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고무물총
본문
어려서부터 용대는 총을 참 좋아했지요. 아기의 기저귀를 채던 노란고무줄을 엮은 새총, 화약을 터트리던 딱총, 대나무에 구멍을 뚫어 만든 물딱총 등등... 하다못해 산에서 전쟁놀이를 할 때면 막대기를 총기삼아 잘 놀았지요. 입으로 총소리를 내면서... “땅땅! 따따따따! 드르륵!” 산새들도 놀래고 산에 사는 메아리도 놀랬지요. 육학년이 된 용대는 주번이라는 완장을 차고 한 주간 교문을 지켰어요. 생활담당 선생님으로부터 지시사항을 들었어요. “이름표는 왼쪽 가슴에 잘 부착하였나?” “손톱과 머리와 복장상태는?” 그리고 등교하는 학생들이 가져와서는 안 될 품목을 열거하셨죠. 찐 고구마, 딱지, 누룬채기, 구슬, 사슴벌레, 물총 등 장난감이었어요. 그중 주번인 용대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건평에 사는 오학년생이 손에 들고 온 고무물총이었어요. 작은 고추처럼 생긴 것이 쭉쭉 물을 뿜어내는 데 성능이 참 좋았어요. 물론 빼앗아 몰래 호주머니에 숨겼죠. 당시 힘 있는 애가 딱지 등을 "뻘뜨기!"라고 소리치며 가지면 힘없는 아이들은 속수무책 당하고 말았어요. 여학생들이 고자질을 하면 담임선생님에게 걸려 혼도 나곤 하였지요. 그날 집에 와 고무물총으로 시갑이와 동생의 얼굴에 구적 물을 뿌려대며 신나게 놀았죠. 다음날 교문을 지키는데 어제 고무물총을 빼앗긴 그 애가 또 고무물총을 들고 등교하는 것이에요. 이번 것은 더욱 실하고 커다란 고무물총이었어요. 양심이 있어 바로 빼앗지는 않고 그대로 통과시킨 후 오학년 교실로 가 어제 빼앗은 작은 고무물총을 도로주고 그 큰 고무물총을 손에 넣었죠. 주번의 횡포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용대가 선생님 댁의 자제라 조신하여야하는데 그걸 역이용하고 있는지도... 아무튼 수업이 파하기가 무섭게 집에 돌아와 그 큰 고무물총에 물을 빨아 담으려는데 영 신통치가 않더군요. 물을 쏘아도 발끝에 쪼르르 떨어지고... 구멍이 났나봐요. 아무리 쥐어짜도 고무물총은 힘없이 고개를 숙이더군요. “제기랄!” 깨달음이 있었어요. 남의 것을 함부로 탐내서는 안 된다는 사실과 고무물총이 크고 튼실하다고 무조건 다 좋은 것이 아니구나? 성능이 좋아야함을... 매사 겉만 번지르르함은 별 볼일 없음을... 작은 고추의 매서움을 그리워하며 그 큰 고무물총을 성질나 가위로 잘라버리고 말았어요. 날씨가 더워지니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사거리가 좋던 추억의 고무물총이 생각나는군요. 질 낮은 고무로 녹여 만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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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문님의 댓글
아무리 쥐어짜도 고무물총은 힘없이 고개를 숙이더군요.====> 50대의 서러움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네요..ㅋㅋ
차안수님의 댓글
선배님! 이글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크고 튼실하게 생긴것이 다 좋은게 아니고, 겉만 번지르르 하다고 실속있는게 아니라는.... 대부분 사람의 외모만 보고 판단하는데 내면은 다른 경우가 허다 하다는....
윤용혁님의 댓글
인문형님의 해석도 유머러스하시군요? ㅋㅋㅋㅋㅋ 운동으로 충분히 커버되는 대목이랍니다.여여하세요.형님!
윤용혁님의 댓글
차안수 후배님,잘 지내지요? 세상은 보기와 달리 아주 다른 경우를 보지요.외유내강이 있는가 하면 빈 깡통이 소리만 요란한 경우도...실사구시를 바라봅니다.좋은 시간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