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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나의 사랑하는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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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하는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 평생 봉사하시며 가시겠다던 시골 성당의 사제회장직을 물리시고 어머니를 위해 아버지는 큰 결단을 내리셨죠. 시골집 철 대문에 자물쇠를 굳게 물리고... 강화 산골의 맑은 시냇물과 공기를 접은 채 자식들의 울타리를 찾아 올라 오셨지요. 분필가루를 잡수시며 교단에 서서 건 반세기를 후학을 위해 애쓰시던 아버지를 곁에서 내조하시던 어머니... 육이오 동란 중에 학교에 인공기를 제거하고 태극기를 올리시다 놈들에게 쫓겨 결국 붙들려 사선을 넘나들 때 어머니의 기지로 살아나시고.. 공직에 누가 되지 않도록 당신 홀로 논틀밭틀을 헤매시던 어머니.. 그 무더운 여름날 농약 통을 지시다 쓰러지셔 그 일로 기관지를 버리셔 해소천식으로 고생하던 어머니가 노년에는 결국 그 몹쓸... 순간을 잊으시는 어머니를 위해 병수발을 자처하신 아버지... 어머니의 시계가 행여 멈출까 몹시 안타까워하시는 아버지... 오순도순 사랑의 동행이 되시고... 잠시도 아버지 곁을 떨어지지 않으시려는 어머니... 아버지께 드리려고 아끼고 아끼던 바나나가 어머니의 호주머니 속에서 검버섯을 피워도 어머니는 아랑곳 하지 않고 정성스레 그걸 꺼내 아버지께 전하는 그 마음, 그 사랑... 회혼식도 넘기신지 오래... 인생의 뒤안길, 행여 먼 여행길이 아닐까 부질없는 생각에... 어머니께서 일러주신 "조제하는 손길에 환자를 위해 늘 기도하라!"는 말씀과 어머니의 가려린 모습이 떠올라 잠시 눈시울이 뜨거워져 직원 몰래 삼켜 웁니다. 조제실 뒤에서...
두 분의 시계 행복하게 부디 오래 가시기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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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문님의 댓글
오늘도 뭉클한 어머님의 사랑을 느끼게 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