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과천시청 칼럼 연재분 - 제2의 고향(4)
본문
제2의 고향(Ⅳ)<?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진 우 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한 곳에 오래 살면 그 지역에 대한 정이 뼛속 깊이 들게 마련이다. 내게 있어서 과천은 언제 부르더라도 금방 달려와 줄 듯한 친구나 살가운 누이와 같은 도시다. 이는 서로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듯 이곳의 정서와 생리에 내가 흠뻑 젖어있는 탓인지도 모르겠다.
종종 어디에 가서든 과천에서 산다고 대답하면 상대방의 태도가 대번에 달라진다.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과천, 참 살기 좋은 곳에서 사시는군요.”하고 말한 뒤, 언제 자신도 그런 곳에서 살아볼까 하고 토를 단다. 이에 내 마음도 여간 흐뭇하지 않다. 이렇듯 과천은 타 지역 사람들에겐 대체로 후한 점수를 줄 만큼 살기 좋은 도시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 것 같다.
이웃을 가려서 산다는 말이 있다. 이는 살 곳을 정할 때 이웃의 인심이 어떤 지를 잘 따져보고 나서 택하라는 뜻이다. 가령 풍습이 악하고 인심이 사나운 곳이라면 쉬 정이 붙지 않아 가능하면 속히 떠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솟구칠 게다. 이렇고 보면 ‘좋은 집을 사기보다는 좋은 이웃을 얻으라.’는 스페인 속담도 이에 일맥상통한다 할 수 있다.
이렇듯 인심의 후박(厚薄)은 삶의 질마저 좌우할 만큼 주거환경의 선택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바늘과 실처럼 해당 지역의 자연적∙정서적 환경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인심이 순박한 곳은 그러한 환경이 잘 어우러져 있는 편이다. 그런 곳에서는 비록 가진 게 넉넉지 않아도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의욕은 물론이요, 자신의 고장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심이 샘물처럼 끊임없이 퐁퐁 솟지 않겠는가.
이러고 보면 과천의 이미지는 간이 제대로 된 맛깔스런 반찬이 놓인 깔끔한 밥상을 대하는 듯하다. 지역적 규모 및 구조가 그리 복잡하지 않아 어디에 시선을 두더라도 안온(安穩)하다. 이는 관악산을 위시하여 경관이 수려한 산천이 요소요소에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는 데다 수시로 심취할 수 있는 아기자기하고 풍부한 문화와 예술의 향기가 자랑이기 때문이다. 하여 무엇에도 주눅들지 않은 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곳이라 아니할 수 없다.
미상불 이곳의 사람들은 물 흐르는 대로 사는 것 같다. 양보심이 강하고 친절이 몸에 배인 듯하다. 사소한 것을 가지고 시시비비를 가리겠다고 볼썽사납게 목청을 돋우며 서로 싸우는 일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러매 달콤한 향기를 머금은 말랑말랑한 연시(軟枾)처럼 마음을 적시는 푸근한 얘기들이 전설처럼 부스럭대며 들려올 것만 같다. 내가 과천에서 산다는 것, 이것을 크나큰 복이라 즐겨 내세우는 것도 바로 여기에 까닭이 있다.
댓글목록 0
윤인문님의 댓글
과천 집값이 비싸겠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