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타임캡슐
본문
타임캡슐
세기가 바뀌는 새해 가장 먼저 태어난 아이들 다섯 명을 나란히 세워
찍은 사진을 육년이 지난 지금에 또다시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진과 함께
싣고 장래의 포부를 담은 신문기사를 연초에 보았다.
안타깝게도 다섯 아이 중에 한명은 연락이 두절되어 다른 어린이로
바뀌어 실었는데 앞으로 기회 있을 때마다 그들의 성장과정을 보여
주겠다하니 그 아이들이 어찌 자랄까 하는 흥미로움과 함께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여 앞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겠다는
생각을 가져보았다.
이 기사를 보면서 타임캡슐을 생각한다.
미래를 미리가보는 것이 타임머신이라면 미래를 미리 만들어 보는
것은 타임캡슐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정말로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를 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속도에 적응이
안 되는 사람들은 아무리 성능 좋은 타임머신이 존재한다하더라도 어찌
승선할 수 있겠는가.
너무 빨리 나르는 타임머신을 타고 주마간산 격으로 미래를 둘러보아
도 좋겠지만 하루를 하루로 보고 일 년을 일 년으로 보는 보통의 사람들
은 타임머신보다 타임캡슐이 미래를 내다보는 데에는 제격일 것이다.
타임캡슐이란 현재의 제도나 풍습과 문물을 먼 장래에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고 흘러간 세월에서 무얼 찾겠다는 취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겠지만
개인이라면 지금의 상태나 모습에서 오년 후 이루고자 할 목표를 정하여
놓고 그 시점에 다다라서 과거에 다짐했던 좌표를 확인하는 것 또한
가능할 것이다.
십년 후에는 또 얼마나 달라졌을까를 그때에 가서 찾아보는 것은 자라
나는 학생들이나 성장의 세대들에게 좋은 것이라 생각된다.
장래의 희망을 타임캡슐에 담아 이십년인가 삼십년인가의 세월이 지난
후에 꺼내 보려는 행사를 우리 인고 100회 후배들이 졸업당시 행사를
가졌다는데 벌써 6년이 흘렀으니 그들 또한 하나둘 사회인이 되어 각지
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나이가 되어간다.
그런 행사를 하였다는 것을 까맣게 잊은 학생도 있을 것이며 자기가
적어 놓은 희망사항을 달성하기 위하여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이십대는 꿈을 품고, 삼십대는 꿈을 키우고, 사십대는 꿈을 실천하고,
오십대는 꿈을 이룬다하는데 지금 그들은 한참 꿈을 품고 열심히 일하는
나이가 되었다.
대부분 군대에도 다녀와 총을 쏘는 요령도 알 것이다.
군대에서 사격을 할 때에 기지거리에서 영점을 잡아 총의 성능에 따라
가늠자를 조정한다.
인생에도 영점사격 실습을 할 시기가 바로 청소년기인 고교시절이다.
선생님의 지도와 상담을 통하여 진로를 잘 선택하고 조정해서 대학에
들어가 열심히 학문을 연마한다면 정해놓은 목표물을 명중시키기가
수월하겠지만 우리네 인생 너도 나도 닥쳐왔을 때에 허겁지겁 총을
겨누니 목표물은 맞지 않고 헛방만 쏘아대며 허둥대는 것이 대부분이다.
준비 없이 인생을 살고 있으니 당연한 노릇이다.
이럴 때 타임캡슐에 넣었던 사연을 친구들과 함께 들추어 보는 것은
인생의 재출발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그 시절 함께 배운 친구들이 다 모여서 오손 도손 자신이 적은 글을
읽고 그때에 희망하던 것과 현재 자신이 걷고 있는 위치를 스스로 비교
하거나 친구들이 거드는 한마디 말은 값진 거름이 되지는 못할지라도
수정처럼 맑게 빛나는 추억의 에피소드가 되어 두고두고 즐거운 인생의
추억거리가 되는 것은 아닐지.
꿈만 컸지 그 꿈을 담지 못할 그릇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며
현실에 맞게 수정하는 시간을 잠시 갖게 되는 시간은 정말로 귀중하게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다시 5년 후나 10년 후의 자신의 목표를 타임캡슐에 써넣는다면
마음은 언제나 고교시절로 돌아가 그만큼 젊어지는 것 아닌가.
담임선생님이라도 모셔서 함께 듣고 평 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자신이 목적한대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제자에게 한 마디의 칭찬이라도
해준다면 칭찬 받는 제자는 얼마나 신나며 얼마나 즐거워할까.
그는 더욱 힘을 써서 노력할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고래도 칭찬에 춤춘다 하였으니 담임선생님의 칭찬에 기뻐하지 않을
제자 어디 있겠는가.
이런 행사도 이십 전후의 일이지 그들의 아버지뻘 되는 우리가 한다고
하면 웃을 일이다.
무슨 일이나 행사건 연륜에 맞게 하여야 한다.
생뚱맞게 耳順이 닦아오는 우리들의 나이에는 격에 맞지 않은 일이다.
내가 살아갈 시간, 친구들이 살아갈 시간은 많아야 이삼십이요, 빠르면
십년 안짝에 서로의 곁을 떠나는 안타까운 친구들도 있을 터인데 이런
행사는 어울리지는 않을 것이다.
타임캡슐을 묻지 않는다 하더라도 남은 삶을 위해서는 그에 맞는 기간
에 적당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려 하는 마음은 지녀야겠다.
꿈이 없는 소년을 소년이라 할 수 없는 것같이 꿈을 가진 사람이 소년
이라 말하는 것에는 언제라도 꿈을 지니라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꿈이 있는 사람과 꿈이 없는 사람은 어딘가 사뭇 다르다.
무엇을 이루려고 가슴에 묻어두고 기다리는 시간은 즐겁다.
그것이 꼭 이루어져서 즐거운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것 자체가 마냥
즐거운 것이다.
청소년들은 당당하게 모교교정에 타임캡슐을 심을 용기가 충분하지만
이제 만용도 사라진 나이에도 남아있는 고집은 있어 그 짓이 하고
싶어 조그만 희망을 타임캡슐에 담아 억지로 내 가슴에 쑤셔 넣는다.
십년은 멀고 일 년은 너무 가까우니 오년 후로 기간을 잡고 이루고 싶은
것을 한두 가지 마음에 새겨 넣는다.
이것이 그때에 이루어지면 다행이고 설령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라도
기다리는 동안 설레던 마음이나 절이게 하는 마음은 남아있을 것이다.
어릴 때의 초조하고 간절하게 기다리던 것에 비하면 속마음을 내색은
안하지만 은근히 기다리는 욕심은 나이 들수록 어린 시절을 능가하는
것이어서 뜻을 이루지 못한 어르신을 뵈올 때에 여간 실망하는 눈빛을
보아왔던 터에 나라고 이루지 못한 것을 아쉬운 표정 없이 담담하게
보내지는 못 할 터이지만 그것을 어찌하랴.
이루고 못 이루는 것이 애초에 문제되지 않는 것이기에 이루어진 기쁨도
아쉬운 실망도 다 아름다운 것으로 남을 것이다.
이런 희망을 간직하는 동안에는 인생의 절기가 잠깐이라도 멈추어서
반백의 머리칼은 검게 되돌리지는 못하더라도 더 이상 하얘지지 않고
머리칼이 듬성듬성 빠져서 머릿살이 보이는 것이 지금쯤에 멈추어 아침
마다 걱정하던 일이 덜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거울을 보면서 괜한
상상을 하고 있다.
댓글목록 0
박남호(87)님의 댓글
얼마전 고교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컴퓨터 옆에 붙여두고 보니 저역시 마음이 고교시절에 있는듯 설레이고 이사진한장이 캪슐에 넣은 소중한 쪽지 만큼은 아니지만 그때의 꿈꾸고 희망한 것들이 새록새록 봄기운에 돋아난 싹처럼 튀어오르는것이 넘 좋습니다 태호,동은.중명,문구,국래 사진속의 인물들 써 봅니다
장재학님의 댓글
윤제 선배님께 진짜 타임머신이 있으면 몇년도로 가실련지요 ...? ^^
오윤제님의 댓글
길면 뭐하겠어요. 오년 정도면 되겠지 그때쯤이면 아들 딸 혼사도 끝났을 테고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겄인가 알았으면 족할 것 같습니다.
이진호님의 댓글
살아온 날들이 다 흡족하지는 않지만 지난 날은 추억이 있어 좋습니다..오늘은 무엇이든 할수있어 좋습니다..미래는 좀 궁금하네요...작은 즐거움에도 기뻐할수있고 행복해 할수있는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싶습니다...
윤인문(74회)님의 댓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갈 수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이 무지 많을 겁니다. 근데 몸이 5학년으로서는 따라 주지 않을 듯..젊은 이팔청춘의 체력과 외모를 가지지 않고선..ㅎㅎ
오윤제님의 댓글
과거로 가서 모하누 미래로 가야지 조금 남아 있는 희망 먼저 보는 맛 좋을 것 같아서요.
빛 보다 빨른 머신 타기가 현기증 날 것도 같고
이환성(70회)님의 댓글
자기관리하냐고 하버드생에 물었다는데..그중 3%만이 한다고 답했고..20년후 그들을 추적하니..그3%에 속한이들의 연봉이 나머지 97%의 년봉과 같았다합니다..지난목금요일..자기관리교육받았습니다..그걸로 년봉조정한다니..ㅠㅠ
김태희(101)님의 댓글
전에 어떤 코미디언이 "ㅣ주일만 젊었으면.."(맞나?) 을 유행시킨 적이 있는데 1주일만 젊어진대도.. 요즘은 미래가 무섭습니다. 안 죽어지고 100살까지 살게 될까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