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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리아 반도 여행기-출발 그리고 스페인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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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이가 반기는 오월 둘째 날, 딸애가 몰아주는 빨간 자동차에 여행가방 두개를 실고 늦은 밤 인천공항으로 달려갔다.
일전 계획한 대로 스페인과 포루투칼을 아내와 동행이 되어 여행길에 나섰다. 유럽으로 졸업여행을 한 달간 다녀온 딸애는 같이 가자는 말에 급구 사양하다가도 막상 우리가 떠나는 모습에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
스페인 마드리드 행 비행기 안에는 50,60대 아주머니들로 가득하였다. 가끔 머리가 희끗한 남자 분들도 보이고... 아마 어버이날을 맞아 자식들이 정성껏 효도관광을 보내드리는 것 같았다.
장장 13시간을 달려 스페인 마드리드 공항에 도착하니 시계는 현지 시각으로 새벽 5시 30분을 넘기고 있었다. 세 시간 여유를 두고 바르셀로나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탔다.
트랩을 내리자마자 관광이었다. 현지 가이드가 한국여자 분이신데 서반아어에 능숙하며 아주 이지적이다. 하긴 13살 때 스페인으로 건너왔다니...
어느새 커다란 리무진버스는 몬 주익 언덕을 올랐다. 여기서 “몬”은 산을 말하고 “주익”은 유태인을 뜻한단다.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황영조 선수가 피치를 올려 우승한 그 언덕... 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수가 우승 후 56년 만에 거둔 자랑스러운 쾌거... 바로 그 역사적 자리에 내가 서 있다. 우승자의 흉상이 서 있고 그의 거친 숨결이 들리는 것 같다. 당시를 회상하니 환호와 함께 감동이 물밀듯 밀려왔다.
정상에서 바라본 바르셀로나 시와 포말을 입에 문 파란 지중해가 활짝 웃으며 모두를 반길 때 남미출신의 거리악사들이 시원한 바람에 팬플릇 선율을 구성지게 실어 보냈다.
바르셀로나 해변에 당도하니 벌써 여름을 맞은 듯 젊은 남녀가 비치발리볼을 즐기며 각선미를 자랑하고 있었다. 엎드려 일광욕을 즐기는 그들의 여유에 여행은 더욱 풍요롭다.
우리의 볶음밥과 유사한 해물 빠에야로 점심을 때우고 피카소박물관 관람에 나섰다. 또 한명의 천재화가를 만나는... 고전적 그림을 그리던 소년기에 이미 그의 그림실력은 인정받았다한다. 유치원 또래의 아주 귀여운 아이들이 피카소가 그린 어머니라는 그림 아래 둘러앉아 자유토론을 하는데 무척 귀엽고 인상적이었다.
인상파에서 점점 알 수 없는 형상으로 흐르는... 학살이라는 그림에서는 파시즘에 저항하는 화가의 마음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다리는 점점 힘들어 지고... 점심에 먹은 해물 파에야가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계속 외쳐대니...
결국 일행에서 떨어져 서툰 영어로 해우소를 겨우 찾아가 비움의 미학을 실천하고 나니 반쪽짜리의 피카소를 만나고야 말았다. 경비가 삼엄해 다시 입장 할 수 없기에...
그림에 관심이 많은 집사람은 조각을 전공한 가이드의 자세한 설명에 너무나 좋았다면서 먼저 나와 벤치에 앉은 나를 보더니 왜 따라 왔느냐 듯이 웃음보를 크게 던졌다.
작은 언덕을 오르니 가우디 박물관과 부서진 타일로 꾸며진 구엘 공원에는 사람들로 붐볐다. 아기자기 꾸며진 공원... 자연미를 그대로 접목시킨... 그때 가이드가 다시 한 번 주의를 환기시켜주었다. 소매치기를 조심하라고...
작열하는 태양이 서산으로 기울 때 성 가족성당을 찾았다. 싸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완공시기를 모르며 이백년 이상 계속 증축되고 있는 그곳을...
위대한 건축가 가우디의 숨결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의 천재성에 놀라고 자연미를 그대로 살려 채광을 배려한 경이로운 건축술에 혀를 내둘렀다. 하늘을 향한 옥수수 모양의 네 개의 탑은 성서의 사대 복음을 말하는 것이란다. 부조물의 아름다움은 극치를 이루었고...
그리고 수많은 모래주머니에 일일이 무게를 달아 무게중심을 잡았고... 하나하나 이 어려운 작업에 그의 신실한 믿음이 없었다면 과연 가능하였을까? 절로 존경심에 고개가 숙여졌다.
그러나 안타까운 사실은 독재자에 의해 한동안 성당증축이 파국을 맞고 있었다는 것과 말년에 가우디가 전차사고로 세상을 등졌다는 사실이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성당 옆 작은 방에서 숙식을 하던 그가 전차에 치여 전신 타박상을 입고 쓰러졌을 때 허름한 차림의 그를 아무도 몰라보았다는 것이다. 식사를 제공하던 아주머니가 그가 안돌아 오기에 찾아 나섰더니... 투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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