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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여행기 2 - 타프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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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 타프롬 사원 입구
폐허로 방치되고 있는 사원의 모습
열대거목 스펑나무가 없으면 금방 무너져 버릴듯한 건물들
안젤리나 졸리 주연<툼레이더> 촬영장소에서 한컷
점심식사를 한 북한음식점 '평양랭면' 식당 공연 장면
우리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신비함' 그 자체로 어우러진 거대한 앙코르와트 관광을 마치고 안제리나 졸리 주연영화 "툼레이더"가 촬영된 곳으로 유명한 다프롬사원으로 이동하였다. 자야바르만 7세가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위해 지은 타프롬은 앙코르 사원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툼레이더>에 등장한 나무뿌리가 있는 인상 깊은 사원이 바로 이곳이다. 사원은 사암으로 된 단층의 건물로 되어있고 부분적으로 황토가 섞인 5개의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벽에 금과 다이아몬드, 진주 등의 각종 보석들이 박혀있었던 그 옛날의 영광을 지금은 찾아볼 수 없지만 이끼가 끼고 나무에 감긴 모습 자체로도 위엄이 느껴지는 곳이다.
정말 타프롬은 시간의 흐름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사원 같았다. 무너진 돌 더미가 통로를 막고 있고, 거대한 스펑나무 뿌리는 허물어져 가는 담벼락을 완강히 붙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이끼 낀 돌기둥과 무너져 내린 건물을 휘감고 있는 신비로운 열대거목이 천년 세월을 펼쳐놓고 있다니... 아, 자연의 힘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이 스펑나무가 사원을 파괴하며 뿌리를 내린 모습은 다른 유적지에선 절대 볼 수 없는 신비한 광경이라 오히려 타프롬이 앙코르 유적지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곳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한다. 여기에 고민은 나무뿌리가 계속 자라면 건물을 온통 다 덮을 것 같고...나무를 걷어내면 뿌리에 지탱해오고 있는 건물들이 다 폭삭 주저앉을 것 같고...복원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어 지금은 나무를 없애지 못하고 나무가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성장억제제를 투여하고 있다고 한다.
아! 화무십일홍이라...이 사원을 축조하였을 당시 이 사원을 관리하기 위해 수만명의 성직자와 관리자가 상주할 정도로 앙코르 유적군 중 가장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사원이었다 한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방치되어 거대한 나무들이 휩싸여 폐허가 된 상태를 보면서 한때, 이 사원 안에 8만 명의 사람들이 3천 개의 마을을 이루며 살았던 크메르왕조의 영광을 생각하면서 아쉬움을 많이 남겼다.
여기 타프롬에는 “울림방”이라는 보이지 않는 비밀도 있다. 신비한 소리의 방이다. 벽면에 등을 기대고 서서 가슴을 '쿵' 하고 치면 그 소리가 메아리를 치듯 홀 전체가 '쿵' 소리로 메워진다. 말소리나, 박수소리는 통하지 않는다. 오로지 가슴을 치는 '쿵’ 소리만이 울림을 만든다. 막힌 공간이 아니라 홀의 천장이 굴뚝처럼 뚫려있고, 마주보는 두 벽에 문이 나 있는 열린 공간이기에 더 신기한 일이다. 가슴에 한이 맺힌 사람들이 가슴을 치면 소리가 나는 것이라고 누군가가 풀이를 했다. 크메르루즈 정권 때 숨져간 승려 7만5천여 명의 한이 맺힌 것이 아니겠느냐는 사족까지 달았다. 걸어 다니면서도 내가 어디를 걷고 있는지 알 수 없고 더위마저도 잊게 되는 곳, 타프롬은 그런 곳이었다.
타프롬 관광을 마치고 우리는 점심식사를 위해 북한사람들이 운영하는 ‘평랭냉면’식당을 찾았다. 시엠립에는 북한음식점이 '평양랭면'과 '평양친선관' 이렇게 두 군데의 음식점이 있는데 우리가 간 ‘평양랭면’은 종업원 문제로 3년간 문을 닫았다가 한달 전에 다시 열었다고 한다. 캄보디아는 현재는 민주주의를 표방한 입헌군주제 국가지만 1992년까지는 공산주의 국가였다. 그러다보니 북한과도 1964년 수교를 맺었었는데 그때부터 현재까지 북한과는 유독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1970년대 권력을 잃고 외국으로 도피한 시아누크 국왕이 오랫동안 북한에서 망명 생활을 했을 정도로 북한과는 정치적, 사회적 교류가 많은데요. 그러다 보니 다른 여행지에서는 쉽게 가볼 수 없는 '오리지널 북한 음식점'을 씨엠립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음식은 우리 입맛에 아주 맞는 담백한 음식이 나왔으며 밥먹은 이후에 나오는 맛배기 평양냉면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여기의 음식을 나르는 종업원들은 우리 한국 탤런트를 뺨치는 정말 미모의 북한여성들로 이루어졌으며 점심식사가 끝날 즈음이면 무대에 올라 공연도 하는 곳이다. 1층만도 몇백명이 들어갈 수 있는 좌석인데도 우리 남쪽 한국사람으로 꽉 차있었다. 북한 음식점이라고 해서 보안이 까다롭고 종업원과 이야기도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의외로 분위기는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공연은 우리 한복을 입고 나와 춤과 노래 그리고 악기 공연을 하는데 정말 수준급이었다. 먼 외국땅에서 우리 노래 ‘고향의 봄’‘아리랑타령’ 과 우리에게 낯익은 북한가요 ‘반갑습니다’‘휘파람’ 등을 듣고 나니 분단의 아픔과 같은 겨레의 고통을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공연이 끝난 후에 북한 여종업원들과 기념 촬영할 수 있는 시간도 있었다.
다음편 또 있습니다~~~
댓글목록 0
윤용혁님의 댓글
천년고도에 인고인의 상징인 인고 야구모자를 눌러 쓰시고
우뚝 서신 인문형님의 모습이 멋지군요...
사회주의 국가의 문화유산이 훼손됨을 안타깝게 여기지요.
크메르왕조의 영광도 사리지고 굵은 나무뿌리 기둥만이...
유네스코지정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지요?
북한 여종업원들이 새롭군요...
李聖鉉님의 댓글
사진과 글 멋지네요.
가 본 기억이 새삼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