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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 테니스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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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중인 광화문을 지나 좌회전을 하니 총리 공관과 감사원이 나온다. 예쁜 가게와 갤러리 그리고 미각을 자극하는 맛 집들이 줄지어 서있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아침 햇살에 기지개를 핀다. 듬직한 후배이자 부약스 총무가 모는 차에 동승하여 편하게 삼청동 테니스대회에 출전하는 것이다. 테니스에 입문한지는 오래지만 실제로 친 날은 그리 많지 않았고 더구나 최근에는 옆 지기와 취미의 보조를 맞추려 배드민턴장에 나가니 테니스의 감각이 살아날지 의문을 가진 가운데 출전이라 행여 파트너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을까 심히 염려스럽다. 북악산자락에 위치한 삼청동 테니스장이 눈에 들어온다. 울창한 숲이 둘러쳐진 아름다운 곳에 인조잔디와 클레이 코트로 구성되어있다. 경기는 인조잔디구장에서 열린다. 먼저 온 일행들과 반갑게 악수를 나눈다. 낯익은 선후배약사들이 많아 가족 같은 분위기가 넘쳐난다. 부약스 회장님의 개회선언으로 게임이 두 코트에서 진행된다. 무작위로 추첨하여 실력들을 가늠할 수가 없다. 조 추첨결과 내 파트너는 올해 연세가 일흔 셋이신 대학선배님이시다. 첫 상대팀은 나이가 지긋하신 혼성파트너 조다. 랠리가 진행 중 상대팀에서 분란이 일기 시작한다. “어라?” 좀 잘 치시는 남자분이 여자 분을 불러 테니스교육이다. 승부욕이 아주 강하신 분인 것 같다. 계속 주문을 외우신다. “저 팀을 무조건 이겨야 해! 무조건...” “아! 내가 왜 오늘 여기 왔지? 다른 게임도 있었는데?” 나의 귀를 의심한다. 게임을 즐길 수는 없는가? 여자 분이 한번이라도 실수하면 또 쪼르르 불려가 정신교육이다. 나중에는 주눅이 들어 울상이다. 잘못을 저지른 초등학생이 담임선생님에게 불려간 꼴이다. 그런데 분명 게임 중 잘못한 것은 없는데... 단지 실력이...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도 이런 남자 분들이 간혹 있는데 여기서도? 지켜보는 내가 더 불안하다. 게임 중에는 서로를 믿고 격려하며 파이팅을 외쳐야하는데... 여자 분은 얼마나 불안할까? 안타깝다. 경기결과는 결국 우리가 6대 4로 승리... 게임을 마치고 나온 여 약사님의 유머가 펼쳐진다. 우는 표정을 짓고 입술을 쭉 내밀며 “나, 너무 무서벘쪄! 나, 울었쪄!” 다행히 성격이 좋으신 여 약사님이라 속내를 숨기고 잘도 넘어간다. 다혈질의 나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찌했을까? 두 번째 팀은 회장님 네 조다. 아침부터 빵 먹기 싫다고 진저리를 치신다. 그러나 밥이 없으니 경기결과는 6대 0, 빵을 드셨다. 지켜보던 회장님의 사모님이 벼른다. “공포의 왼손잡이가 내 남편을?” 기필코 우리 팀과 만나 빵으로 복수하겠노라고... 겁이 더럭 난다. 예전에 보면 그 사모님의 발리는 수준급이었기에.. 그러나 그 팀은 예선전에서 탈락하고 만다. 세 번째 만난 팀은 막강하다. 서울 팀의 젊은 남 약사와 도 테니스대회도 나가 우승한 전력이 있는 발리의 여왕이 딱 버티고 있는 우승 0 순위 조다. 가까스로 그 팀을 6대 4로 꺾으니 노익장을 발휘하시던 파트너 선배 약사님의 종아리에서 쥐가 난다. 날씨도 더운 가운데 너무 땀을 흘리며 무리를 하셨나보다. 팀 닥터로 나선 분들이 주무르고 스트레칭을 하여 겨우 몸을 일으키신다. “선배님, 이제 결승티켓을 땄고 져도 좋으니 천천히 하시죠.” 조 1,2위를 타투는 네 번째 팀에게도 친절히 예를 다해 빵을 선사한다. 자기들은 빵도 좋으니 마음대로 하란다. 결국 6대 0. 북악산이 더위에 녹아내린다. 나뭇잎도 혀를 내밀고 헉헉거린다. 뛰놀던 새들도 오수에 잠들고... 가물가물 열기가 아지랑이처럼 오르는 가운데 결승전을 남겨 놓고 있다. 파트너 선배약사님은 다리가 아직도 불편하신지 절룩인다. 속으로 주문한다. “져도 좋다. 여기까지 오른 것이 기적이다.” “선배님, 파이팅!” 드디어 결승전, 피하고 싶은 팀이 결승전에서 또 만났다. 전국대회도 나가서 우승하는 노련한 팀과 결승전은 상당히 부담스럽다. 발리에 감각을 아직 찾지 못해 자신감이 없기에 드라이브 성 타구로 길게 공략을 한다. 노련하신 선배님의 위닝샷으로 6대 4 승리다. “어머! 이런.. 세상에 이런 일이...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 오래 살다보니 테니스의 우승까지? 더구나 외부구장에서? ‘우승’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쌀 포대를 부상으로 받는다. 카메라의 후레쉬가 터지고 축하해주시는 분들이 너무나 고맙다. 테니스가 있기에 세상사는 맛이 있다. 테니스를 사랑하는 분들이 있기에 나는 행복하다. 정직한 인생살이 테니스... 모두 구구 팔팔 이삼사로 건강하기를 빌며 축배를 든다. 초청해준 서울 팀과 부약스 회원님들께 감사함을 전한다. “테니스 인이여! 영원 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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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안수님의 댓글
용혁선배님 우승 축하드립니다. 대단하십니다. 싸이클, 테니스, 베드민턴에 노래와 글짓기까지.....못하시는게 뭐예요??????
추건호님의 댓글
형님 축하드립니다...
방창호님의 댓글
용혁형님! 우승 축하드리고요, 언제 둘토회에 나요셔서 저하고 한번 붙죠......
윤용혁님의 댓글
안수후배, 고맙네.잘하는 것도 없이 잡식성이라네. 앗! 건호후배, 그간 잘 지냈는가? 둘토회에서 다시 테니스를 시작했다고 정건이한테 들었는데.. 반갑네. 영원한 파트너 창호후배, 반갑군? 청안하지요? 언제 불러만 준다면 나가서 한게임하고 소주일잔하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