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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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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공원에서
벗 꽃 축제가 인천대공원에서 열린다 하여 아내와 함께 나들이를 나섰다.
차량이 붐빌 것을 예상하며 후문 쪽으로 가자하였지만 주차시설이 잘 되
어 있어 괜찮을 거라는 아내의 고집에 정문으로 들어선다.
위쪽 주차장은 벌써 가득 찼지만 아래쪽은 아직 많이 비어있다.
오늘 인천의 고등학교 사이버 회원들이 모임을 가지는 날이기도 하여 정
문을 들어서자마자 주위를 살피는 것을 잊지 않고 구석구석을 둘러본다.
왼쪽 한 공터에 현수막이 걸려있고 그 아래 몇몇이 모여 있는 것이 눈
에 띤다.
얼른 머리에 담고 오랜만에 찾아온 대공원의 풍경을 감상할 요량으로 연
못가로 발길을 옮긴다.
계절에 맞지 않게 연못 주위에서 어린이와 어른 몇 명이서 연을 날리고
있다. 얼레 질을 하는 모습이 능숙하지 못 하였지만 그래도 연 날려 본
경험은 있어 보였다.
땅위에는 얼레가 놓여 있어 연실을 살핀다.
전에 내가 연을 날릴 때의 사용한 연실이 아니다.
낚싯줄로 쓰이는 나일론실로 바뀌어 있었다.
실의 탄력은 있어 보이니 기술을 구사할 때는 탱탱하는 소리가 무척
좋을 것이라 생각되나 감아놓은 실이 엉클어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하면서 지나간다.
휴게실 바로 아래 연못에서 오리 두 마리가 사이좋게 놀고 있다.
사람들이 뿌려주는 모이 생각에 가장자리까지 닦아와 놀고 있다.
언제 본 오리인가.
아무래도 몸집이 작은 것 같아 다 성장한 어미는 아닌 것 같으니 내
가 커서 오리가 작게 보이는가.
오리가 지나간 물결이 나란하다.
지금도 이리 정다우니 자라면서 서로의 정은 더욱 커지겠지.......
오리 곁을 떠나 앞을 보니 폭포가 되어 물이 떨어지는 것이 보인
다.
작은 파도가 되어 출렁이는 것이 얕은 바다나 호수에서 물결치는
모습이다.
카메라를 들이댄다.
너무 떨어져 있어서 물결치는 모습이 실감나지 않아 좀 더 가까이 가
서 찍어 본다.
춤추는 분수처럼 보이던 것이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니 계단을 한 단계
한 단계 흘러내리는 그저 그런 모습인데 멀리서는 왜 그리 아름다운지.
사람을 대할 때는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위대한
조작 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에 남들도 싫 컷 느껴보라 비켜선다.
언제 마련한 것인지 조각들이 전시되어 있는 조각공원.
바람을 타는 풍차조각도 있고 바위덩이 앞부분을 파내어서 연인들이
얼굴만 내밀고 사진을 찍으면 좋을 조각도 있다.
시간이 있으면 함께 머물고 싶은 작품이 많이 있을 터인데 나는 눈을
주지 않고 지난다.
조각공원을 지나니 공연장이 나온다.
널따란 공연장에는 청년들이 발야구를 하고 있다.
천천히 피처가 토스하듯 쳐준 공을 아가씨가 차는데 파울볼이 된다.
아가씨는 수줍어서 웃고 청년은 미안해서 웃었다.
모두들 웃는 모습이 봄 하늘 같이 싱그럽다.
아! 이 모습이야 감탄이 절로난다.
옆에 수북하게 핀 냉이 꽃이 앙증맞다.
하얀 꽃 노란 꽃이 활짝 피었다.
아가씨의 웃음과 청년의 웃음이 이 냉이 꽃으로 달려와 스미는 기분이
다. 아침 식탁에 올려놓았으면 먹음직한 냉이가 용케 목숨을 부지하고
꽃까지 피었다니 대공원은 정말로 특별구역이라도 되는가 보다.
정성스레 사진으로 담고 벗 나무가 즐비하게 늘어선 곳으로 갔다.
아직은 이른 듯 꽃봉오리만 가득 맺혀 있으니 벗 꽃 축제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양쪽으로 늘어진 벚나무를 지나려니 김구선생 모자의 동상 안내 팻말
에 이끌리어 비석 앞에 선다.
비석을 사진에 담고 동상 앞에 선다.
싱싱한 꽃다발이 동상 앞에 놓여 있다.
누구의 정성인가. 정성도 이런 정성이라면 드릴만 하다고 느낀다.
바람에 접힌 꽃 리본을 반듯하게 만져서 펴준다.
언제인가 대공원에서 간석오거리를 지나 주안공단을 지나가다 백범로
라 하여 붙여놓은 팻말을 보면서 김구선생이 인천과 무슨 인연이
있기에 기념 도로를 마련했을까 하였던 생각이 말끔하게 가신다.
두 번의 옥고를 인천형무소에서 당하셨다하니 그럴 만도 한 인연이라
하겠다.
더구나 어머님은 아들의 형기를 마칠 때까지 행상을 하며 아들의 옥 바라
지를 하면서 백범의 인품을 높이는데도 커다란 영향을 주었으니 인천
의 情이 이름 그대로 개천이 되어 흐르는 것 아닌가.
동상을 만들어서 함께 이 공원에 있게 함은 우리 인천 경제인들의 넓은
마음에 흐뭇하고 눈길까지 멀리 보고 깊이 보는 것에 반갑다.
휴게소에 올린 등나무는 아직 이른 계절 푸른 잎 하나 없다.
잎사귀 없이도 시원함을 줄 것 같이 뻗어난 가지, 밑줄기는 두 손을
마주 잡을 만큼 실하다.
칡이 없으니 등나무도 갈등은 없는 듯 무성한 모습이다.
시간은 어느덧 늧은 네 시.
모이라는 장소로 다가가는데 선배님 한분이 집합장소를 못 찾고 서성
이신다. 인사를 하니 반갑게 맞이하신다.
내가 들어오다 언 듯 본 곳이 맞겠거니 생각되지만 그래도 확실히 알고
자하여 휴대폰으로 모이는 장소를 확인한다.
정문 입구 왼쪽의 공터라니 아까 바로 그곳인 것이다.
수십 명이 모여 끼리끼리 담소를 한다.
김밥 몇 개를 먹고 커플스란 술도 한잔 가득 딸아 마신다.
커플 모양 달콤한 사과 내음이 짜릿한 술기운과 함께 입안에 퍼진다.
담을 허무는 일에 함께한 인천의 아들딸들은 건강한 웃음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
세계의 벽도 허물어지는데 이웃 학교의 담쯤이야 간단하게겠지마는
친구들에게도 거리유지가 필요하듯 좋은 만남에도 적당한 거리유지는
필요하리라.
함께 온 집사람은 헤집고 들어갈 틈이 없으니 돌아가자고 재촉한다.
미안한 마음에 잰걸음으로 슬며시 자리를 떴다.
댓글목록 0
李聖鉉님의 댓글
형수님 못뵈었어요.금요일 같이오세요
오윤제님의 댓글
찍을 줄 모르는 솜씨로 몇장 마련한 사진을 글 중간 중간 끼워 넣으려는데 실력이 없어 냉이꽃 한장만 넣었습니다.
신명철님의 댓글
뭔이런 황당한 일이... 꼬리달려고하니 글이 없어졌어요..ㅋㅋ 건강하시죠?
오윤제님의 댓글
아늘놈이 사진 끼워준다기에 그래 보랬더니 사진 자리가 공백으로 나와서 수정했습니다.
이환성(70회)님의 댓글
인천의 情이 인사동으로...多情도 병인양...갑자기 생각난다
李聖鉉님의 댓글
선배님 사진 제게 보내주세요.sunghyunlee@lycos.co.kr
이동열님의 댓글
저두 첨엔 사진뺴서 컴퓨터 씨디 넣는데로 넣어봤다니깐요,,,ㅋㅋㅋ켁
윤용혁님의 댓글
봄날의 일기를 수채화처럼 잘 그려 내셨군요.
이웃의 담장을 허물고 인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것을 공유하고 지역사회발전을 넷워크화하는
뜻깊은 자리에 선배님도 가셨군요? 지나침이 없는 좋은 모임이기를 기원합니다.
윤인문(74회)님의 댓글
너와 나를 서로의 방에 가두는 건 <br>
우리 사이의 경계, 바로 벽 때문입니다. <br>
보이는 벽 뿐 아니라 마음 속 보이지 않는 <br>
수많은 벽들이 존재하기에 <br>
마음을 가두고 좀처럼 열어 보이지 않습니다. <br>
우리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어보세요. <br>
서로를 둘러친 마음의 담을 낮춰보세요.<br>
오윤제님의 댓글
옳은 말씀입니다. 다만 가까우면 지나친 간섭이 생긴다는 것으로 적당한 거리유지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이환성(70회)님의 댓글
다만 가까우면 지나친 간섭이 생긴다는 것으로 적당한 거리유지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 같은이치! 지나친 多情도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