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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회장기 배드민턴대회 출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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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회장기 배드민턴대회 출전 후기
봄꽃들이 향연을 벌이는 날에 부천시 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지는 배드민턴대회에 혼합복식과 남자복식조에
출전하게 되었다.
성적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하루 즐긴다는 생각으로
출전하니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그간 레슨도 받으며 손목 힘을 키우려 약국의 조제실에서 직원의
눈치를 살피며 후라이팬도 돌리고 고무 바를 당겨 순간 스냅을 키우려
무던히도 노력하였다.
코치에게 혼합복식의 요령을 한 달 전부터 전수받은 터라
전년도보다 약간 상향된 점수를 기대하고 기쁜 마음으로
결전의 날을 맞았는데 핸드폰의 벨소리가 아침부터 요란스럽다.
혼합복식조의 경기가 9시40분에 잡혀 여유를 두고 8시쯤
가려는데 총무님과 신 대감의 다급한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경기가 시작되어 10번 코트로 지금 당장 출전하지 않으면
실격처리 된다는 소리에 급히 택시를 잡아타고 허둥지둥 체육관으로
향했다.
진행자에게 왔음을 알리니 파트너랑 5분 이내에 나올 것을 주문하였다.
나의 혼합복식 파트너는 박가의 어진아내인데 아직 집에서 떠나지도
않았다니 마음이 초초해지기 시작했다.
차라리 내 팀의 출전시간표를 몰랐다면 더 일찍 나왔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순간 나의 파트너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달려 들어왔다.
몸도 제대로 풀지 못한 상태에서 정신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어 가까스로
우리가 10점을 따니 심판이 코트 밖으로 자꾸 나가라고 하였다.
상대가 21점을 먼저 땄으니 헛수고를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열심히 응원해준 클럽식구들에게 죄송스러웠다.
그 보다도 오직 나 하만을 믿고 전위에서 열심히 뛰어다닌 박가의
어진아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사나이가 전투에서 패장이 되었으니 나의 파트너도 덩달아 포로가 되어
끌려가는 꼴 같았다.
지천명에 든 나이를 속여 선수층이 두터운 40대로 출전한 것이 무리수였으며
10년차가 경기력의 10배를 좌우한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혼합복식경기의 남자는 단식경기를 잘 소화해 낼 수 있을 정도의
실력과 체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체력은 그런대로 쓸 만한데 실력은 내가 보기에도 아직은 아니었다.
게임 시 코트의 사분에 삼을 책임져야 하는데 스매시를 하고 잘 쳤나
쳐다보니 셔틀콕은 어느새 넷 앞에 뚝 떨어지고 말았다.
속속들이 늦게 도착하는 클럽식구들이 번번히 경기결과에 대해 물었다.
그러면 나는 “네, 이겼어요.” 라고 대답하면 “와” 하고 칭찬을 하려는 순간
잽싸게 “상대편이요.”라고 말해 주었다.
경기가 한참 진행 후 입장식이 거행됐는데 상고머리를 돌리며 입장하는
초등학교의 사물놀이패가 너무나 귀여웠고 게임에는 비록 졌지만 신명난
소리에 어깨춤이 절로 나왔다.
드높은 체육관의 천정을 향해 꼬리를 흔들며 올라가는 고무풍선은 꼭
꿈과 희망의 새로움을 잉태시키려 돌진해가는 역동의 정자들 같아 팀의
동료에게 농담을 건네니 자기 것이라며 열 달 후에 보잔다.
밤마다 “아부지!, 아부지!”하고 부르면 어떻게 하냐고 나도 너스레를 떨었다.
남자복식 경기도 경험부족과 실력의 미비로 10점을 얻는데 만족해야만 했다.
그리고 노출된 나의 문제점을 고맙게도 바로 지적해 주시는 분이 있었다.
첫째가 테니스를 너무 오래 쳐서 그런지 늘 라켓을 떨 구고 있다는 것이며
둘째는 클리어를 치고 잘 쳤는지 쳐다보고만 있으며 셋째는 백이 너무 취약하고
넷째는 자꾸 언더로만 쳐 올려 공격을 당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버려야할 네 가지를 아직도 다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C조 결승에서 우리 팀이 12대 1로 앞서나가다 아깝게도 역전패를
당하니 아주 아쉬운 대목으로 남았다.
그러니 정작 본인들은 얼마나 속상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다.
얼마나 열심히 응원을 했는지 지금 목이 다 쉬어있다.
경품권 추천에서 양말 두 켤레로 하루 일당을 위로 받고 클럽회장님이 친히
베풀어 주시는 뒤풀이에 참석하여 “우리가 남이가”를 연신 외치며 애꿎은
맥주만 올챙이배가 되도록 들이 퍼 마셨다.
이제 박가의 어진 아내를 놓아드려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능력도 없는 내가 그리고 그 분도 대회에서 우승이라도 하고 싶을 텐데 나랑
전생에 무슨 인연으로 만나 대회에 출전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낮에 파트너의 부군께 솔직한 내 심정을 털어 놓으니 형이 방출하면 그나마
데리고 나갈 사람이 없다니 가슴이 너무 아프다.
공개 구혼이라도 외쳐야 할 것 같다. 언더와 스매싱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미모와 성격 좋은 여성분이 우리 클럽에 계시다는 것을 말이다.
전에 같이 운동을 하던 타 클럽의 여성분이 30대로 출전하여 우승하였다는
소식을 그 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혹시 “제들은 혼합복식의 실력도 안 되면서 누가 나가라 그러지도 안았는데
오다가다 만난 급조된 길거리의 팀처럼 왜 나가지? “ 하는 분들이 계서도 좋다.
그러나 나는 그분과의 대회출전이 너무 즐거웠으며 행복하다.
어차피 우승을 못할 것이라면 그 경기를 즐기겠다는 마음이었기 때문에
좋은 추억이 되었고 나의 파트너가 되어 준 것을 아주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그 분과 나는 한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며 도원결의를 하였다.
오는 5월의 시장기 대회에서 5점을 더 따기 전에는 절대로 헤어지지 말자고
굳게 맹세하였다.
그런 후에 능력의 젊은 피를 수혈코자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반갑게도
30대의 한 남자분이 새로이 자청하고 나섰으니 마음이 한결 새털처럼 가볍다.
그래도 아름다운 추억과 아쉬움이 남는 것은 왜 일까?
배드민턴이 있기에 나는 행복한 사나이다.
댓글목록 0
이환성(70회)님의 댓글
배드민턴이 있기에 나는 행복한 사나이다. ===> 난 신변방이 있어서인데...
차안수님의 댓글
그럼 5월부터는 혼복 파트너가 바뀌게 되겠네요? 다음에는잘하실수 있을것 같은데요....
李聖鉉님의 댓글
八不出을 먼저 읽었으이 용혁==> 八方美人
김태희(101)님의 댓글
배드민턴 4개월 레슨 받다 어깨 다 망가져 그만 둔 기억이 새롭네요.고수들 텃세가 세어서 마음도 망가지게 되더군요. 운동학자들은 근육운동으로 배드민턴을 최고로 치던데... 스매싱은 최고의 복부스트레칭 폼??ㅎㅎ 부럽네요.저도 운동광으로 살아서 못하는 운동이 없는데(약간과장) 배드민턴 포기한건 정말 아쉽거든요.
윤용혁님의 댓글
김태희님, 바로 지금하세요.
요즘 실내체육관이 많아 접근성이 좋습니다.
복부에 군살이 없어지고 제 스스로 왕자비슷하게 쓰고 있어요.
어디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조금 모자라는 사람들이 있지만 마음을 여시고 어울리며
스트레스를 해소하세요.그래도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답니다.
김태희님, 화이팅!!!
윤인문(74회)님의 댓글
윤브라더즈 둘째 용혁후배는 뭘해도 잘하는구먼..부럽소이다.. *^^*
윤인문(74회)님의 댓글
가끔 딴생각하며 자판을 두드리다보니 오타가 생기는군요..둘째를 셋째로 수정합니다. 다음주에 윤브라더즈 맏형과 함께 청천동으로 나들이 갈 계획입니다. 그때 2차는 노래방.ㅋㅋ
이진호님의 댓글
배드민턴을 사랑하는 선배님의 열정이 보기 좋습니다...꿈이 현실이 되시기를...
윤용혁님의 댓글
화,목중에 행차하시면 막내는 그저 황공하도소이다.
저녁식사로 두 형님을 알래스카로 모실까 하는데 어떠하신지요?
기다리겠습니다.
윤휘철님의 댓글
24일(화)이면 난 괜찮은데....
윤용혁님의 댓글
인문형님, 휘철맏형님께서 24일이 좋으시다는데 둘째형님은 어떠신지요? 바로 예약 들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