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이태리 여행-베니스,피사.
본문
시차 때문인지 밤새 뒤척이다 눈을 뜨니 새벽 5시다. 옆 침대의 딸애는 새근새근 잘도 잔다. 호텔 창문을 가린 커튼을 살짝 거두고 펼쳐진 정경을 바라보다가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조깅을 나선다. 뛰면서 낮은 담장 너머로 이태리 가정의 생활상을 잠시 눈여겨본다. 정원이 있고 여름 꽃들이 활짝 펴 나그네의 시선을 유혹한다. 길가 공원에는 소나무들이 많이 심어져 있어 낯설지 않고 푸르다. 아침 8시 정각, 여느 때와 다름없이 리무진은 가볍게 호텔을 빠져 나간다. 오늘은 물의 도시 베네치아, 영어로 말하면 베니스를 가는 날이다. 현지가이드가 나오기로 한 약속장소 부두로 갔다. 햇볕이 뜨거워지니 딸애의 반대를 무릅쓰고 베네치아라고 적힌 파란 리본이 달린 밀짚모자를 5유로에 산다. 배를 타고 나서야 베네치아가 아주 커다란 섬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베네치아(VENEZIA),영어로 베니스... 베네치아만 안쪽의 석호위에 흩어져 있는 118개의 섬들이 약 400개의 다리로 이어져 있다. 인공섬도 있다. 성악을 전공했다는 금복주 타입의 한인가이드가 땀을 흘리며 웃긴다. 엄마다리, 아빠다리, 아기다리, 코끼리다리, 기다리고 기다리는... 아주 다리가 많단다. 섬과 섬 사이에 수로가 중요한 교통로로 되어 독특한 시가지를 형성한 분명 물의 도시임이 틀림없다. 철도역은 철교가 와 닿는 섬 어귀에 있는데 배낭여행의 한국대학생들이 즐겨 찾는 역이다. 다리를 왕래하는 자동차는 시내에 들어 갈 수가 없다. 그래서 베네치아에는 자동차가 눈에 뛰질 않는다. 원래 석호의 사주였던 곳에 들어섰기 때문에 지반이 약해 지반침하와 석호의 오염이 문제가 된다. 가이드가 또 농을 건넨다. “앞으로 남자 몸무게 80키로 이상과 여자 몸무게 65키로 이상은 베네치아를 보고 싶어도 못 봅니다. 지반강하로. 관광청에서 연락 왔어요. 저도 이제 가이드생활 끝입니다.” 베네치아 광장의 산마르코 성당은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돼지고기라 속여 가져온 산마르코 성인의 납골당으로 지어졌는데 문양이 화려하고 아름답다. 중심을 이룬 바로크 양식의 건물로 한 층씩 올라 갈수록 천장의 고를 높이 지었다. 앞의 광장은 우기 때 물이 무릎까지 차올라 관광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단다. 베네치아 총독의 관저였던 두칼레 궁전을 보고 그 궁전 옆 운하 사이에 다리가 있는데 탄식의 다리다. 주로 정치범과 죄수들이 이 다리를 건너며 감옥으로 갈 때 가족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한숨을 짓던 곳이란다. 한번 감옥에 들어가면 살아서 나올 수 없는 죽음의 그림자가 비치는 탄식의 다리다. 길게 요리조리 뻗은 골목은 가이드가 없으면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곳곳이 지뢰밭이다. 대전차 지뢰, 발목지뢰... 개들이 다니며 아무데나 지뢰를 살포한다. 밟으면 나만 괴로운 것이 아니라 옆의 관광객에게도 심히 미안하다. 베네치아의 여름세일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광장 옆 상가에도 똥들이 많다. 루비똥, 베네똥... 그리고 구찌, 샤넬 등등. 여기서 세일을 “살디”라 부르는데 세일이라기에 루비똥 가게를 들르니 연중 네버 가격할인이 절대로 없단다. 비싼 똥 하나를 건진다. 베네치아에도 우리네 한강처럼 옥수동과 대치동이 있다. 관광지는 강남, 반대편의 섬은 옥수동이다. 집값이 수십 배 차이가 나 반대편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늘 속상하단다. 요즘 관광지 반대편에 힐튼호텔이 구 방앗간을 개보수해 특급호텔을 여는 바람에 집값이 들먹인단다. 여기도 사람의 심리가 크게 작용한다. 곤돌라를 고소공포증이 있다고 못 타겠노라는 한인 관광객도 있어 배꼽을 잡았다는데 곤돌라는 이태리어로 흔들흔들 거리는 배란 뜻이다. 한인 아줌마 단체관광객이 양산을 쓰고 올 때면 아주 가관이란다. 햇볕을 피하려 양산부대 삼십 여명이 줄줄이 양산을 펴고 걸어가면 외국인들이 아주 신기해한단다. 그런데 문제는 곤돌라를 탈 때도 펼치니 뱃사공의 눈에서 불이 나기 시작한단다. 너도나도 얼굴에 썬 크림을 하얗게 바르고 양산을 펼치니 돛이 되어 배가 아무리 저어도 앞으로 잘 나가질 않는다는 것이다. 자외선에 대한 한국인들 특유의 대응방식이란다. 딸애와 곤돌라를 타니 노래가 절로 나온다. 뒤따르는 여인들을 위해 “산타 루치아”를 멋지게 뽑으니 박수소리 요란하다. “창공에 빛난 별 물위에 어리어 바람은 고요히 불어 오누나.” “내 배는 살같이 바다를 지난다. 산타 루치아. 산타 루치아.~~~” “앵콜!” 갑자기 딸애의 얼굴이 심상치 않다. 제 어미의 성격을 빼닮아 남 앞에서 잘난 척 하는 꼴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큰일 났다.그러나 어쩌랴. 아빠가 흥에 겨워 한일인데. 나중에 조용히 물어보니 바닷물에 뛰어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다. 잘 참아준 고마운 딸애. 베네치아 상공에 먹구름이 몰려온다. 다행이다. 막 곤돌라 타기를 마쳤는데 다른 관광객들은 한차례 지나는 소나기로 비 맞은 생쥐 꼴이 되었다. 유리세공 공장의 공예 시연 장을 둘러보고 기념품도 산다. 점심을 중국음식으로 때우고 성당 등 몇 곳을 둘러본 후 나오는 길에 40유로를 주고 수상택시를 탄다. S자 형으로 흐르는 대운하를 통해 차승원이가 순창고추장을 선전하던 다리도 보고 베네치아의 가장 번화한 리알토 다리도 지난다. 노상카페에서 전유성이가 식사를 하고 바가지를 썼단다. 수 백 만원. 비잔틴 양식의 터키상인의 집, 바로크 양식의 부호 페사로의 집을 지난다. 깡통을 설치한 베니스 비엔날레 작품이 아직도 남은 곳을 뒤로하고 수상택시는 속도를 낸다. 침묵의 딸애가 제일 신나는 시간이다. “야호!” 이 아드리아 해를 바라보며 비발디가 “사계”를 작곡했고 괴테, 스탕달, 바그너, 러스키, 릴케, 하이네, 니체 등이 다녀간 카페 FLORIAN을 아쉬운 마음으로 쳐다본다. 육지에 도달하니 리무진은 3시간 30분, 320킬로를 달려 피사에 이른다. 흔히 피사로 부르나 정확한 명칭은 피자다. 화려한 삼종대리석으로 이뤄진 성당과 그리고 기울기가 최근에 멈춘 피사의 사탑에서 탑을 손으로 받치는 각도로 사진을 찍는다. 딸애는 반대로 손가락으로 밀거나 입으로 부는 형태로 사진을 찍는다. 계산상으로 2058년에 정확히 쓰러질 사탑을 영국인 토목공학자의 노력으로 기울기가 멈췄다니 정말 다행이다. 갈릴레오가 천동설을 부인하고 지동설을 주장할 때 사탑에 올라가 교황의 비위를 거스르며 무거운 추와 가벼운 추를 가지고 낙하실험을 하지 않았으며 단지 성당 안에 매달린 등잔을 보고 진자의 법칙을 발견했단다. 차는 어느새 몬테카티니의 호텔 NISSA ET SUISSE에 몸을 맡긴다. 호텔식으로 저녁을 때우고 딸애 노트북을 빌려 고국의 친구들에게 문안인사를 전하려 하나 속도가 느려 포기한다. 이렇게 쓰려고 했는데... “하이! 사랑하는 친구들, 내일은 피렌체를 거쳐 성체성사 기적의 성체가 모셔진 오르비에또 두오모성당을 관광 후 로마 근처로 입성한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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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수(69회)님의 댓글
단촐하고 즐거운~ 따님과의 여행 아주 재미가 있었겠네요... 유익한 여행 정보 고맙습니다.
劉載峻 (67回)님의 댓글
물살 가르며 달리는 공항 행 수상 택시 상쾌하죠 수영 못하는 네게는 공포이지만 이제 사위 보고 둥지 틑러 떠나는 영애 배웅 준비 하세요 눈물 머금지 말고.....그게 인생 항로 이지요
윤인문님의 댓글
난 피사 근처만 지나고 베니스를 못 가봤는데 용혁후배는 좋은 구경했구료..앞으로 이태리에서의 여행기 계속 기대가 됩니다. *^^*
윤용혁님의 댓글
병수형님,겅강하시죠? 공감을 주시어 감사드립니다.재준형님의 충고 가슴에 담습니다.멋진 형님께 감사드려요.인문형님,언제 기회되시면 베니스를 꼭 가세요.로마 트레비 분수에서 동전을 던지셨죠? 반드시 이태리를 가실겁니다.좋은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