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윤 용 혁
포연이 물들인 해미의 바닷가
구 일오 인천상륙작전 개시,
산천초목이 울다
적 치하 인천경찰서 17호 감방,
무고한 생명들이 바람 앞에 등잔불 되어
무릎 꿇려있다
잠시 후 일어날 끔찍한 일은
겨눠진 총구만이 알고
포탄세례에 허둥거리던 악의 무리는
맨 앞줄 등 쪽을 향한 백부와
반공투사 일곱 명씩을 단 한 방의 총탄으로
집단처형을 하였을 때
“탕!” 소리와 함께 정신 잃고 쓰러진 후
한참을 지나 죽음의 문턱에서
유일하게 살아 나오신...
같은 날,
수복 전 강화경찰서 무도장,
학교 게양대에 태극기를 올리시다
붙들린 한 순진무구한 생명이 가엾다.
아군 무스탕기의 기총소사에
넋을 잃은 적들은 혼비백산,
이틈 구사일생
붉은 무리의 손아귀를 벗어나신 아버지는...
세월의 강 흘러
인천의 후미진 개 건너,
입시를 목전에 둔 수험생 둘째아들과
국방의 의무를 막 마치고 돌아온
건장한 집안의 기둥,
방바닥이 갈라져 스며든 고약한 것에
두 생명이 스러져 갈 때
꿈속에 나타나
둘째아들의 어깨를 강하게 후려치시며
“어서 일어나!” 라는
어머니의 외침에
화들짝 놀라 일어나다 “가스!”하며 쓰러진 아우를
그래도 힘이 남은 집안의 기둥이
겨우 끌어내
한참을 지나 추운 겨울 흙바닥에서 살아난...
시대를 달리해
행여 생떼 같은 두 울타리
잃을 번한 할머니와 어머니의 고빗사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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