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쥬쥬를 보내며../Danny 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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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별이 된 쥬쥬
쥬쥬야, 잘 가! 1997년 1월..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어린 시츄견 암놈을 외사촌 누님이 데려왔어요. 까만 눈에 갈색 점박이를.. 얼마나 앙증스런지요.. 자기보다 큰 공을 입에 물고 콧방귀를 끼고.. 순대기에 식탐은 많지만 퇴근하는 저를 보러 쪼르르 달려와 안기고.. 주특기는 제 양말 벗기기와 주구장창 잠자기.. 한 때 위기가 찾아 왔지요. 그 어린 것이 새끼를 낸 다는 것이 안타까워 번번이 임신 시기를 넘겼더니 자궁축농증으로 생사를 오갈 때 과감히 거금을 들여 동물병원에서 수술 후 완치시켰어요. 바들바들 떨던.. 한 때 소변을 못 가려 혼도 많이 났던.. 딸애가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을 때 빈 방을 지키고 잠시 외로움으로 우울해하던 애견.. 딸애가 데리고 자고 이름을 쥬쥬라고 지어줬던.. 그 애완견이 얼마 전 다시 못 올 곳으로 떠났어요. 특별히 아픈 곳은 없었지만 귀밑에 종양이 생기더니 귀가 어둡고 며칠 밥을 안 먹던 차 찬 바닥에 엎드려 자는 것이 불쌍해 안고와 담요에 눕히는 순간 중심을 못 잡고 비틀거리더니 쓰러져 가쁜 숨을 몰아쉬더군요. 침을 흘리며.. 급히 잘 다니던 동물병원에 데려갔더니 수의사가 제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안락사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지금 상황이 강아지가 가장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진토와 진정제 주사를 부탁했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포도당 음료를 받아들고 집으로 와 거실 따듯한 곳에 뉘였지요.. 헐떡이는 쥬쥬의 혀에 포도당액을 떨어뜨려 보고.. 받아먹으며 어떻게든 살아 보려고 거친 숨을 쉬다 일어나려 하지만.. 너무나 안타깝더군요. 저녁시간이 되어 딸애가 집에 왔어요. 그렇게 헐떡거리던 쥬쥬가 딸애와 눈을 마주치더니 다시 일어서려고 하더군요. 그러나.. 버둥거리고.. 쥬쥬를 가장 아끼던 딸애를 만난 후부터 아주 편안한 숨을 쉬며 밤새 거실에서 마지막 가는 모습을 지키던 딸애 곁에서 조용히 먼 곳을 향해 떠나고 있었지요. 네발을 떨며 너무나 괴로워 할 때는 마음속으로 기도를 했어요. 제발 고통 받지 말고 편안히 가기를.. 새벽녘 갑자기 방으로 달려 들어온 딸애가 절 부르는 소리에 직감적으로 가족처럼 아끼던 쥬쥬가 숨을 거둔 사실을 알게 되었죠. 24시간 운영되는 김포 어느 애견 화장터.. 엄숙한 분위기에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주인의 종교관에 따라 장례절차가 다르고.. 마지막으로 쥬쥬의 배를 만져보니 아직 온기가 남았더군요. 몸은 굳었지만.. 얼마 후, 한 줌의 재가 된 나의 사랑하는 애견 쥬쥬.. 조그만 단지 하나를 정중히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도저히 운전을 할 수가 없더군요. 제 눈가에 이슬이 서려.. 운전대를 집사람에게 맡기고 한 참을 울었어요. 한 참을.. 남자는 울면 안 되는데..사나이가.. 그래도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음먹었어요. 어차피 살아있는 것은 언젠가 간다. 그러니 이 세상사는 한 남아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리라 쥬쥬야, 지금 어디쯤 가고 있니? 잘 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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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혁님의 댓글
반려견을 잃으셨군요...저도 얼마전 반려견을 하늘나라로 보내고 친구공장에 묻고온후 집에 들어오면 "쌔라"가 있는것 같은 착각에 허전한 마음을 아직도 안고 살아갑니다..."쥬쥬"또한 좋은사람과 함께 살았다는것 만으로 행복하게 저세상으로 갔을거에요...
윤용혁님의 댓글
정태혁 선배님, 쌔라를 잃으시고 얼마나 마음이 아프신지요.그 마음을 같이 헤아립니다.제게 위로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미물이라도 정을 주고 떠나더군요..늘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