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마음을 정화하고 정서함양에 아주 좋아
장려할 과목임에 틀림없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큰북을 치고 싶어 음악시간을
무척이나 기다렸다. “둥 둥 둥 둥!”
집사람도 피아노를 전공한 현직 교사다.
나는 집사람을 볼 때마다 중학교 때 음악선생님으로
“얼굴”과 “페리카는 어진 아내”를 가르쳐 주신 긴 머리
소녀 같은 여선생님이 생각나곤 한다.
그 이미지로 집사람을 만났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집에서는 딱 한번 아버지 생신날 가족들이 모였을 때
“즐거운 나의 집” 노래를 쳐준 이래로 거의 피아노소리를
들은 기억이 없다.
나의 서툰 피아노 솜씨로 제 멋에 겨워 돼지 목 따는 소리를
가끔 내니 아마도 그것이 꼴 보기 싫어 그런 것 같다.
전공자에 대한 모독이라 생각했는지 에이 서러워서라도
피아노를 다시배워 멋지게 치고싶다.
고2때 담임이셨던 분은 남자 음악 선생님이시다.
작은 키에 늘 어깨에는 힘을 잔뜩 넣고 다니셨으며 헤어스타일은
예술인처럼 한쪽으로 흘러 내려와 있었다.
상고머리를 돌리시듯 한번 획 채시면 머리카락이 사르르
다시 내려와 이마를 덮었다.
음악 실기 시험은 꼭 화음을 넣어 이중창으로 보게 하시는
분이었다.
당시 지정곡은 “들소들이 뛰고 노루 사슴 노는”으로 시작되는
“언덕위에 집”이나 “희망의 속삭임”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공부를 핑계로 연습을 미루던 우리는 아침에 학교에 오자마자
아무나 붙잡고 짝을 맺어 입을 맞추는데 하나같이 가관들이다.
처음에는 그런대로 잘 나가다가 한쪽 음을 자꾸 따라가는 친구,
아예 처음부터 타령을 부르는지 화음커녕 박자도 안 맞는 친구,
처음부터 같은 음으로 부르는 친구 등등 각양각색이다.
짝을 찾지 못한 나는 급한 마음에 누구나 피하는 졸린 눈이라는
친구와 짝을 지어 한두 번 맞춰보고 시험을 보는 데 이건 내가
생각해도 엉망인지라 선생님 뵙기에 아주 민망하였다.
그 친구와 피나는 연습을 했다손 치더라도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다.
고음에서 꺽꺽거리다가 급기야 저음에서는 돼지의 울음소리를 내는
바람에 듣던 친구들이 배를 움켜잡고 웃어 노래가 자동 중단되었다.
그러면 사전에 예약된 벌이 가차 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음악선생님은 반장을 시켜 물통에 마포자루를 가져오게 하시고는
중간에 아니다 생각되시면 교실바닥을 문질러 닦은 시커먼 마포를
물통에 담아 놓았다가 잽싸게 얼굴을 닦아 주셨다.
“잘 논다. 이놈들아!” 하시며 말이다.
첫 음을 땡하며 피아노 건반으로 잡아 주셨는데 잘하면 끝까지 가고
못하면 자동박치기를 시키셨다.
자기 자신이 못했다고 생각되면 알아서 자리에 들어가 그것도 둘이 박자를
맞춰가며 쿵쿵 머리를 책상에 찧게 하거나 아니면 짝끼리 이마를
맞대게 하고 중간에 선생님의 주먹을 끼워 넣어 둘이 힘차게 밀게 하고는
주먹을 싹 빼셨다.
그 순간 둘은 당시 유명했던 박치기 김일선수로 돌변하고 마는 것이다.
노래는 못하지만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은 이론시험으로 대체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기도 하였다.
그런 와중에 재치 있게 시험을 통과한 친구가 있었다.
지금 지방에서 음대교수로 재직 중인 친구인데 기지를 발휘해 요들송을
잘 불러 모면했고 오히려 음악선생님에게 칭찬을 많이 들었다.
그 덕에 그 친구가 음악대학 교수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대충 혀를 놀려 요들송이나 부를 껄 졸린 눈 친구랑 안 되는 화음을
가지고 실기시험을 보다 구정물 세례를 받아 하얀 여름하복이 알록달록
얼룩이 졌으니 어디다 하소연도 못했다.
그래도 음치의 딴 친구들 벌 받는 모습에 나 자신도 한바탕 배꼽을 잡았다.
아! 그리운 음악시간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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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님의 댓글
용혁 아우님!
오랜만에 불러봅니다. 아우님의 끝없는 창작력에 경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어찌 그리 과거의 일들을 손금보듯 생생하게 기억하고 계신지요? 만약, 문학 수업을 받았다면 대문호가 되지 않았을지---.
늘 즐겁게 글 읽고 있습니다. 인구에 회자되는 훌륭한 작품이 발표되기를 기원합니다.
윤용혁님의 댓글
김우성 선배님, 그간 안녕하셨어요? 청안하심을 여쭈옵니다.늘 창작의욕을 북돋우어 주시고 격려를 아끼시지 않던 존경하옵는 선배님..감사드리며 늘 여여하세요.
劉載峻님의 댓글
막힘이 없는 아니 술술 나오는 표현력 문장력 그저 감탄을 할 뿐 매우 자랑스런 용혁 후배 아우 건강하고 은총이 충만한 나날이 영국 유학중인 딸을 포함한 가족과 함께 하기 바랍니다 걸작 발표를 고대 합니다
윤용혁님의 댓글
재준형님, 그간 안녕하셨어요?너무 반가워 버선발로 달려왔어요. 형님덕에 여학교에도 글을 쓸 기회가 되었고 형님덕에 글쓰기가 계속되었지요. 격려와 조언을 아끼시지 않던 형님, 후배이자 친척동생 사랑에 감동하지요. 늘 청안하시고 자주 뵙도록 할께요.
윤인문님의 댓글
몇년전 여기 창작글방에 "그리운 선생님" 이란 제목으로 고교시절 음악선생님이셨던 최장호선생님의 대한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용혁후배가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네요. 내가 가지고 있던 아련한 추억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용혁후배가 고마울 따름입니다.
윤용혁님의 댓글
인문형님,신종플루로 학교방역에 얼마나 노고가 많으신지요? 확산추세에 의약계에서도 바짝 긴장하지요.형님과 글을 같이 다시 공유하게 되어 기쁘군요.여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