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최근 여성시대 양희은님이 읽어주는 나의 약총 농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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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저의 약총하계봉사이야기가
MBC 여성시대 7월 21자 방송 1,2부에
소개가 되었더군요.
어제 도착한 작은 선물을 받고
당첨사실을 알아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는 바보랍니다.
이것을 포함 제 글이 여성시대에만
21회째 발표되었답니다.
약국을 접고 방송작가로 나가야하는지
실없이 고민하는 대목입니다.
별로라 오라는 곳도 없는데...
그래도 기쁜 마음에 인고선후배님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제 고물 디카로 편집녹음하였더니
상태가 안 좋군요.
그래도 들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젊은 날 땀 흘리던 약총 하계봉사
올해도 서울소재 8개 약대에 다니는 재 인천 약대생들의 연합체인 약총후배들의 청을 마다 못하고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운학 1리라는 산골마을로 하계봉사를 떠나기로 한다. 대학시절 내내 여름 방학이면 첩첩 산중 마을에 선후배들과 가 봉사를 하던 곳이다. 원주에서 갈아탄 차는 산모퉁이를 돌아 툴툴 거리며 흙먼지를 내뿜으며 나아간다. 시골 장터에서 거나하게 막걸리를 드신 할아버지 한분이 바지춤을 잡고 쩔쩔매신다. 운전기사는 짜증 한번 안내고 차를 멈춘다. 할아버지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휘청거리며 풀숲에 대고 일을 보신다. 차는 굽이굽이 돌아 힘겨운 듯 연신 쿨럭 거린다. 기온이 갑자기 서늘해지는 것으로 보아 심심산골에 다 다른 것 같다. 다시 서너 시간을 걸어 목적지인 아담한 분교에 도착한다. 몇몇 분의 낯이 익다. 짐을 풀고 투약 봉사준비에 들어간다. 후배들은 시골 화장실 소독과 긴 장마로 파여진 길 보수와 고랭지 배추밭 김매기, 담뱃잎 따기 등의 근로 봉사를 한다. 여학생들은 여름학교를 열고 졸업반 4학년생들은 약사를 도와 투약 봉사에 들어간다. 산골 마을이라 주로 신경통, 피부질환, 위장병 환자들이 많다. 늘 아프시면 서도 생전 약 한번 드시지 못한 할머니도 계시다. 정성껏 지은 약 봉투를 드리면 손을 덥석 잡고 고마워하시며 눈물을 글썽이신다. 변변치 않다며 감자와 옥수수를 내미신다. 한 아저씨는 고맙다며 집 앞에서 딴 고야 한 바구니를 내미신다. 작은 것이 달콤하다. 막상 봉사를 한다지만 배우는 점이 더 많다. 특히 소외되고 외로웠던 그들의 끈끈한 정 말이다. 봉사가 절정을 이를 쯤 문제가 발생하고 만다. 산골 동네에 봉사랍시고 여대생들이 많이 오니 산골의 장가 못간 총각들 간에 갈등이 있었나 보다. 휴가 나온 동네 군인 하나를 깨진 소주병으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늦은 시간 후배들과 투약 실 정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우당탕 하며 피투성이가 된 군인 하나를 고목처럼 교실 바닥에 눕혀 놓고 총각들이 뛰쳐나간다. 상처를 보니 왼 뺨의 살점이 덜렁거리고 가슴부위에 심한 자상으로 출혈이 심하다. 마침 위생병 출신 동기가 있어 흰 천을 찢어 가까스로 지혈을 시킨다. 흰색 가운은 피범벅이 된지 오래다. 흐르는 피에 양말까지 젖어들고... 마침 근처에 훈련 나온 이동식 야전병원이 있어 군의관에게 연락을 취하니 위생병을 데리고 달려든다. 군의관은 압박한 천을 풀고 그 자리에서 상처를 봉합하려한다. 그러나 상처부위에서 출혈이 다시 시작 되자 결국 포기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군인을 급히 후방으로 후송시킨다.
시계를 보니 새벽3시다 . 빈대에 피를 뜯기면서 두서너 시간 눈을 붙인다. 경찰이 아침 일찍 나와 참고인 조사를 한다. 곤혹스럽다. 그리고 일정에 따라 투약봉사에 들어가는데 이번에는 시골 처녀가 울며 헐레벌떡 뛰어온다. “우리 엄마가 이상해요.. 살려주세요!” 무슨 일일까? 급히 혈압측정기를 가지고 뛰어 가보니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집에 여자 한 분이 몽롱한 상태로 누워있다. 옆에 할머니가 계시기에 여쭈어 본즉, 약사님이 지어주신 약이 너무 잘 들어 빨리 나으려고 두 세봉씩 한꺼번에 먹었다고 한다. 아뿔싸~ 복약지도를 충분히 했건만 …. 먹다 남은 약 봉투를 돌려받으려 하니 할머니가 “이 아까운 약을...” 하시며 안 주시려고 한다. 읍내 병원으로 급히 모시도록 하고 집을 나선다. 아! 이번 봉사는 참 어렵게 진행되는 것 같다 . 왜 이 고생을 사서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남들은 여름휴가다 피서다 난리 피는데... 친구들이 동해로 물놀이 가자는 것을 따라 갈걸 하는 늦은 후회도... 혹시 개업도 못해보고 어렵게 딴 약사면허가 취소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 일 도 잠시, 주민들은 낮에 일을 나가시고 저녁에 칠팔십 명이 몰려온다. 일일이 묻고 약을 지어드리는 등짝에 땀이 흐른다. 키가 아주 큰 후배 하나가 근로봉사가 너무 힘들다기에 투약 실에 일자리 하나를 배려해준다. 환자가 오면 먼저 혈압부터 체크하라고 하니 메모지에 매번 “혈압 없음”이라고 적어 올린다. 이게 뭐냐고 물으니 한자로 “혈압 無” 하고 유식한 척 또 보내온다. 어이가 없어 웃음부터 나온다. 할 수 없어 그 후배를 조제실에 파견하니 당의정을 있는 힘을 다해 가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약 알이 이리저리 튀고... 그 큰 덩치가 쪼르르 달려가 줍고.. 환자 앞에서 이 무슨 해괴한 짓인가? 당혹스럽다. 그냥 약포지에 조석으로 넣으면 될 텐데... 아무래도 후배를 근로 반으로 다시 보내야할 것 같다. 봉사기간 중 유난히 멋을 내는 젊은 아주머니가 계시다. (입술에 루주를 두껍게 바르는 것 만 뺀다면) 그 중 돋보인다. 마을부녀회에서 봉사하는 학생들이 수고한다고 점심으로 국수를 준비 하는데 그 아주머니의 애가 국수를 먹고 싶어 신발에 걸리며 자꾸 칭얼거린다. 그러자 갑자기 아주머니가 자신의 고무신을 벗어 그 애를 사정없이 후려친다. 아마 젊은 대학생들 앞에서 창피하다고 생각했나 보다. 고무신이 그렇게 무서운 도구로 변할 줄이야… 아주머니 멋만 부리시지 말고 가엾은 아이에게 국수 한 그릇 말아준다 해서 큰일 날 것도 아닌데... 문뜩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동네잔치 집에서 국수 두 세 그릇 먹고 떼 숨길락 하던 그 시절, 코감기로 약 한번 먹지 못해 누런 코를 연신 들락거리던 코방구리 별명의 친구-숨을 쉴 때면 드나드는 코가 풍선이 되어- 그리고 사시사철 부스럼을 몸에 달고 살던 고향친구 생각이 나 코끝이 찡해 진다. 하계봉사 마지막 날, 주민 위안잔치가 열린다. 그런데 유난이 신나게 관광버스 춤을 추시는 아줌마가 눈에 크게 들어온다. 며칠 전 약을 두 세 봉지씩 들어 헐떡거리며 다 죽어가시던 아주머니다. 다행히도 건강하게 돌아오신 것이다. 힘껏 박수를 친다.. 검게 그을린 순박한 그분들을 보면서 “올해도 봉사를 잘 왔구나..” 하는 마음에 다시 힘이 솟는다. 지난날이 그려진다. 그때 후송된 군인은 지금은 괜찮은지? 그리고 모든 것이 많이 변해있을... 시간이 난다면 제 2의 고향 같은 강원도를 향해 달려가고 싶다. 여름날 젊음을 함께했던 그곳을 잊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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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桓成님의 댓글
늘 여성시대와 함께 하는 용혁님이 부럽네요
나도 한때는 꽃밭서 놀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