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베트남 여행기 5 - 하롱베이
본문
우리가 묵었던 하노이의 호텔
베트남의 직사각형 건물들
하롱베이 선착장과 우리가 탄 관광 유람선
관광 유람선 내부
바다위의 노점상
천궁동굴 입구
천궁동굴 내부
하롱베이 수산시장
수산시장의 다금바리
다금바리회로 술한잔
방향이 바뀜에 따라 키스하는 연인처럼 보이는 키스바위
하롱베이에서 유일하게 모래 백사장이 있는 티톱섬
1월25일 밤늦게 도착하여 하노이호텔에서 숙박을 마친 우리 일행은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일찌감치 마치고 하노이에서 차로 3시간반정도 걸린다는 자연이 만든 무릉도원이라 부르는 하롱베이로 향했다. 마침 가는 도중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베트남 도시와 농촌의 일상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하노이는 베트남의 수도이고 도시 곳곳에 한창 개발 중인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건설 현장에는 롯데건설 등 국내 기업들이 많이 참여하여 고층아파트 단지를 건설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곳을 제외하고는 건물들이 많이 낙후되어 있는 편이었다. 특히 도로 옆의 집들을 보면 천편일률적으로 규격화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프랑스문화의 영향인지 몰라도 가이드 말인즉 베트남의 국부였던 호치민이 국민의 호화주택 건설 방지를 위해 건축법으로 건물의 전면이 4m를 넘지 못하게 제한하였으며 넘으면 중과세를 하였다한다. 측면으로는 14m를 넘지 못하게 하였으며 마당문화가 없어 대부분이 옆에 바짝 건물을 붙여 지을 수 있기 때문에 창문도 없고 페인트칠도 안한 그대로 회색시멘트 상태를 유지하는 건물이 많았다. 그리고 한가한 농촌을 지나다 보면 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 여자들인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베트남은 모계사회로 남자들은 결혼하면 집안 일, 농사일은 여자에게 맡겨두고 빈둥빈둥 논다고 한다. 우리 풍토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 한국에서는 맞아 죽을 일...ㅎㅎㅎ
베트남의 논농사는 3모작, 4모작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정부에서 이모작까지만 허용한다고 한다. 농사를 계속 지어야 쌀값 떨어지고, 수출도 잘 안되기 때문에 수급 조절을 위해서란다. 자연의 혜택을 많이 받고 사는 나라인 셈이다. 가끔 베트남 논바닥을 보면 우리에게 흔치않은 괴이한 현상을 접할 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논가운데에 버젓이 시멘트, 돌로 만든 석관묘가 서있는게 아닌가? 아무리 석관묘를 쓴다지만 물구덩이나 다름없는 논에다 조상들을 모시다니...우리의 정서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될 일이다. 조상에게 불효할 일일게다. 그러나 그네들의 오래동안 내려오는 분묘문화라고 한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오히려 그들이 조상을 잘 모시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산수좋은 명당자리에다 호화분묘를 조성해놓고도 일년에 성묘 한번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는 자신의 일터인 논 한복판에 자그맣게 모셔는 놓았지만 조석으로 인사 여쭙고 수확에 감사하는 그네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는가...그리고 우리가 타고가는 버스가 학교 앞을 지나가던 중 무심코 10시좀 넘었는데 학생들이 하교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궁금하여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10시반에 오전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중이라 한다. 이유는 낮잠을 자기 위해서란다. 학생들은 집에 가서 자고, 점심 먹고 오후 2시에 다시 학교에 등교한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도시락이 없단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전부 다 10시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오수를 즐긴다고 한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월남전 당시에도 이 시간에는 전부 잤다고 하니 베트남인들에게는 낮잠이 필수인가 보다.
그럭저럭 버스로 예사롭지 않은 베트남의 풍광을 구경하면서 3시간반만에 도착한 하롱베이 선착장...선착장에는 범선같이 보이는 많은 유람선들이 하롱베이 관광객을 모셔가려고 대기하고 있었다. 선상관광에 앞서 가이드가 "논"이라고 하는 베트남 모자를 하나씩 지급하는 것이 아닌가...이 모자는 비가 오면 우산으로, 햇빛이 나면 햇빛 가리개로 쓸 수 있어 참 편리한 것 같았다. 하롱베이는 영화 "인도차이나","굿모닝 베트남", “007네버다이”, “대한항공CF” 등의 배경으로 우리에게도 그 절경이 많이 알려진 곳이기도 하지만 말그대로 그 모양이 마치 한폭의 수채화이다. 3,000개 이상의 섬들이 보여주는 장관은 정말 스펙타클 그 자체이다. 하롱(Halong, 下龍)이라는 말은 글자 그대로 "용(龍)이 하늘에서 바다로 내려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설에 따르면 하늘에서 용이 내려와 내뿜은 구슬들이 바다로 떨어지면서 섬으로 솟아나 외부 침략자들을 물리쳤다고 한다.
선착장을 벗어나자 바닷물에 깎이고 비바람에 녹아 생긴 3000여 개의 석회암 섬과 기암이 둥실 떠다니고 희뿌연 안개 사이로 흐릿하게 수묵화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넓은 바다 위에 웅장하게 펼쳐진 기암괴석 풍모 덕에 하롱베이가 1994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바다에 세워놓은 것 같은 하롱베이의 섬들은 그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날카롭게 깎아지른 듯한 바위 섬, 돛단배나 연꽃처럼 생긴 섬, 사람의 얼굴이나 코끼리,닭,낙타 등 동물을 닮은 섬, 환상적인 동굴을 품고 있는 섬 등 다양한 크기와 모양을 지닌 섬과 기암이 에메랄드 빛 바다 위에 흩어져 있다. 이름도 두꺼비섬,용섬,도자기섬,말안장섬 등 제각기다. 생김새에 맞게 이름 붙여진 기암만 1000여 개를 헤아린다고 한다.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이 만들어낸 거대한 종유동굴과 기암들이 사방을 둘러싼 ‘하롱베이의 호수’인 호수동굴이 하롱베이의 또 다른 볼거리다. 에메랄드 빛 바다를 가르기를 40여분,‘하늘의 문’이라는 천궁(天宮) 동굴을 품고 있는 섬에 도착했다. 선착장에 내려 100개의 돌계단을 올라가 천궁동굴에 들어서자 억겁의 세월 동안 만들어진 기상천외한 모습이 펼쳐졌다. 동굴의 천장에서 떨어지는 지하수가 고드름 모양으로 자란 종유석과 천장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동굴 바닥에 닿으면서 탑 모양으로 쌓인 석순, 그리고 종유석과 석순이 맞닿아 생긴 석주 등이 색다른 구경거리다. 프랑스인들은 이곳을 ‘경이로운 동굴’이라 불렀다고 한다.내가 6년전에 가본 중국 장가계의 황룡동굴에 비하면 너무 작지만 그런대로 묘미가 있었다.
가이드 하는 말이 바다임에도 불구하고 하롱베이는 3가지가 없다고 한다. 첫째는 파도가 없고(3000여개의 섬으로 둘러 싸여 있기 때문에 파도가 자연소멸된다고 함), 둘째는 갈매기가 없다고 한다(갈매기의 천적인 원숭이, 독수리가 많이 서식하기 때문), 셋째는 짜고 비릿한 바다냄새가 없다고 한다(습도가 높아 이 습기가 바다내음을 흡수)
석회동굴을 나온 범선은 이제 다시 하롱베이의 바다로 나선다. 비록, 날이 맑지 않아 원거리의 조망은 어렵지만, 자욱한 안개 사이로 비추어 지는 섬들의 점점 모습들은 아름답게만 보인다. 그들의 모습처럼, 그들이 살고 있는 사람들처럼, 섬섬들이 작고 이쁘다. 작고 아기자기한 섬들이 줄을 잇는다. 물길을 가르며 섬 하나를 뒤로 젓히는가 하면 이내 바로 앞에는 또 다른 섬하나가 자리를 튼다. 모두가 비슷한 모양을 한다. 그러나 같은 모습은 없다. 수천의 각각의 섬들은 저마다의 표정을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살아있는 생명처럼 시시각각 그 모습과 표정이 변한다.
잔잔한 바닷물을 헤치고 나가는 우리 유람선 옆으로 원주민들의 조각배가 연이어 들러붙는다. 바나나 등 열대과일, 음료수들을 파는 바다위의 노점상인 셈이다. 아예 바다위에 집을 짓고 관광객을 상대로 물건을 파는 그들의 또 다른 수산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호텔에서 아침을 일찍 먹고 떠난 관계로 슬슬 배가 고파온다.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라한다. 선상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다금바리, 바다가재, 자연산 바닷게, 문어 등을 파는 해상 수산시장을 찾았다. 기본 옵션외에 추가로 국내에서 횟감 어종으로는 비싼 다금바리 몇키로그램을 더 샀다. 유람선 주방장이 수상시장에서 구입한 다금바리와 싱싱한 해산물 등을 요리하여 밥과 함께 점심을 차려 내놓았다. 다금바리회를 비롯해 새우, 게 등 유람선에서 맛보는 싱싱한 선상 만찬은 그야말로 천하일품이다. 우리 게와는 다르게 짜리몽땅 앞다리가 굵은 붉은 게는 보기보다는 살이 꼬들꼬들하고 맛이 아주 좋았다. 무엇보다 최고급 어종이어서 국내에선 맛보기 힘든 다금바리회를 값싸게 먹을 수 있어 더욱 즐거웠다. ‘바다 위 무릉도원’ 풍경 속에서 쇠주와 함께 즐기는 음식은 그야말로 신선놀음이 부럽지 않았다.
선상에서의 점심식사를 마친 후에도 나는 계속 천혜의 하롱베이 비경을 보며 감탄사를 연신 외쳐댈 뿐이었다. 특히 바다위에 떠있는 수많은 섬들은 기후나 태양 빛의 변화에 따라 모습과 빛깔을 미묘하게 바꾼단다. 비가 오고 그치기를 반복하면서 희뿌연 시야 속에서 기기묘묘한 석회암 바위섬들이 다채롭게 변하는 날씨에 따라 섬의 모습도 다양하게 변한다고 한다. 정말로 선명했다가 흐렸다가 안개에 가려졌다가 하는 수묵화같은 그림 같은 풍경에 넋을 잃을 뿐이었다.
잠시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도중 티톱이라는 사람을 딴 섬에 정착하였다. 티톱은 구소련 우주비행사로 스탈린의 수제자로서 호치민이 소련에서 공부할 때 절친한 사이였다고 한다. 호치민이 대통령이 되어서 친구인 티톱을 초청하여 여기 하롱베이를 구경시켜주었다 한다. 이때 티톱은 경치에 감탄하여 제일 아름다운 이 섬을 자기에게 줄 수 없느냐고 요구를 하니 호치민은 이 섬들은 인민의 것이니 자기 마음대로 줄 수 있지는 못하고 준다고 해도 가져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대신에 이 섬의 이름을 '티톱'이라고 붙여서 오래도록 여러 사람들에게 '티톱'의 존재를 알려주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제의에 흔쾌히 승낙을 하여 '티톱섬'이 되었다고 한다. 이후 이 섬은 전망대를 설치하였는데 하롱베이에서 가장 위치가 좋고, 아름답고, 전망이 좋은 섬이라 한다. 섬의 선착장도 설치하고 백사장도 있는데 이 백사장은 육지에서 모래를 날라다 조성한 것이라 한다. 여기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본 섬들의 모습들은 장관이다. 사방팔방이 모두 기묘한 바위섬들로 기경을 이루고 있다. 한섬 한섬마다 모두가 아름다운 팔폭 병풍같은 모습이었으며, 파노라마 같이 이어지는 그 절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한없이 행복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 섬 관광을 마치고 다시 우리가 처음 떠났던 선착장에 돌아오면서 장장 6시간 가까운 행로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멋지고 아름다운 이 자연의 풍광, 그리고 그것에 어울린 삶의 풍경, 감춰진 고단함과 수고로움이 하롱베이는 태고적의 그 모습처럼 그대로 간직되어 있었다. 개발을 앞세운 무분별한 파헤침은 여기 하롱베이에서는 없어야 될 것이다. 지금 이 모습, 이대로 후손에게 물려 영원히 존재하게 하는 것이 지금의 삶을 사는 사람들의 몫일 것이다. 배에서 내린 우리는 여기서도 여행의 피로를 풀어줄 전신마사지 장소를 찾아 노곤함을 풀었다. 오히려 여기 맛사지는 캄보디아보다는 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맛사지를 받은 후 저녁은 또 한식...해외여행 관광지마다 우리 한국식당 없는 곳은 없을 것이라는 대한민국의 긍지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하롱베이 선착장이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좋은 호텔로 돌아와 간단한 맥주를 즐기며 베트남 하롱베이에서의 5일째 여행 추억을 남겼다.
댓글목록 0
윤용혁님의 댓글
한 때는 자유수호의 일환으로 파병되어 싸우던 나라에 평화가 찾아들어 멋진 인문형님이 그곳에 시찰을 하시니
더욱 베트남이 빛을 발하는것 같습니다. 기행문과 신비한 자연 풍광이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을 그려놓고 있군요...형님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드리며..76회 동상올림.
윤인문님의 댓글
고맙소..용혁후배..항상 좋은 말만 해주어서..날로 일취월장하는 트럼펫 실력이 부럽기만 하오..나도 그동안 배우다 말은 섹스폰을 다시 시작하고 욕심이 드는데..ㅎㅎ