한국사람이며 한국에서는 "아리가또"를 "감사합니다"라고 친절히 알려주었다.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 팀과 스페인 팀의 경기를 기억했다. 맨유의 박지성 선수를 잘 안다고도 했다. 그 스페인청년은 소리를 죽여 바르셀로나 팀보다 자기네 레알 마드리드 팀이 더욱 우세하다고 귀띔해 주었다. 레알팀에서 뛰는 호날두가 잘 생기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그는 포루투칼 출신으로써 아주 축구도 잘하고 미남이며 배에 씩스팩을 가졌다며 자기 배를 가르켜 원 팩이라고 했다. 내 배는 흐릿하고 불규칙한 4팩이라고 했더니 낄낄거리며 웃었다.
레알 마드리드팀과 바르셀로나팀의 축구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총만 안 쏘았지 사실상 전쟁이라고했다. 축구에 있어서만큼은 한 나라 두 국가란다.
난 말해 주었다. 당신네들 정말 재미있다며.. 그런 다음 일본과 한국축구에 관해 전해주고 한국의 축구는 한 나라 하나의 축구라고...
그 청년에게 재차 확인했다. 같은 스페인이라도 바르셀로나 시민들이 투우를 별로 안 좋아하냐는 사실을... 그렇다고 하였다. 그리고 투우를 영어로 "불파이트"이라 표현한다는 것도...
유쾌한 스페인청년이 나의 좋은 여행이기를 빌어줬다. 나도 행운과 아디오스를 전하니 벌써 비행기는.. 투비...
|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